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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조현병은 '죄'가 아니라 예민할 뿐! 웨이브 'F20'

[#OTT] 웨이브 'F20'
KBS 단막극 시리즈의 영화 프로젝트 'TV 시네마' 첫 작품
제목 ‘F20’, 질병분류코드...조현병 아들 둔 극한 모성충돌에 "상영중단해야"요구 빗발

입력 2023-03-08 18:30
신문게재 2023-03-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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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20’은 아들의 조현병을 숨기고 싶은 엄마 애란(장영남)의 아파트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엄마 경화(김정영)가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사진제공=웨이브)

 

해외 명문대에 다니던 아들이 귀국했다. 동네에 자랑이던 애란(장애란)은 그런 아들을 위해 밥을 짓고 좋아하던 반찬을 만든다.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평범한 아파트에서 정원(유서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유독 훤칠하고 남다른 도훈(김강민)에게 딸의 과외를 맡긴다.


제목인 ‘F20’은 조현병의 질병코드다. 극 중 애란(장영남)은 홀로 키운 아들이 명문대 대학생이 됐다는 이유로 같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정작 아들은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고 이상한 소음이 들리는 환청에 시달리지만 감추기에 급급하다.



KBS 드라마 스페셜 두 번째 작품 ‘F20’은 조현병 환자인 아들을 둔 두 엄마가 한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웨이브(wavve)에서 만나 볼 수 있는 ‘F20’은 아들의 조현병을 숨기고 싶은 엄마 애란의 아파트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엄마 경화(김정영)가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서스펜스 스릴러다.

멀쩡하게 잘 자라던 자식이 정신적 균열을 겪으며 연대를 느낀 엄마들의 엇갈린 시선을 그린다. 이 작품은 정신장애에 대한 미디어의 이해가 조금씩 높아지던 시기에 공영방송사가 투자하고 제작한 콘텐츠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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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스페셜 2021 - TV시네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제작된 ‘F20’의 한 장면.TV 방영 전인 지난 해 극장에서 먼저 개봉했다. (사진제공=웨이브)

 

개봉 전부터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 장애인단체들의 우려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조현병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 이들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을 통한 상영 중단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제작진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 배척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다.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F20’이 가진 주제의식은 남다르다.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가진 아픔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상당히 사실적이다. 원망과 억울함이 섞여있지만 병을 앓고 있다는 편견이 만들어낸 불안한 분위기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실제 이 병과 관계된 사람들은 편견을 주장할지언정 그 주변인들에 대한 묘사는 제작진의 사전조사가 상당했음이 가늠된다.

‘F20’이 보여주는 불편함은 배우들의 열연이 덮는다. 애란의 불안함과 순수하게 자신의 아들과 같은 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끈끈했던 경화의 연대는 후반부로 갈수록 느슨해진다. 병원에서 친해진 이들은 우연히 같은 동네에서 만나며 선을 넘는다. 애란은 아들의 병을 숨기기 급급했지만 그 수준을 넘어선 경화는 ‘훈수’를 두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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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나아가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는 차별과 편견에 물음을 던지는 작품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웨이브)

 

카메라의 미학은 배우들이 아닌 어항 안에서 이뤄진다. 애란의 집 입구에 있는 흔한, 어항에서 주황색 금붕어들 중 유독 눈에 띄는 검은 금붕어. 경화는 “얘네들 사이에서도 왕따가 있네”라는 식의 조소를 보내며 애란이 끝까지 버리지 못한 자존심을 겨냥한다. 김정영이 ‘F20’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시나리오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일타스캔들’처럼 유독 모성애에 집착한 역할을 맡은 장영남은 “기획 의도에 편견과 차별에 관해 작가님이 써 둔 글이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오해했을 때 그것이 언젠가 나에게 칼날이 돼 돌아올 것이다’는 글이 굉장히 좋았고 와 닿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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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홍은미 감독은 “제목은 조현병의 질병 분류 코드다. 국제적으로 표현되는 표기법”이라면서 “작가님과 많은 고심을 했다. 타이틀이라는 건 한 콘텐츠를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하고 핵심이 되는 건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부정적인 걸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극중 배우 김정영의 모습. 사진제공=웨이브)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자이자 동료인 엄마였지만 피해자가 되는 배우 김정영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작품이 갖고 있는 묵직함과 깊이가 남다르더라”면서 “내가 맡은 캐릭터 자체가 조현병을 앓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그저 나약하지 않고 사회적 부당한 편견이나 오해를 받을 땐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꿋꿋하게 긍정의 마인드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의 엔딩은 오롯이 시청자의 몫이다. 극의 중요한 길고양이 학대의 주인공이 여전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F20’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주범일 거라 ‘암시’하지만 멀쩡한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게 범죄를 저지름을 알린다. 질병이 범죄를 덮어서도 안되지만 저격돼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 노력만큼은 충분히 칭찬 받아야 되지 않을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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