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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체리마호…', 아이스크림 이름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한 걸?

[#OTT] 웨이브 영화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마법사가 된 '동정남' 이야기, 성별을 넘어선 장거리 사내 로맨스

입력 2023-03-15 18:00
신문게재 2023-03-16 11면

체리마호
심야 시간대에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만족도 조사 랭킹 1위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3개국 트위터 트렌드 3위권에 진입하는 등 연일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사진제공=웨이브)

 

회사에서는 그 존재 자체도 희미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변변한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서른살이 된 생일날, 몸이 닿는 이의 마음이 읽히는 마법이 생겨버렸다. 회사 동기인 그는 성격도 자신과는 반대다. 게다가 상사는 물론 사내 여성들의 인기투표 1위를 차지하는 엘리트다. 우연히 몸이 닿으면서 꽃미남 동기의 연심이 훤하게 보인다. 별 볼 일도 없는 자신을 7년이나 짝사랑해 왔단다. 

 

누가 봐도 뻔한 사내 러브스토리를 표방하는 웨이브 영화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는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아이를 키우는 싱글파더들의 브로맨스를 그린 ‘아빠와 아버지와 우리 집밥’의 만화가 토요타 유우의 동명 트위터 만화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체리마호
마법에 의해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시작된 아다치와 쿠로사와의 아슬아슬한 사내연애를 그린 로맨스 이 작품은 동성애를 소재로 따뜻한 시선과 세계관으로 그려낸 러브 스토리가 호평받았다.(사진제공=미디어캐슬)

일본어로 ‘체리’는 동정남(성적 관계가 한번도 없는 남자)을 가리키는 은어로 ‘마호’는 마법사를 뜻한다. ‘동정마법사’란 뜻이다. 앞의 소개만 보고 이 영화의 주인공이 남녀라고 생각했다면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서른 살이 되도록 사랑 한번 못해본 아다치(아카소 에이지)는 속설로만 여겼던 ‘접촉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법을 갖게 된다. 

 

이 쓸데없는 힘이 처치 곤란해진 건 자신과는 거리가 먼 세계의 사람이라 여겼던 쿠로사와(마치다 케이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고나서부터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건 어쩌면 ‘가진 자의 호기로움’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는 정반대의 시점에서 현실성을 더한다. 거절 못하고 소심한 자신과 달리 늘 당당하고 능력있는 쿠로사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아다치는 매 순간이 고난이다. 

 

쿠로사와가 자신을 향해 고개만 돌려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실수로 이어진다. 평범하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도 마음이 읽히는 탓에 겨드랑이에 땀이 나고 엉뚱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사랑의 위대함이기도 하다.

 

쿠로사와는 표면적으로 더 많이 가진 능력자에 인기남이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아 도망치는 데 급급한 아다치에 대한 연심을 키워오다 7년만에야 친밀해질 기회를 맞는다.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는 마음을 읽지 못하게 돼 상처 받지 않을까 도망치느라 바빴던 아다치가 쿠로사와와 함께 하기로 결심하면서 해피엔딩을 맞은 드라마의 이후 이야기를 담는다.

 

체리마호2
(사진제공=웨이브)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는 ‘사랑’하면서 사라져 버린 마법 없이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채고 자신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감을 더한다. 원작 캐릭터를 연기로 승화한 두 배우의 꿀 떨어지는 눈빛은 신의 한 수다.

왓챠에서  12개의 에피소드로 서비스 된 드라마 인기를 고스란히 넘겨 받은 영화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드라마가 달달하고 아슬아슬한 사내 연애와 회사 구성원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성장에 공을 들였다면 영화는 연인이 됐지만 아다치의 전근으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굳건하다.

 

체리마호3
(사진제공=웨이브)

 

균열은 보이지만 결코 깨지지 않는 만년빙처럼 서로가 “나는 잘 있다. 사랑한다”며 안심시킨다. 사회적으로 편견이 여전한 BL(Boys Love·남성 간의 사랑을 그리는 장르)의 현실성을 충분히 살렸다기 보다 평범한 연인의 ‘착한 거짓말’이 그저 사랑스럽다.

책임감이 남다른 아다치는 과로로 쓰러지고 만다. 그로 인해 연락이 두절된 아다치가 걱정된 쿠로사와는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서로의 ‘법적 보호자’로서 서로의 가족에게 존재를 밝히기로 결심한다. 

 

체리마호1
지난 2020년 방영되었던 화제의 BL 드라마를 스크린에 옮긴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는 그 이후의 일사을 담은 오리지널 스토리 무비다.(사진제공=웨이브)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결혼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결합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사랑이 더이상 젠더(사회적인 성) 문제로 비난받지 않아야 함을 다시 한번 표방한다.

“성별 간의 사랑을 넘어서 사랑의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제작의도를 밝힌 바 있는 카자마 히로키 감독은 영화 개봉 직후 국내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가 여러 가지 사건이나 갈등을 헤쳐 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면 영화는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답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작품을 계기로 현실 속에 이런 형태의 사랑도 있다는 게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연인이 되고 둘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계성이 한국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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