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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찌질하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엉클'

[#OTT] '엉클'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총 16화로 구성
'착한 드라마'열풍 이끌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기염토해
주연 배우 이외에 이시원, 안석환, 황우슬혜,정수영의 명품연기 일품

입력 2023-10-18 18:30
신문게재 2023-10-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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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센 엄마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는 삼총과 조카. ‘엉클’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

 

한때 톱가수 ‘제이킹’으로 활동했던 왕준혁(오정세)은 오늘도 배를 탄다. 곧 돈을 더 주는 원양어선으로 갈아탈 예정으로 한국에는 미련이 없다. 사실 준혁은 어부가 아닌, 요리사로 늘 배를 탄다. 갓 잡아올린 생선과 그물에 대충 걸린 미역, 가끔 잡히는 문어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천하일미의 한 상이 차려진다.


항상 일손이 부족한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준혁의 한상을 먹으려는 일꾼들이 몰리고 선주는 붙임성 없고 까칠한 준혁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를 채용한 선주는 “신은 공평한지 배멀미를 심하게 하는 저 녀석에게 금손을 주셨다”고 할 만큼 반전매력을 지녔지만 배멀미만큼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의 토사물에 고기가 몰리는 상황이 스치며 코믹한 ‘엉클’의 포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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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유년시절과 사기와 배신을 겪은 무명 시절의 왕준혁. 오정세가 보여주는 사실감 넘치는 연기가 심금을 울린다. (사진제공=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엉클’은 조용히 시작했으나 매회 본방 사수를 고수하는 고정팬들이 속출할 만큼 충성도가 높았던 작품이다. 영국 BBC에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11% 시청 점유율을 기록한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동시간대 종편과 케이블 콘텐츠 사이에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방영 전까지만 해도 ‘불량삼촌과 일찍 어른이 된 조카의 고군분투기’로 치장됐지만 보면 볼 수록 이 드라마, 양파같은 매력을 갖췄다. 어른과 아이 모두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담아내며 ‘착한 드라마’로 큰 호평을 받은 것. 사실 준혁에게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 있다. 지금은 인연을 끊은 누나 준희(전혜진)가 자신의 오디션 상금 1억원을 들고 도주(?)했기 때문이다.

당시 남들보다 못한 가족이란 어떤 건지 절감케 해준 누나는 재벌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무명이던 자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던 거액을 가족에게 뜯긴 것도 모자라 마지막 희망이었던 음반 활동마저 절친한테 사기를 당한 준혁은 모든 걸 버린 채 잠적한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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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남남’에서의 모성애 연기는 사실 ‘엉클’이 시초였다. (사진제공=웨이브)

 

심한 울렁증을 가졌음에도 배를 타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이유도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고 돈을 빌려준 bar사장(안석환)때문이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정통 록밴드의 남성미 넘치는 드러머로 홀로 딸을 키웠던 그는 뒤늦게 성 정체성을 깨닫고 아빠가 아닌 엄마로 살고 있는 인물이다. 그 돈만큼은 갚고 한국을 뜨려던 준혁은 12년만에 누나에게 전화 한통을 받는다.

“내가 좀 다쳐서 그래. 지후(이경훈) 만큼은 네가 지켜달라”는 고통스런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린다. 쌍욕을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영 개운치가 않다. 문자에 찍힌 주소를 보니 예전 집도 아니다. 고급 아파트 단지에 차별없는 동네를 만들겠답시고 허울 좋게 지어진 방 두 칸짜리 민간임대아파트가 모자가 지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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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고 바람끼 많은 아빠가 아닌 자신의 피에 흐르는 뮤지션 DNA가 흐르는 조카를 바라보는 준혁. 처음에는 원수였다가 결국 가족이 되는 과정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사진제공=웨이브)

 

아기였을 때 보고 헤어진 조카가 궁금해진 그는 재벌가에서 우아하게 부족함 없이 잘 살고 있을 거라 믿었던 누나가 그간 남편의 무관심과 시어머니의 폭력에 시달렸음을 알게 된다. 상금을 중간에 가로챈 것도 야박한 문자를 가득 보내 의를 상하게 만든 것도 알고 보니 매형이란 작자의 얄팍한 술수였다.

아무 것도 없이 자란 아내의 곁에 자신만 있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 믿는 못난 남자였다. 준희가 야반도주를 한 이유도 합법적인 이혼으로 누릴 혜택보다 가정폭력 보호 시스템 속에서 아예 인연을 끊고 싶은 절실함 때문이었다.

‘엉클’은 상황만 보면 사회적 약자가 흔히 겪는 눈물의 세레나데가 예상되지만 전혀 아니란 점이 재미를 증폭시킨다. 그간 고급 음식을 먹으며 미각이 단련된 준희는 그 경험을 살려 동네 반찬가게에 취직한다. 민후도 어린아이가 먹지 말아야 할 약을 먹여가며 학업에 집착한 할머니 덕에 또래보다 비상한 머리를 지녔다.

그리고 준혁은 타고난 음감과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성격 탓에 동네 엄마들의 커뮤니티인 맘블리 회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한다. 나이도 성별도 상황도 다른 이들은 한 집에서 서로 욕하고 툴툴거리면서도 가족이란 이름으로 걱정하고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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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말미 완벽하게 재기해서 곧 콘서트를 앞둔 준혁은 자신의 심장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강행한다면 죽음 혹은 평생 남을 후유증을 남길 수 있음을 알면서도 무대를 강행하는 그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엉클’의 마지막 화를 강추한다. (사진제공=웨이브)

 

남편의 지위와 수입, 본인의 비주얼과 자식들의 성적으로 서열이 나뉘는 맘블리의 사연 또한 ‘엉클’ 속 소소한 재미다. 부유하고 화목한데다 남다른 교양을 가진 척 하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급급한 탓에 미세한 불안과 허세에 시달리는 지점들이 밉지 않게 담겨있다. 자식에게 집착하는 시어머니, 아내의 사고를 방관했다는 의심을 받는 사별남, 제이킹의 노래를 듣고 학교 선생님의 꿈을 이룬 소녀 등 구구절절한 등장인물의 사연이 과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16화에 착실하게 배분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멜로였다가 극적인 코믹함이 주를 이루는가 싶더니 스릴러와 액션까지 아우르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한다. 그 중심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왕준혁 그 자체인 오정세와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전혜진을 필두로 제 몫을 다한 출연자가 있다. 아역부터 조연이라 부를 수 없는 실력파 배우들의 찰떡 연기가 궁금하다면 ‘엉클’을 강추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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