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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英가이 리치 감독에게 경배를… '알라딘'으로 잃었던 초심을 찾은 이 영화!

[#OTT] 웨이브·왓챠 영화 '스파이 코드명 포춘'

입력 2023-11-22 18:30
신문게재 2023-1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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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팝콘 무비라고 부담없이 봤는데 의외로 ‘꿀잼’이라면? 가이 리치 감독과 제이슨 스타뎀의 무려 5번째 협업 영화 ‘스파이 코드명 포춘’이 그렇다. 뻔한 첩보물의 외형을 하고 특유의 말맛과 망가짐을 불사한 꽃미남 배우의 연기변신까지 볼 수 있다. 전세계를 위협하는 무기 거래상 그렉 역에는 ‘노팅 힐’의 휴 그랜트가, 처제와 사랑에 빠진 약점(?)으로 작전에 투입된 할리우드 스타 대니는 조쉬 하트넷이 맡는다. 감독과 전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리볼버’‘캐시트럭’을 함께 한 제이슨 스타뎀은 업계 최고의 스파이 포춘으로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


실력은 최고지만 그와 함께 취향도 고급인지라 세계에서 몇 병 밖에 남지 않은 와인을 물처럼 마시고 휴가도 호화 리조트에만 머문다. 그를 찾으려면 항상 돈이 든다는 이야기다. 국가정보국은 그렉의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 액션 만렙인 포춘을 부르고 최고의 요원들을 붙인다.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주연급 배우들이 선보이는 B급 코믹 액션이 관람 포인트다. 이들은 각 잡힌 뻔한 액션보다 2% 부족한 할리우드식 액션으로 웃음을 더한다. 멋은 있는데 뭔가 고군분투하는 맛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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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로맨틱함의 아이콘이었으나 속물 빌런으로 인생 후반부를 화려하게 달리고 있는 휴 그랜트의 도전은 계속 된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포춘과 그의 요원들은 그렉이 할리우드 스타 중 대니의 광팬임을 파악해 작전사상 최초로 할리우드 에이전시에 접근한다. 남다른 정보력은 남들의 치부를 발견할 때도 쓰이는 법. 허세작렬인 대니 역시 여자문제로 협박 받은 매니저에 의해 불려나와 자신이 세계 평화를 위한 미끼가 돼야 함을 알게 된다. “아내도 사랑하지만 처제는 내 운명의 여자”라고 읍소해봐도 소용없다. 팀 포춘은 그의 여자친구와 매니저가 돼 영화광인 그렉이 칸국제영화제 기간 중 연 요트파티에 참석한다.

 

알고 보니 그렉의 변태 취미는 유명인의 여자친구를 유혹해 잠자리를 갖는 거였고 테크 요원인 사라(오브리 플라자)는 그의 추파를 역으로 이용해 주말 별장에도 초대받는다. ‘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무기 거래상인 그렉을 통해 영화에 대한 로망과 할리우드에 대한 은근한 조롱 그리고 부자들이 갖는 허세까지, 단순히 액션영화에서 볼 수 없는 잔재미가 가득하다. 뒤로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이지만 앞으로는 전쟁 고아들을 후원하고 성공한 사업가로 살면서 대니를 찬양하는 장면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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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그저 연기하라는 주문에 탁월하게 제 몫을 해내는 조쉬 하트넷의 신들린 연기가 영화의 볼거리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극 중 ‘성공한 덕후’인 그는 대니가 데뷔 초 탔던 희귀한 슈퍼카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 차는 후에 요원들이 도망치는 도구로 제 몫을 톡톡히 한다. 그저 소품이었던 차가 자신의 몫을 다하는 지점은 꽤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IT재벌들이 사라질 숫자를 대신해 금을 매입하고 인기에 취해 초심을 잃었던 대니가 “억만장자 역할이 들어와 당신을 관찰하려고 한다”며 그렉에게 접근하면서 ‘진짜와 가짜’가 가진 경계를 되묻는다.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 소개는 의미가 없다. 이들은 세계 평화를 지켜낼 게 확실하고 그 과정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펼쳐지는지가 관건이다. 시종일관 “나는 배우지 스파이가 아니지 않느냐” 징징거리던 대니가 타고난 순발력을 발휘하는 지점도 가이 리치 감독이 노린 웃음 코드가 아닌가 싶다. 다수의 관객이 예상한 제이슨 스타뎀의 타고난 액션을 압축해 보여주는 점도 집중도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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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 코드명 포춘’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싸울 때는 화끈하게 맞붙고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등 대륙을 넘나드는 로케이션이 배경으로 깔리며 지루함을 던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시작된 다국적 배경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 영화가 가진 배경은 뭔가 고풍스럽다. 이들이 지켜낼 세계 평화가 충분히 예상되기에 B급 웃음을 살릴 여러 상황들에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스파이 코드명 포춘’은 한때 마돈나의 남자이자 영국 감독 특유의 독특함을 지녔던 가이 리치가 ‘알라딘’의 성공으로 잊혀졌던 재기발랄함을 작정하고 푼 듯한 느낌이 강하다. 출연 배우들이 보여주는 능글맞은 연기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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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가진 편리함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재앙이 될까. 극중 인간의 목숨은 한낱 파리에 불과하다. (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말 수 적은 아저씨 스파이인 포춘이 시니컬하게 뱉어내는 대사나 억만장자 악당 그렉, 엄살쟁이 할리우드 배우 대니, 음담패설에 능하고 남다른 사격 실력을 갖춘 사라의 조합은 각자가 개성 넘치고 융합되지 않아 더 매력적이다. 영화의 엔딩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윤곽이 밝혀지면서 ‘스파이 코드명 포춘’의 폭소는 극에 달한다.

무엇보다 2021년 크랭크업 했으니 당시 코로나19 직전까지 해외 촬영이 자유로웠던 분위기가 영화 곳곳에 담겨 있다. 참여한 극 중 악역이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설정이 하필 러시아 침공과 맞물려 개봉 시기를 놓치기도 했고 중간에 배급사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많아 국내 개봉은 지난 8월에야 이뤄졌고 현재는 웨이브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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