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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형벌’ 개선 입법, 21대 국회에서 손놓았나

입력 2023-11-27 14:05
신문게재 2023-11-28 19면

국회에서 경제·민생법안 처리에 소홀한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경제형벌 개선 과제 부문을 떼놓고 보면 결과물은 너무 초라하다. 정부가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를 만들어 414개 법률, 5886개 조항을 점검하고 발굴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기업형벌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심 과제를 가리지 않고 쟁점법안에 밀려 손도 안 대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회에 제출한 경제형벌 개선과제 140개 중 딱 1건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유일무이하다.

국회가 기업투자와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혁신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소개했듯이 벤처투자법상 무의결권 주식을 취득한 대주주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주식 처분명령을 위반했을 때의 징역·벌금형을 과태료로 전환한 유형이 전부다. 윤석열 대통령의 규제 완화 지시 이후 속도전을 벌인 것이 무색하다. 시대착오적이고 황당한 규제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을 이처럼 뭉개도 되나. 과다한 경제 관련 형벌 조항이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하지 않게 하려는 선의를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

시급성으로 봐도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형벌 개선 법률안은 경제 활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어떤 입법 과제에도 뒤지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법률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까지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각론에 이견이 있다면 또 모르되 아예 총론(취지)조차 동의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답답하다. 더욱 문제는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계류 중인 법안이 모두 폐기된다는 점이다. 140건을 내년 5월 말 안에 끝내려면 정말 촌음(寸陰)을 아껴 써도 부족할 판이다. 형벌 남발을 개선하는 법률안에 대한 입법 부작위 상태를 조속히 끝내야 한다. ‘규제혁신’을 통한 민간주도성장을 위해서다.

국민경제를 떠받치고 있으니 면죄부를 주자는 기업 봐주기, 기업인 봐주기로 오해하진 않아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모른체하고 기업이 불법행위를 해도 눈감아주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기업 법·규제 경쟁력 부문은 64개 국가 중 61위로 최하위권에 속하는 세계경쟁력 지수 조사가 있을 정도다. 시의성이 높은 과제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상 손님을 끌어들이는 호객행위를 형벌 부과 대상에서 넣은 것이 그러한 예다. 벌금이나 행정제재로도 되는데 구속부터 한다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牛刀割鷄·우도할계)는 옛 고사와 흡사하다. 형벌 폐지, 과태료 전환, 선 행정제재 후 형벌, 형량 조정 등 유형별로 합리화하자는 것 아닌가. 과도한 경제형벌을 바로잡는 입법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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