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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왓챠 7부작 '미나씨,또 프사 바뀌었네요?'가 주는 울림

입력 2024-05-01 18:30
신문게재 2024-05-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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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 하나의 사진 그리고 문장 하나에 상대방의 상태, 기분, 취향 그리고 각종 루머까지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에서 물음표는 꽤 의미심장하다. 느낌표라면 반가움과 뭔지모를 시기, 질책이 교차하는데 물음표라서 더욱 감질난달까.


올해 2월 왓챠에서 독점공개된 이 작품은 툭하면 프사가 바뀌는 여자 이미나의 20대 연애기를 그린 하이퍼 리얼리즘 로맨스 드라마다.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모두 과잠(학과 잠바)으로 바뀌었다”는 시작 내레이션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인공 미나(김태영)는 원하던 대학에 떨어진 새내기다. 반수를 준비하고 있기에 학교의 모든 인간관계는 차단하고 잠수 중이지만 거절 못할 학교 모임에서 첫사랑 연우(임현수)를 만난다.



처음부터 마음이 끌린 건 아니다. 지방대에 가는 바람에 늘 모범생에 최고 학벌인 언니와 비교당했던 그는 자신과 같은 ‘둘째 설움’을 겪은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미나의 프사가 바뀌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지나가던 길고양이 사진이 전부였던 과거는 묻고 100일을 시작으로 달달한 두 사람의 핑크빛 무드가 미나의 프사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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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의 연기와 더불어 상대 남자들로 나오는 배우들의 모습은 이 작품의 백미다. 누구나 한번쯤 공감할 캐릭터들이 응축돼 재미를 더한다. (사진제공=왓챠)

  

영원할 것 같은 첫사랑은 입대를 계기로 산산조각난다. 기꺼이 고무신을 자처했지만 방학 중 시작한 영화관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복학생이자 감독 지망생 세준(고도하)은 뭔가 다르다. 7살이나 연상이라 그런지 동갑 남자를 만날 때와는 다른 성숙함이 매력적이다. 전세계 맥주를 맛보게 해준 오빠이자 기네스가 자신의 취향임을 키스로 알게 해준 남자지만 남다른 예술혼은 미나가 감당할 수 없는 분야였다.

캠퍼스 커플인 탓에 모두가 주목했고 흑역사로 남았던 첫사랑과 리드 당하는 느낌이 좋았지만 결코 같은 방향을 볼 수 없었던 연상남과의 연애 이후 미나는 연애를 중단한다. 취업만이 목표였기에 졸업 후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파마머리 재홍(박도규)은 진상 중의 진상이어서 거리낌이 없었다.

대기업 합격만이 지방대 졸업생이자 취준생으로서 최고 목표였던 그는 성실함이 무기였지만 미나와 함께 늘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신세다. 모텔비와 커피값까지 늘 정확히 더치페이하던 그는 중소기업으로 목표를 낮추고 결국 스터디 카페를 떠나는 미나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둘은 수도 없이 고배를 마시며 동지이자 연인이 됐지만 함께 합격할 수는 없는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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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들을 다 보고 다시 보면 재미있을 프로필. 주인공이 입고 있는 녹색은 늘 동경하는 아일랜드를 상징하니 눈여겨 볼 것.(사진제공=왓챠)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중반부는 사회 초년생을 거쳐 세상 통달한, 하지만 여전히 어리고 미숙한 주인공의 인연들로 가득찬다. 각양각생의 에피소드가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데 평범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최고의 정점은 완벽한 스펙남 장수혁(문시온)의 등장이다. 형부의 소개로 만난 그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회사에 근무하고 차와 외모, 재력까지 완벽하다. 인스타그램에는 각종 스포츠와 자기 관리의 끝판왕인 일상 그리고 여행 사진이 가득하다. 말로만 인턴이지 곧 정규직이 될 거라 믿어의심치 않는 회사 동료조차 “저런 남자는 어떻게 만날 수 있냐?”며 부러워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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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일때의 미나씨. (사진제공=왓챠)

 

하지만 그는 “입사동기도 곧 경쟁자”라면서 “사회생활에서 진정한 친구는 없다”고 늘 미나를 훈련(?)시킨다. 지금 생각해보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인데 당시에는 너무 정없고 차갑다고 느꼈다. 게다가 선물로 받은 건 죄다 영어수강권, XS사이즈 운동복 등 뭔가 얄밉다. 자신과 같은 급의 영어구사 능력과 조금 더 살을 빼라는 뜻인가 싶었는데 사실이었다. “정신 좀 차려. 너와 내가 급이 맞는다고 생각해? 난 마음에 드는 여자는 오마카세 데려가. 넌 내가 거기에 같이 가지 않고 사귄 첫 상대”라는 팩트폭격과 함께 길거리에 버려(?)진다.

그 와중에 회사도 예정된 정규직을 대폭 줄이겠다고 선포하고 결국 유학파 출신인 다른 인턴이 선택된다. 짧지만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나오는 길, 수혁이 찾아와 “정신차리라고 해본 말”이라며 사과하지만 미나는 이미 사회와 남자의 이중성을 절감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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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멋내고 왔는데 시위를 해야하는 여자의 마음을 남자는 모른다. 게다가 남친을 “형”이라 부르는 여자 후배의 등장에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 (사진제공=왓챠)

 

세월이 흘러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는 업무 전 담타(담배타임)를 즐기는 미나의 모습을 비춘다. 대리를 달았지만 10명이 채 되지 않는 회사의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그는 사장에게 “일 안 해?”라는 말을 수시로 듣는다. 이제는 남자도 사랑도 믿지 않기에 데이트 어플로 만난 연하남 하준(이태형)은 부담없는 관계였다.

이상형을 묻는 그에게 “퇴근 후 데려오는 남자”라고 대충 둘러댔는데 하준은 늘 자신을 데리러 온다. 문제는 스포츠카도 고급 세단도 아닌 전기 스쿠터란 점. 그것조차 신선하고 익숙해져 갈 즈음 몇 주째 잠수를 타더니 코인으로 대박이 났다며 플렉스를 하는 것도 귀엽다. 미나는 하준이 내일도 없이 사는 것을 보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 늘 ‘언젠가는…’을 달고 살았는데 그와 함께라면 늘 원하던 아일랜드로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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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가 강한 남자는 늘 피곤을 부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틀리지 않은 말을 한다는 게 얄미울뿐. (사진제공=왓챠)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는 예상된 결말로 흘러간다. 총 다섯 번의 연애 끝에 결국 첫사랑 연우와 결혼을 앞둔 주인공의 모습. 하지만 이 작품이 그렇게 뻔하게 흘러간다면 오산이다. 대학동창의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조우한 두 사람은 헤어진 시간이 허무할 정도로 “꼭 연애할 필요는 없잖아?”라는 말로 예비부부가 된다.

미나는 서울대 출신으로 대기업에 취업하고 결혼해 바로 임신을 하며 엄마의 자랑인 언니에게는 질투를, 비교하는 엄마에게는 서운함을 느껴왔다. 하지만 결혼준비마저 유일한 피붙이에게 차별받자 결국 폭발한다. 한창 행복해야 할 시기에 찾아온 결핍은 또다시 연우와의 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뒤늦게 찾아온 인연이 진정한 사랑일지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는 정면으로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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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던 흑역사지만 이 또한 미나의 성장에 큰 계기가 됐던 재홍. (사진제공=왓챠)

 

결론만 말하면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간 스쳐간 남자들 역시 미나의 인연이 아니었듯이. 이 작품은 그저 주인공의 연애담이라고 하기엔 인생의 상처, 인간관계에서 기반한 진정한 자아성찰을 담았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주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가장 사실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핑크빛을 가장해 가장 투명하게 투과시킨 왓챠의 보석같은 존재랄까. 배우들의 연기는 굳이 말할 필요없이 반짝인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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