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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상속세제 개편,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입력 2024-06-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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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그동안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매우 높아 세부담이 크다는 의견과 상속 시 여러 상속공제들이 있기 때문에 세부담을 꽤나 줄여주고 있으니 굳이 세율을 낮춰 부의 세습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립각을 이뤄왔다. 그러한 이견 속에 2000년 45%에서 50%로 상향된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20년 이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바라는 바대로 상속공제가 높은 상속세 부담 수준을 유의미하게 줄여주고 있을지 의문이다.



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에 5단계(①1억 원 이하 10% → ②5억 원 이하 20% → ③10억 원 이하 30% → ④30억 원 이하 40% → ⑤30억 원 초과 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산출세액을 산정하고, 여기에 신고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공제와 가산세, 연부연납, 물납·분납 세액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결정세액을 계산하는 구조를 따른다.

이때 상속세 과세표준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여러 “상속공제”와 감정평가 수수료 등을 차감한 금액을 말하며, 상속세 과세가액은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한 총 상속재산가액에서 과세제외 재산(비과세 재산, 과세가액 불산입 재산)과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을 공제하고, 상속개시 전 피상속인의 사전증여재산을 모두 가산한 금액을 말한다.

그리고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차감하는 상속공제라 함은 그 종류에 기초공제, 가업상속공제, 영농상속공제, 배우자상속공제, 자녀 등 인적공제, 일괄공제, 금융재산상속공제, 재해손실공제, 동거주택상속공제가 있는데, 공제의 합계 중 공제적용 종합한도 내 금액만 공제할 수 있다. 이들 상속공제 중 상당 수준에 해당하는 가업상속공제가 높은 상속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지 간단히 살펴보면 어떠할까?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을 통해 그 기업의 소유권 내지는 경영권을 승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그 취지를 둔다. 가업상속 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5조제3항 상의 피상속인 및 상속인에 관한 특정 요건들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상속세 결정세액 산출 과정 중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300억~600억 원에 이르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승계 대상 중소기업 및 일부 중견기업으로 국한되며 모든 기업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제1항에 의해 ‘가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가업상속공제는 현재 기업들이 “가업”상속의 경우가 아닌 이상 전혀 받을 수 없는 공제이다. 또한 설령 ‘가업’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법정화된 모든 요건을 동시 충족하기가 매우 까다로워 실제 원활한 가업승계에서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중소-중견-대 기업의 영속성과 사업의 동질성 유지 및 장수성의 중요도가 달라지진 않는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모든 기업들을 흑자 상태에서 폐업 또는 매각하게 하거나, 적기의 투자 시기도 놓칠 수 있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라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시킬 수 있게 하는 등 상당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작금의 상속세제에서 상속공제가 “기업”상속의 관점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짚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업상속공제마저도 높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데 이처럼 제한적이라면, 그보다 적은 다른 상속공제들은 어떨지 싶다.

상속세제 개편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이유에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우리는 상속세 부담을 논할 때 국세인 상속세 자체의 세부담 수준만을 얘기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상속을 위해선 소유권 이전이 이뤄져야 하므로 취득 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로 인하여 지방세인 취득세의 납세의무가 상속세보다 먼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일련의 상속 과정에서 짊어지게 되는 전체적인 세부담은 지방세 부담까지 모두 포괄해서 보아야만 할 것이며, 여기서 다시 한 번 상속세제의 개편 필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기업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상속자가 취득세 납부를 상속세 납부보다 먼저 직면하게 되는데, 간주취득을 포함하여 기업상속에 따른 취득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속 시의 총 세부담은 체감상 훨씬 더 클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현행법상 상속 원인의 취득세 표준세율(농지 외 부동산)은 2.8%이다. 본사·주사무소 기준 과밀억제권역 취득세 중과율 4.0%가 주어지게 되면 취득세 본세 세율 부담만 6.8%에 이른다. 게다가 취득세에 부가되는 지방교육세(취득세액의 20%)가 추가되는데, 이마저도 어디까지나 상속 대상 부동산의 취득 단계에서 부과되는 지방세로서, 간주취득에 의한 부동산 외의 추가적인 상속 물건들에 대한 취득세와 그 부가세인 지방교육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지방세 부담은 더욱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어렵지 않게 상속을 위해 소유권 이전단계에서 과징되는 지방세 부담이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속 단계에서의 지방세 부담을 감안해 보았을 때에도 현재 높은 세부담을 부여하는 상속세제의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원활한 기업상속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은 유망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상속 시 과도한 세부담 때문에 외부에 매각하거나 또는 세부담이 커 장기간의 기업상속 준비기간 소요 내지는 소유경영자들의 고령화로 인하여 결국 기업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게 되면서 경쟁력이 도태되고 마는 암울한 모습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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