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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기업보고서도 밸류업 돼야

입력 2024-07-07 09:45
신문게재 2024-07-08 19면

이원동 기자
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는 황소가 곰을 밀어내는 동상이 눈길을 끈다. 증시에서는 앞 발을 내려쳐 공격하는 특성이 있는 곰이 하락장을 의미한다면, 뿔을 위로 세워 들이받는 황소는 상승장을 상징한다. 황소가 곰을 들이받는 동상은 국내 증시가 늘 상승장을 이어가길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항상 가격이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찾아보기 힘든 게 투자 시장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분석 보고서는 ‘매수 의견’만 넘쳐난다. 주식가격이 고평가돼 있으니 팔라고 조언하는 보고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 26일까지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 분석 보고서 8830건 중 매수 의견은 8177건(92.60%)으로, 전체의 90%를 넘었다. 중립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는 647건(7.33%), 매도 의견(매도 및 비중 축소)을 제시한 보고서는 단 6건(0.0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는 평균 10%가 넘는 매도 의견을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매수 일색 보고서 발행은 증권가의 해묵은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7월 증권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에서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결국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투자정보를 접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수많은 ‘매수’ 보고서 속에서 다시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쓴소리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이 투자금융(IB)이나 기업공개(IPO) 업무를 통해 수익을 내는 증권사의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비판적인 기업보고서가 증권사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모든 주식을 좋게만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투자정보를 담은 기업보고서가 늘어날수록 국내 증시의 투명성과 밸류업은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증권사 기업보고서도 밸류업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 21cu@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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