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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가계대출 정책 ‘대혼선’

입력 2024-08-26 15:23
신문게재 2024-08-27 3면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YONHAP NO-2597>
이복현 금감원장(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대혼선’을 빚고 있다. 올해 초 정책성 대출상품 규제 완화에 이어 대환대출 서비스 도입과 함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면서 촉발된 가계부채 급증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욱이 지난 7월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불분명한 이유로 9월로 연기하면서 대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이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택 관련 가계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주택담보·신용대출 만기와 한도를 제한하는 조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택담보대출 대출 기간이 수도권 소재 주택 기준 30년으로 일괄 축소된다.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된다. 현재 신규 주택구입 대출 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운영 중인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도 당분간 없애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과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으로 발생하는 투기적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이날부터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 두 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 MCG) 적용도 중단했다.

이 같은 조치는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계속된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하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고한 직후 나온 은행권의 대책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대출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급증 사태의 책임을 은행에 돌리는 것에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혜택금리를 축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 금감원 측에서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놓고 대출확대 자제를 주문한 직후부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압박해서 대출금리 인상이 잇따르게 된 것인데, 이제와서 대출금리를 올려서 이자장사를 한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대출금리 인상이 문제가 됐다면 처음부터 당국이 문제를 삼아서 지도를 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올리라는 시그널대로 했는데, 고객들의 항의로 창구 업무가 힘들다는 피드백이 많았다”며 “당국이 자꾸 (대출금리 문제에 대해)개입 하려고 하면 역효과와 풍선효과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증가한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은행보다는 정책금융 상품이라는 점도 가계대출 관리 정책 실패의 원인이 당국에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 말(552조1526억원)보다 7조5975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60%는 국토부가 취급한 구입자금대출(디딤돌 대출)과 전세자금대출(버팀목 대출) 등 정책금융 대출이었다. 디딤돌과 버팀목대출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계획대로 시행됐다면 주택가격 상승 흐름과 가계대출 급증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원래 7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시행한다고 했다가 9월로 연기된다는 발표가 난 직후부터 대출 수요가 몰려들었다”며 “아무런 설명 없이 시행을 두 달 늦추면서 ‘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핀셋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부행장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핀셋 규제를 통해 LTV(담보인정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eas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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