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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더스트’ 니콜라스 파티 “작품의 진보, 나를 통한 그리고 타자를 통한 끝없는 발견”

입력 2024-08-30 18:00

니콜라스 파티
파스텔로 화장을 하듯 환영들을 만들어내는 니콜라스 파티(사진=허미선 기자)

 

“예술가로서 제 작품을 접한 관객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한다면 바로 그것이 제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를 통해 저 자신보다 더 심오한 깊이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아티스트로서 혹은 창작자로서의 궁극적인 목적이죠.”



현대에는 흔하지 않은 파스텔로 “쉽사리 ‘공기 속 먼지’가 돼버릴 수 있는” 환영을 만들어내는 작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는 작품의 완성, 세계의 확장이 “스스로를 통한 그리고 타자를 통한 발견”으로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러한 복잡성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과 맥락이 끊임없이 적용되고, 더불어 그 적용에 적응할 수 있는 작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오래 전 쓰여졌음에도 끊임없이 동시대로 소환돼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주제들, 상황들을 논하는 재료로 쓰이는 것처럼요. 그런 복잡성을 저의 작품에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의 개인전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Dust, 8월 31~2025년 1월 19일 호암미술관)에서는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전통회화에서 영감 받아 새로 작업한 벽화와 신작 20점을 비롯해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을 만날 수 있다.

“저는 아티스트로서 저를 둘러싼 세상과 스스로를 초월하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거대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제가 만든 작품의 첫 번째 관객으로서 그것이 저에게 무엇을 얘기하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해요. 우리는 예술작품에서 스스로를 놀래키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하잖아요.”

이번 전시를 위해 6주째 호암미술관이 있는 경기도 용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장생과 불멸을 염원하는 조선시대 ‘십장생도 10곡병’, 김홍도의 ‘군선도’ 속에서 다양한 상징들을 발견해 샘플링한 상상의 팔선(八仙)을 형상화한 신작 초상 8점을 선보인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들의 몸통이 되는 사슴, 학, 당나귀 등이나 머리카락으로 표현된 개, 얼굴 주변을 둘러싼 복숭아, 연꽃 등 ‘팔선’에 변주된 모티프들은 한국 전통회화의 구석, 미세한 틈바구니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11년 전 처음 파스텔을 사용하던 때 접한 피카소의 파스텔 여인 초상화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주재료로 파스텔을 사용하고 있죠. 저의 파스텔 작업은 열정 또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고대 조각 등에서 영감 받은 피카소의 파스텔 초상에 빠져들며 시작된 작업을 그는 ‘화장’에 비유하곤 한다. 이는 로코코 시절 파스텔과 화장품을 같은 숍에서 팔았고 같은 재료로 화장을 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본질 없이 회화로만 이루어진 환영을 만들어내는 니콜라스 파티의 파스텔 초상은 인간성이나 감정이 드러나기 보다는 조각, 마네킹, 아바타, 디지털 필터 등 본질을 가린 인공적인 존재로 표현된다. 이는 “옛날에는 화장으로 본질을 가렸지만 디지털 필터로 처리하는” 지금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미술사를 영감의 보고(寶庫)이자 아카이브로 삼는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전통 회화에서 영감받은 작업들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들은 유럽 중세 회화 및 건축의 모티프였던 회랑, 아치문, 마블 페인팅 등으로 무장하고 아래 위가 같은 구조의 공간에 전시된다.

다른 색으로 벽을 칠하고 아치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듯 연출한 각 방에는 생명탄생과 예술의 기원을 담은 거대한 ‘동굴’을 비롯해 멸종돼 버린 ‘공룡’ 그리고 ‘주름’ ‘곤충’ ‘폐허’ ‘붉은 숲’ ‘구름’ ‘폭포’ ‘산’ 등 연작이 한국 전통의 ‘백자태호’ ‘청동운룡문 운판’, ‘십장생도 10곡병’ ‘군선도’, 정선의 ’노백도‘ 등과 어우러진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한국 전통에서의 모티프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브론치노,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반 케셀 1세 등에서 영감받아 즐겨 그리던 곤충, 버섯, 해부학적 신체표현 등 서양회회사의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인간의 흔적이라곤 감지되지 않는 그 특유의 가을, 겨울, 여름, 봄 풍경화는 인류가 생겨 나기 이전 혹은 인류가 멸종 된 이후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훅 불면 날아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파스텔의 일시성을 통해 재생과 소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처음부터 한국의 예술품을 포함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았다”며 “굉장히 좋은 배움의 기회였고 많은 것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의 발견하는 순간들은 전시로 구현되고 이를 바라보는 타자의 발견으로 작품들은 더욱 심오해지고 완성으로 진보한다.

“저는 작품 활동을 통해 다양한 시대, 문화권 그리고 지역들의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예술이 시간적·거리적 거리를 줄여주는 가교 역할을 하거든요. 문화, 예술을 통해 과거 혹은 미래 인류와 연결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잠식되기도 합니다. 미술·문학 작품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혹은 시적인 면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이야말로 인류가 갖고 있는 커다란 질문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인=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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