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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대출 규제로는 집값 못잡아… 상승 폭 줄겠지만 오름세 지속"

부동산 전문가 5인 하반기 시장 진단

입력 2024-09-13 06:00
신문게재 2024-09-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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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값은 공급난 우려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되살아나면서 전고점을 사실상 회복한 모습을 나타냈다.

 

서울 대다수 아파트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2020년~2021년 초까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2022년 3월부터 미국 연준의 빅스텝(금리 0.5% 포인트 인상) 이후 2년 넘게 소강상태를 보이다 다시 뜀박질하며 ‘집값 불패’란 말을 보란 듯 증명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지난해 5월 넷째 주부터 8월 넷째주 기준 67주 연속 상승하며 과열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정부는 8·8대책을 통해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연이어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급등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내놓으면서 최근 시장엔 미묘하게 달라지는 듯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추격 매수에 나서던 수요자들이 일부 관망하는 분위기를 나타내거나 매수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전세 물건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이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이에 시장에선 가파르게 오르던 집값과 전셋값이 하반기 들어 꺾일지, 잠시 주춤한 후 상승폭이 확대될지, 그에 따른 내 집 마련 타이밍은 언제가 좋을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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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매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대출 옥죄기에 들어갔으나 대다수가 전셋값 상승, 금리인하, 공급부족이 맞물리며 상당기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상승 폭은 다소 낮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9월부터는 숨 고르기가 나타날 수 있는데 상승 흐름을 완전히 꺾어놓긴 어렵다”며 “당장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공급이 많지 않고 상승 기대 심리도 높아서 내림세 전환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 팀장은 “수요가 줄어드는 건 경기가 좋지 않고 시장이 오히려 침체될 때인데 지금처럼 거래가 살아나던 중에 대출을 막으면 타지역으로 매매가 분산되는 효과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하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본격화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이탈하는 수요도 존재하지만, 스트레스 금리에 대한 3단계 적용까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미리 의사결정에 나서려는 수요도 동시에 가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2단계 DSR 규제 시행으로 심리적인 부담은 조금 늘어나겠지만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처럼 전국적으로 거래량이 늘기보다 실수요 위주로 관망하는 수요까지도 앞당겨 거래가 증폭되는 상황이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량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의 타 지역에서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서 갑자기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집값에서 대출 의존도가 꽤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곳들은 규제가 강화되면 상승 폭이 줄어드는 등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승 폭은 축소될 수 있을 것 전망된다”고 말했다.

◇ 전세시장 전망


하반기 전셋값 역시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신규 입주물량 감소,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만기 영향 등이 겹치며 전셋값 추가 상승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그간 5% 룰에 걸려서 전셋값을 못 올리다가 한 기간이 돌았다. 이제 만기도래가 다가오니 가격이 한 번에 오를 수밖에 없다”며 “특히나 비아파트 수요가 크게 줄었고, 입주 물량도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늘어나는 가계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연내 전세자금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이 역시 전세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DSR이 도입되면 전세 수요가 반전세, 월세화로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전세보다 보증금을 낮춰 반전세로 수요가 옮겨갈 것”이라며 “빌라나 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등은 전세사기 후유증으로 월세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준석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어 서울에 집을 못 구한 실수요자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되레 경기, 인천지역 전셋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는 오르는 집값을 잡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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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 및 실수요자를 위한 보완점은

송승현 대표는 “다주택자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해 거래시장이 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건축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별 용적률을 상향과 거래를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사업 추진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고준석 교수는 “세법 개정과 같은 특단의 대책으로 시장에 기존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종부세, 양도세 등이 완화되면 단기적인 상승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의 대부분이 공급계획 확대였던 만큼 공급계획의 숫자는 많지만, 실제 공급은 많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최근에도 대부분의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대책 발표 이후 실질적인 진행 속도나 구체적인 결과가 확인돼야 공급정책에 대해 수요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내집마련 어떻게 해야 하나?


박원갑 전문위원은 “2030세대의 경우 2020~2021년 상승기 때처럼 무리하게 ‘영끌’해 내 집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특히 이번 공급 대책 발표로 서울 및 수도권의 재개발 예정 구역 빌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경험이 적은 2030세대에겐 빌라 투자는 웬만하면 권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교수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한다면 강남 3구나 마용성 지역이 목표지만 이들 지역은 최근까지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올랐고, 매물도 한정적인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현재 자금 사정에 맞는 비강남권, 구축이라도 교통이 좋고 일자리가 있는 지역 위주로 고려해 매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팀장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사업성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당장은 신축과 준신축 아파트 몸값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무조건 신축 아파트라고 매수하기보다는 아직 전고점을 넘지 않았으며, 대중교통 여건이나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거나 좋아질 곳들을 눈여겨보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경란 기자 mg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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