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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K플랫폼에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악재 '휘청'

[기로에 선 K플랫폼]

입력 2024-09-13 06:00
신문게재 2024-09-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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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라쿠배당토직야.’



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당근·토스·직방·야놀자 등 국내 IT 플랫폼기업 7곳의 앞글자를 따온 이 단어는 대한민국 플랫폼 생태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용어다. 구글·메타·아마존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이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들은 검색·메신저·이커머스·배달·로컬커뮤니티·금융·부동산·숙박 등 각 분야에서 뿌리를 내리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토종 플랫폼 기업이 자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토종 플랫폼이 이처럼 곳곳에 뿌리를 내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국내 플랫폼 산업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과학통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디지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디지털 사업의 매출액은 1142조원이다. 이 중 ‘디지털 플랫폼 제공 산업’ 부문의 매출액은 약 163조원으로 전체 디지털 산업의 15%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처럼 굳건한 것 같았던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위기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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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사진=연합)

 

‘국민 메신저’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기소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김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사태’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한 합작 조인트벤처 A홀딩스가 지분 64.4%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지분을 1%라도 사면 라인야후 산하 네이버 해외 계열사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커머스 업계는 C커머스의 공습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생태계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C커머스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에서 인지도를 키우고 있다. C커머스의 저가 정책은 불황으로 가성비를 찾는 국내 고객을 사로잡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커머스 업계는 티메프발 미정산 사태 후폭풍을 겪고 있다. 모기업 큐텐의 무리한 확장으로 티메프는 대규모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이후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티메프 사태는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디자인 문구 및 생활용품 쇼핑몰 ‘1300K’, 가구·가전 쇼핑몰 ‘알렛츠’의 서비스 종료 등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의 줄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기업인과 소비자들이 애써 일궈온 K플랫폼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 산업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며 “플랫폼 산업이 새로운 활력을 얻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로에 선 K플랫폼 생태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플랫폼들의 자유로운 경쟁과 규재완화라고 입을 모은다. 규제완화와 경쟁을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 과정에서 정체된 플랫폼 생태계에 활력이 돋아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과거의 잣대로 규제를 하면 부작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규제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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