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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체코 원전 발판 북미·유럽으로… K건설, 해외개척 '진군'

[한국 경제 재도약, 글로벌에 길 있다] 위기 일수록 더 강해지는 K건설 '뚝심'...올해 누적 1조달러 도전
고강도 'K기술'로 K건설 신화 이어간다

입력 2024-09-13 06:00
신문게재 2024-09-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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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건설업계가 올해 해외에서 굵직한 사업 수주 소식을 잇따라 전하며 K건설 위상을 다시 한번 높이고 있다. 해외건설 텃밭인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올초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등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와 북미·태평양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올해 해외 건설 누주 수주액 ‘1조원’ 돌파 가능성에 힘을 실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올 상반기 해외 건설 수주실적’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234개 사가 79개국에서 296건, 총 155억8000만달러(약 21조23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상반기 수주액의 일등 지역은 여전히 중동이다.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액만 100억3000만달러(64.4%)를 기록하며 작년 한 해 중동 수주액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뤄진 삼성E&A와 GS건설이 수주한 총 73억달러 규모 공사가 중동 수주액 급증을 견인했다. 삼성E&A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60억8000만달러 규모의 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액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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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동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수주액이 감소했다. 북미·태평양 수주액의 경우 국내 제조사의 신규 발주가 줄면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실제 수주액 22억7000만 달러 중 국내 제조사 발주 공사가 21억8000만달러 수준이다. 14% 비중을 차지한 아시아는 토목과 산업설비 공사 수주 감소 등 영향으로 2년 연속 수주액이 줄어 2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결국 상반기 전체 수주액이 지난해 상반기 172억9000만 달러보다 10% 감소한 결과를 내놨다. 시장에서 정부가 목표한 연내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 1조달러, 올해 목표 400억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 이유다. 특히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큰 기대를 걸었던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사업 등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당초보다 축소된 규모로 사업이 진행되며 K건설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커졌다.


◇힘들어도 묵묵히 ‘K뚝심’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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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지역의 가스플랜트 시설 전경. (사진제공=GS건설)

 

그러나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K건설의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5·6기 등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으로, 건설기술이 중요한 사업이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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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진=EPA 연합)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 K건설의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력 그리고 뚝심이었다.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리스트가 큰 중동에 쏠린 상황에서 유럽 원전 시장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 등 예정된 유럽 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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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예상 조감도.(사진제공=삼성물산)

 

삼성물산도 루마니아가 추진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기본설계(FEED)에 미국, 일본 등 글로벌 5개 기업과 함께 사업에 참여한다. 지난 7월 24일 루마니아 현지에서 미국의 플로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사업의 기본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오는 30년 상업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루마니아 프로젝트는 삼성물산이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K원전’ 골든타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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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원전 유휴 부지에 첫 도입예정인 SMR-160 모델 조감도. (사진제공=현대건설)

 

국내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국내 최다 원전 건설’, ‘해외 첫 원전 수출’ 등의 이정표를 세우며 해외에서 대한민국 원전사업을 이끌어 왔다. 최근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 수주로 경쟁력을 입증한 현대건설은 UAE 바라카 원전을 통해 인정받은 역량과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사업 수주 성과, 폴란드원자력연구원 등과 체결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 홀텍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SMR 최초 호기 설계에 착수하고 15개 이상 국가에 공동진출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원전시장 선점에 집중하며 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해 동유럽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등 신시장 진출 지원 기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DL이앤씨도 원자력 영업파트를 ‘원자력·SMR사업팀’으로 격상하고 정선교 전 한국원자력연료 기술본부장도 영입해 조직규모를 두배로 늘렸고, GS건설도 원전 조직을 확대해 기술 확보에 나섰고, 2022년 만들어진 ‘RIF Tech(Research Institute for Future Technology)’ 산하에 소형원전 Lab을 신설했다. 이 외에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엔니지어링, 포스코건설 등도 박사급 인력을 투입시키는 등 원전 분야에 대한 조직을 확대하며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선 그린 에너지 확대 등의 질적 성장을 동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그간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해온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이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발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린에너지 솔루션을 창출해가면서 ‘토탈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확고히 자리매김 하고자 나서고 있다.


◇‘신시장 개척’ 오너까지 발벗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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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대우건설 정원주회장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를 예방했다.(사진제공=대우건설)

 

업계에선 리스크가 커진 중동 시장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면서 미래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다각화된 신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오너까지 직접 나서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중흥그룹 편입이 완료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15개 국가를 방문해 9차례 현지 정상과 자리하는 등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 회장의 노력에 기여해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 사업’에 이어, 지난 8월 14일 베트남 타이빈성의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투자자로 승인을 받으며 해외도시개발사업 확대 전략의 본격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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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엔장 신도시’ 조감도 (사짅제공=대우건설)

 

전문가들은 현재의 해외 건설을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단계라고 평가했다. 국토연구원의 ‘해외건설 1조 달러 시대를 위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이 평가하며 “해외건설 산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1조 달러 시대에 대한 대비를 넘어 2조 달러 시대를 선도하는 중·장기적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건협 관계자는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해 보다 감소했지만 북미나 유럽 등 프로젝트 다각화 면에서 중·동부 유럽 중심의 에너지 독립성 확보를 위한 물류·에너지 인프라 사업 발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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