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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보다 강력한 '진짜부부'의 드라마 '슬픈연극'

평범한 부부의 달콤쌉싸름한 인생
실제 부부인 두 주연배우 열연

입력 2014-10-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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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슬픈연극’ 공연장면. (사진제공=극단 차이무)

 

 

몇 년 전 시작돼 최근까지도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은 힐링 열풍. 시간이 흐르며 방향이 웰빙과 제2의 인생 등으로 번졌지만 ‘잘 사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망은 여전하다.



심리학자들은 항상 마음의 기반을 가족에 둘 것을 주문한다. 특히 수십년간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부부의 심리변화는 곧 사회적 건강과도 직결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새지 않을 리 없다는 이야기다.

‘슬픈연극’은 병으로 인해 이별을 앞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첫 눈에 반해 30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과 아내. 이들의 말과 이면에 담긴 속마음을 풀어내며 큰 클라이맥스 없이도 유유히 흘러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하숙집 딸과 하숙생의 그렇고 그런 첫사랑 이야기, 결혼 후 자식과 아내를 위해 중동행을 택한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아내의 이야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나 했더니 외환위기로 도로아미타불이 된 이야기까지…. 30년간 이들이 함께한 삶이 각자의 입을 타고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흐른다. 그리고 끝내는 슬프게 이별하고 아내만이 집에 홀로 남는다.

세상 제일 재미있는 일이 불 구경, 싸움구경 다음으로 훔쳐보기인데 이들 부부는 때때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불쑥불쑥 작품에서 튀어나온다. 연극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인지 관객들은 이 잔잔한 이야기에 막장드라마보다도 빠르게 스며든다. 처음에는 배우들의 짤막한 질문에도 쑥쓰러워하던 관객들이 어느 새 중반이 지나면 “네, 아니요” 하는 단답형의 틀에서 벗어나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눌 만큼 몰입한다.

2인극인 만큼 ‘실제 집에서도 이럴까’ 싶은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남편 장만호로 출연하는 강신일, 김학선, 김중기와 부인 심숙자로 출연하는 남기애. 김정영, 이지현 모두 두말할 나위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김학선과 김정영은 실제 부부사이로 두말할 것 없는 호흡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민복기 연출은 최근 유머를 앞세운 작품들을 다수 쓰고 연출해왔으나 ‘슬픈연극’ 만큼은 특유의 웃음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이유는 공감에 있다. 연인은 먼 미래를, 부부는 지난 세월을 돌이켜 서로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자는 의도는 정확하게 관객을 파고든다. 덕분에 관객들은 작품을 보며 웃다가 애잔해하다가 결국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손수건이 다 젖도록 울고 난 뒤 환하게 불이 켜진 극장에서 바라보는 연인만큼 또 애틋한 것이 있으랴. ‘슬픈연극’은 수도 없이 검색해서 찾던 힐링도, 웰빙도 결국 내 손을 꼭 잡아주는 당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일깨워준다. 11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한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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