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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 '나 혼자 산다' PD 최행호 "장가 언제 갈거니? 잔소리 무서워"

입력 2015-05-13 09:00

1인 가구 470만 시대. 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무대 위 화려한 아이돌 가수도 예능 프로그램의 깐족 MC도 집에 오면 ‘나 혼자 산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싱글턴의 리얼 라이프를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돌아온 싱글(김용건), 비자발적 싱글(김광규), 지역 이주로 인한 싱글(육중완, 강남), 화려한 싱글(전현무, 이태곤) 등 다양한 싱글들의 삶을 조명한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MBC 최행호(39)PD 역시 싱글남이다. 전북 정읍 출신인 최PD는 올해로 싱글라이프 10년차를 맞는다. 

 

고교 시절에는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학 시절(고려대학교 신방과)은 외삼촌 집과 학교 앞 친구들의 자취방을 전전했다. 때문에 그가 기억하는 독립된 싱글라이프는 MBC에 입사한 2005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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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행호 '나 혼자 산다' PD

 

“MBC에 갓 입사했는데 마침 예능국 노총각 선배 두명이 여의도에서 자취하면서 룸메이트를 구했어요. 선배들의 월세방에 신입사원인 제가 또 월세로 들어간거죠. 그런데 말이 룸메이트지 직업이 PD라 그때부터 싱글라이프와 다름없었어요.”

지금은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인근 은평구 수색동에서 자취 중이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자전거로 10분 거리. 최PD의 일상은 의외로 단출하고 단조롭다. TV에 나오는 PD들의 화려한 삶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오에서 오후 1시 무렵 눈을 뜨면 허겁지겁 씻고 전기자전거로 회사에 출근한다. 첫 끼니는 회의실에서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치킨 치아바타. 오후 내내 작가들과 회의실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아이템을 짜내다 조연출, 작가들과 저녁식사를 한다.

 

밤에는 주로 편집실에서 편집을 하며 보낸다. 직업 특성상 퇴근 시간은 대중없다. 늦게 끝날 때는 새벽 3시에 퇴근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집에 와서 좋아하는 프리미어리그나 홈쇼핑을 보며 뒤척이다 잠이 든다. 간혹, 편집이 10시쯤 끝나는 날에는 상암동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나홀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새벽시간에 가면 관객이 거의 없거든요. 혼자 넓은 극장을 전세내서 영화 보는 느낌이 제법 쏠쏠해요.”
이렇게 말하곤 웃는데, 그 웃음이 멋쩍다.

 


◇ 40년 묵은 외로움 “주말 4시가 가장 허무”

40년 가까이 혼자 살다 보니 최PD에게 ‘외로움’은 오랜 친구같은 존재가 됐다. 친구들도, 신입사원 시절 함께 자취했던 선배들도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물론 꼭 결혼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이나 어머니의 잔소리, 건강한 노후에 대한 대비는 걱정이 된다.

“싱글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 눈치 안보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경기를 보기 위해 여자친구나 아내와의 약속을 취소하면 100% 싸움이 나겠죠. 또 제가 즐기고 싶은 취미를 위해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지도 않아요. 반면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힘들죠. 제가 4남매 중 장남인데 동생이 먼저 결혼했거든요.

혼자 사니까 먹는 게 부실해져서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일 없는 주말에 늦잠자고 일어나 세탁기 돌리고 짜장면이나 치킨으로 점심을 때우고 나서 하루의 끝이 보이는 3~4시 무렵이 가장 허무하고 외로워요.”


◇ 싱글과 가족에 대한 고민 덕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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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최PD의 리얼한 삶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최근 ‘나 혼자 산다’는 예능격전지인 금요일 심야 시간대에도 1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당초 ‘우리 결혼했어요’팀에 있던 최PD는 뒤늦게 ‘나 혼자 산다’ 팀에 합류했다. 이후 메인 연출자였던 이지선, 오윤환PD가 각각 인사이동 및 이직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최PD가 메인으로 자리잡게 됐다.

 

당시 MBC 내에서는 “시골에 계신 최PD 어머니가 아들이 ‘우리 결혼했어요’ 연출할 때는 바로 장가갈 줄 알았는데 ‘나 혼자 산다’팀으로 간다고 해서 상심이 컸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제 삶이 반영됐다기보다 프로그램 노하우가 쌓인 게 시청률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1인가구가 트렌드가 된 시기라 ‘화려한 싱글’을 생각하지만 진학, 취업, 돌싱이나 사별 등 비자발적 싱글도 적지 않거든요. 이런 세태와 싱글들의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게 시청자들에게 주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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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모습은 전현무와 육중완 사이”


 

최PD는 출연진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 특히 전현무, 육중완을 보면 자신을 보는 듯 친근하다며 웃는다.

“제가 사는 모습은 전현무·육중완씨의 중간 정도인 것 같아요. 현무씨는 집에서 어머니가 반찬을 갖다 주시는데 저도 정읍에 계신 어머니가 반찬을 보내주시거든요. 엄마표 반찬이 올 때면 몇 끼는 포식할 수 있죠.안 치우는 건 육중완씨랑 비슷한 것 같아요. 출연진 중 살림의 신은 김용건 선생님과 김광규 형님. 의외로 김용건 선생님이 깔끔하세요. 음식은 육중완씨가 잘해먹죠. 분식집 아르바이트를 오래해서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게 하는데 최근에는 ‘꽃게라면’을 맛있게 끓여줬어요.”


◇ 게스트로 초대하고픈 ‘싱글족 스타’

‘칙칙한’ 남성 출연진의 집에서 촬영하다 가끔 스페셜 여성 게스트의 집을 방문할 때의 느낌을 묻자 “왜 싱글녀들은 집에 옷을 쌓아놓고 있나요?”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여성 게스트들 집도 남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요. 다만 옷을 쌓아놓고 있는데 또 옷쇼핑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죠. 화장품은 그러려니 하지만 욕실에 샴푸가 여러 개 있는 것도 신기했어요. 남자들은 연예인이고 일반인이고 샴푸, 린스, 샤워젤 세개만 놓고 쓰거든요.”

추후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는 한류스타 김수현을 꼽았다.


“수현이가 신인시절 ‘김치치즈스마일’을 할 때 제가 조연출이었어요. 지금 성수동의 주상복합건물에 산다는데 한번 게스트로 초대하고 싶어요. 또 김용건 선생님 아드님인 하정우씨(싱글라이프)도 궁금하죠. 여성 게스트는 너무 많은데…하지원씨, 이영자씨, 윤여정 선생님, 김영애 선생님, 꼭 한 번 모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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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사진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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