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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금융사 ‘빨간딱지’, 결국 금감원장 때문?

입력 2015-05-12 18:29

금융사들의 ‘빨간딱지’가 사라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장 교체에 따른 결과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왜 나오는 것일까.



금융권에서 ‘빨간딱지’는 민원제기 건수가 많은 금융사에 붙는 일종의 공고문을 말한다. 금감원은 매년 소비자민원발생평가를 실시해 1~5등급까지 등급을 메기는데, 가장 성적이 좋지 않으면 5등급 금융사로 선정된다. 5등급으로 선정되면 은행과 보험, 카드를 막론하고 각 지점에 소비자민원평가결과 5등급으로 선정됐다는 공고문을 붙여야 했다. 또한 각 금융사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고객이 홈페이지에 접속시 민원이 많은 금융사라는 점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러한 빨간딱지 사라졌다. 금융사의 지나친 제제라는 요구가 먹혀 빨간딱지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은 빨간딱지가 금융사 임직원 스스로 자괴감을 들게 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시중은행 한 영업점 직원은 “민원평가 5등급 금융사로 선정되면 빨간딱지를 지점 문앞에 1개월간 붙여야 한다”며 “한달 동안 매일 아침출근하면서 이것을 볼 때 상당한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최소 빨간딱지가 붙어있는 기간에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추천할 수 없다”며 “고객을 만날 때 ‘민원을 제기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빨간딱지가 사라진 대신 민원평가 5등급 금융사는 각 홈페이지에 은행연합회나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 고객이 민원이 많은 금융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빨간딱지가 사라진 또 다른 배경에 대해 금감원장이 바뀐 것이 주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임 최수현 금감원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자신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민원척결을 꼽았다. 최 전 원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민원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과거 민원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민원감축대책’을 시행했다”며 “민원접수 단계에서부터 이상징후를 파악해 소비자피해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민원사전인지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보험업계가 민원이 가장 많은 금융권으로 꼽혀 미운털이 박혔다”며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거나 블랙컨슈머가 있어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전 원장 시절에는 민원 때문에 정확한 보험금 지급 산정에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이 민원척결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진웅섭 원장이 들어오면서 금감원 내부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원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사들이 좀 더 활발한 영업활동을 위한 규제완화가 더 우선시 된 것.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아무리 금융사가 빨간딱지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한들 금감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현재 당국의 기조가 ‘규제완화’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또 진 원장의 업무성향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진 원장의 성향이 자신의 업무 실적 등을 외부에 노출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금융사 민원평가 역시 이 같은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전임 원장시절에는 기획조사 등으로 인해 많은 공문을 금융사에 내려 보냈는데, 올해는 그런 것이 많이 줄었다”며 “진 원장은 자신이 언론 등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향으로 알고 있다”며 말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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