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금융권에 떠도는 '그림자 규제'… "금융산업 우간다보다 못해"

입력 2015-05-19 18:40

검찰이 19일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2013년 10월부터 진행된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을 전후로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다. 

 

검찰은 당시 채권단이 투자에 대해 난색을 표했으나 김 전 부원장보 등이 나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주식의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여신위원회를 열어 대주주 주식감자도 검토했으나 막판에 철회했다는 점은 금감원의 외압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경남기업 사례는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좌지우지하는 그림자 규제의 대표적 사례다.

그림자규제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기능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규제를 말한다. 

 

감사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내리는 구두지도나 현장지도가 대표적이며 경제적 해석을 내리는 유권해석도 이에 속한다.

올 초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그림자 규제가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정책목표 중 하나가 금융사의 자율권 보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모두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경기를 관리하는 심판의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었다. 

 

농협금융 회장이었던 당시 “명문화되지 않은 규제나 구두지도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던 그였기에 금융권에서 그림자 규제 철폐 기대감은 높았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금융권은 그림자 규제가 사라질 것에 대한 기대감은 쏙 사라졌다. 그것이 당국의 ‘힘’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법규 못지않게 그림자 규제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무엇이던 꼬투리가 잡혀 당국의 철퇴를 맞게 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 고위 관계자에게 왜 법적 근거도 없이 금융사에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리느냐고 물어본 적 있다”며 “그의 대답은 ‘그게 권력이다’였다”고 말했다.

그림자 규제는 금융당국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개 금융협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권이 일자리 창출을 못하고 있다. 이에 힘써달라”고 주문하자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계획이었던 은행들은 채용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지난해 기업들 배당성향을 늘리도록 지시한 것도 그림자 규제다. 

 

금감원은 2012년부터 배당성향을 18% 이내로 축소하도록 지시했었다. 물론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의 한마디에 배당성향 정책은 180도 바뀌었다.

그림자 규제를 하는 이유는 책임회피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규제를 했다는 증거가 없기에 당국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변액보험 수수료율 담합을 적발했을 때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지도로 예정이율을 똑같이 맞췄다고 주장했으나, 금감원은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금융권은 멍들고 있다. 

 

금융산업은 시장개척에 소극적으로 되고 시키는 일만 수행하게 됐다. 때문에 한국 금융시장은 선진시장이 되지 못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확대된 산업은 자율경쟁체제에서 성장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자율경쟁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국으로 압박으로 워크아웃을 실시한 경남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금융사 17곳은 출자전환을 포함해 총 8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그림자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이 세계 80위로 떨어졌다”며 “이는 우간다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규제개혁 끝장토론할 때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