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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대한항공 169일…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입력 2015-05-25 15:21

‘땅콩회항’ 사태로 우리 사회를 한차례 뒤흔들었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이번 사건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서 쌓아온 공공 이미지와 조양호 회장 및 경영진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대한항공이 내부 기업문화를 철저하게 혁신해 선진적인 조직문화를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점은 ‘득’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석방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회항’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석방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22일 서울서초동 서울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연합)


25일 업계에 따르면 ‘땅콩회항’으로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43일만에 석방되면서 대한항공은 한시름을 덜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의 사건은 조직 내 폐쇄적인 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와 함께 재벌 오너가의 갑질, 기업 이미지 실추 등으로 약 6개월 가까이 대한항공을 괴롭혀 왔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공공 이미지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에 걸맞는 경영이 아닌, 권위 중심의 가족 경영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민과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 실망과 분노감을 안겼다는 설명이다.



또 대한항공 내 구성원들이 평소에 체감했던 불평등에 대한 구체적인 확신을 갖게 되면서 노사간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게 됐다는 진단도 나왔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 전 부사장을 통해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경영진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봤다”며 “사회 불평등에 대한 많은 분노들이 조 전 부사장 개인에게 가면서 대한항공은 더 절박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조양호 회장 및 경영진들의 구심력이 다소 약해졌고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 맥신코리아의 한승범 대표는 “기업문화가 바뀌고 있는 흐름 속에서 대한항공의 구시대적인 경영형태가 문제가 된 것은 마땅하다”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한항공은 조직 내 통제력이나 구심력이 많이 상실됐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 대표는 “조양호 회장 역시 이번 사건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며 “노사간 깊어진 소통의 골이 빠르게 해소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 경영진은 지난 6개월간 땅콩회항으로 굳어진 기업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사내소통 채널 소통 광장 설치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대한항공이 땅콩회항을 통해 수 많은 것들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통해 진정한 선진 문화를 갖춘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는 반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은 득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쩌면 이번 땅콩회항 사건으로 직원들이 생각하는 내부 문제점이 일반 시민들의 입을 통해 드러났으니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조직 내 폐쇄성이 드러난 대한항공은 앞으로 개방적 조직을 위해 절차의 공정성을 높여나가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인기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대한항공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기업 내 공유 철학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할 수 있는 게기가 마련됐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 교수는 “대한항공은 갑질하는 가족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조직원들과의 공적인 목표를 위해 쇄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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