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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공청회’ 결국 무산… 정부VS노동계 갈등 고조

입력 2015-05-28 16:33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8일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선행되어야 하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에 대해 논의할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에 가로막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간마저 원천 차단됐다. 

 

노동계 단상점거, '임금체계 개편' 공청회 파행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에서 노동계 관계자들이 ‘노동시장 구조개악’ 중단을 요구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연합)


이에 노사정 대타협 결렬 이후 또다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고민을 얘기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하는 자리가 노조관계자들의 농성으로 원천 차단됐는데 반대할 때 하더라도 방식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며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한국노동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를 열었지만,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쳐 시작한 지 30분 만인 오후 2시쯤 무산됐다. 

공청회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 200여명이 피켓을 들고 행사장을 점거하면서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경찰고의 충돌 끝에 행사장으로 들어온 양대 노총 관계자들은 공청회장을 가득 메운 채 ‘임금삭감 강요하는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즉각 중단하라’, ‘근로기준법 위반하는 취업규칙 불법변경 박살내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축사를 하기 위해 입장을 시도했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반대에 막혀 발걸음을 돌렸다. 앞서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공청회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청회를 원천 봉쇄해 무산시키겠다는 방침이어서 진통이 예상됐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부문에도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번 공청회를 통해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었다. 관련법 개정이 어려운데다 노사 합의로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속도가 나지 않자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도입을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인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그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동자의 정년을 보장하되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불이익이라고 간주해 노조가 반대하면 도입이 어렵다. 

이에 정부는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고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다.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한 임금피크제는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날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고용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현재 정부는 내년 60세 정년 연장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력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우려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현행 58세 정년도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임금 삭감만 떠안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한 비용이 고용에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노총과 한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청회는 정부가 사용자들을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구색을 갖추려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 등 임금피크제 도입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강행할 경우 다음달부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다음 달 총파업 찬반투표를 해 7월 초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6월 말이나 7월 초 대규모 총파업집회를 하기로 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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