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나는 개엄마·냥집사다"

입력 2015-07-22 07:00

50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무란 뜻이다. 이제 집에서 키우는 동물은 단순히 좋아하고 귀여워하는(愛玩) 수준을 넘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픈 인생의 동반자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대략 10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도 무관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5.6%에서 2010년 23.9%, 2012년 25.3%까지 치솟았다. 단순수치로만 보면 약 250만 명의 싱글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오랜 싱글생활이 외로워서 혹은 새끼를 낳은 지인의 반려동물을 호기심에 입양하는 사례도 있다. 때로 지인이 파양한 반려동물을 들이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는 동물을 임보(임시보호)하다 동거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식구’라고 강조한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 때로 큐피드 역할도

 

51
강민정씨의 반려견 뭉크.

 

“뭉크와 함께 있다 보면 인간을 동물로 동물을 인간으로 여기게 돼요.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네트워크 중 특별한 만남이랄까요. 인간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채워지기 힘든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주죠.”

 

언론사 기자로 재직 중인 강민정(30)씨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개엄마’다. 그의 노견 뭉크는 강씨의 SNS를 통해 주변인들 사이에서 스타견으로 떠올랐다. 올해 12살 개로서는 이미 할머니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다소곳한 외모와 우수에 젖은 눈빛 때문에 팬이 적지 않다. 

 

대학시절 이모의 반려견이 낳은 새끼를 분양받은 강씨는 10여년 넘는세월을 함께 하다보니 어느덧 자신을 닮아가는 뭉크를 보게 된다며 웃는다. 강씨는 “가끔 뭉크가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뻔뻔하게 ‘어쩌라고’라는 눈빛으로 쳐다볼 때가 있는데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뜨끔하다”고 털어놓았다. 

 

 

52
고국진PD의 반려묘 토리

 

고국진(38) KBS PD도 SNS계의 유명 ‘냥집사’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자취 중인 고PD는 지인이 키우던 ‘노르웨이숲’ 종인 ‘토리’를 입양해 1년째 동거 중이다.

 

고PD는 “가족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 토리가 찾아왔다”며 “PD라는 직업의 특성상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집에 있을 때마다 토리의 눈을 보고 얘기를 많이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PD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토리를 위해 둘째 입양을 목하 고민 중이다.

나홀로 서울생활이 외로워 함께 한 반려동물이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홍보대행사 에이치엔에스에이치큐를 운영하는 김교식(34) 대표의 토이푸들 꼬미가 그 주인공. 김 대표는 “가끔 꼬미와 함께 한강변을 산책할 때면 지나가는 여성들이 꼬미를 안아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그는 “꼬미는 영특한 개다. 내가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하고 속상해서 누워있으면 옆에서 나라 잃은 표정을 짓곤 한다”며 “조만간 꼬미가 주인의 외로움을 알아채고 중매를 서주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53
김교식씨의 반려견 꼬미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싶지만 여건상 키우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자취 중인 학원강사 김동현(40)씨는 집주인의 반대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는 밤마다 자신의 자취방 창문을 방문하는 길냥이 세 마리에게 사료를 챙겨주기 시작하며 ‘캣대디’의 길로 들어섰다. 

 

행여 정이 들까 이름도 짓지 않고 ‘애기냥’, ‘고등어’, ‘노랭이’라고 부르지만 의외의 친화력을 발휘하는 길냥이들에 김씨도 푹 빠졌다. 그는 “예전에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도망가기 바빴던 길냥이들이 이제는 문 앞에서 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비록 집안에서 키우지 못하고 길에서 사는 묘생이지만 내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애정을 과시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책임감이다. 강아지 챠챠를 키우는 요가 강사 허미란씨는 “외롭다고 무턱대고 반려동물을 들이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다. 내가 외로운 만큼 반려동물도 외로워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민정씨 역시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주인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풀거나 마구잡이로 대하는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총알’도 무시 못한다. 사료, 장난감, 화장실(고양이 모래) 등 들어가는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려동물이 아파서 동물병원에 데려가면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 치료비가 나오기도 한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병원비를 위한 통장을 따로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보험도 출시돼 반려인들의 부담을 다소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akxrltpdy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