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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요리초보 싱글남의 '삼시세끼' 도전기

입력 2015-08-19 07:00

 

[인포]56

 

“참 쉽쥬?”
아니 아니 절대 쉽지 않다. 시키는 그대로 했다. 하지만 그 맛은 기대와는 다르다.

 

애써 만든 요리를 버려야 하나, 지저분해진 주방은 언제 다 치우나, 요리에 대한 만족감보다 짜증이 앞선다. 요즘 세상은 남자에게 ‘요리’를 강요한다. 하지만 냉장고에 지금 뭐가 들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싱글남에게 요리란 쉽지 않은 도전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셰프에게 냉장고를 맡기지만 일반인은 요리를 부탁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TV는 자꾸만 남자에게 요리를 하란다.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란 별 괴상한 수식어까지 만들면서.

 

자취생활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31살 싱글남의 삼시세끼는 아침은 굶고 점심은 밖에서 먹고 저녁은 술자리다. 집에서 먹는 밥은 라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제는 집밥이 그립다. 요리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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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이면 충분해?… 김풍의 '연복풍 덮밥'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3가지 테마를 정했다. 그중 첫 번째가 ‘간단한 요리 과정’이다. 고르고 고른 도전할 요리는 ‘냉장고를 부탁해’ 싱글남 케이윌 편에 나온 ‘연복풍 덮밥’이다.

 

필요한 재료는 크래미, 대파, 팽이버섯, 계란, 전분, 다진 마늘, 다진 생강, 고춧가루, 간장, 맛술, 참기름. 시작부터 난관이다. 혼자 사는 남자 냉장고에 저런 재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저 중에 냉장고에 있는 것은 라면에 풀어 먹는 계란, 밥 비벼 먹는 간장과 참기름뿐이다. 그나마 참기름도 떨어졌다.

레시피는 간단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길게 채 친 대파, 잘게 찢은 팽이 버섯과 크래미를 넣고 볶는다. 여기에 고춧가루, 전분, 간장, 다진 마늘, 맛술을 넣으면 끝. 레시피대로 양념을 넣으니 색깔이나 모양은 그럴싸하다. 그런데 자꾸만 음식이 프라이팬 바닥에 눌어붙는다. 뒤늦게 전분물을 더 붓긴 했지만 결국 태우고 말았다.

맛은 나쁘지 않다. 다만 맛술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매콤하기 보다는 단맛이 강해서 아쉬웠다. 양 조절에도 실패해 나중에는 맨밥만 남았다. 급하게 조미김을 꺼내 남은 밥을 긁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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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위한 필살 레시피… 최현석의 '한우스테이크&라타투이'

장을 보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스테이크용 고기를 샀다. 요리와 거리가 먼 싱글남이 마트에서 고기를 고르는 것은 아마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가장이 아내를 위해 꽃을 사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드문 경험이다.

 

그것도 미역국에 넣는 국거리가 아닌 스테이크용 한우라니… 이는 무뚝뚝한 경상도 가장이 아내를 위해 빨간 장미꽃을 사고 가로수길 디저트 전문점에서 뉴욕 치즈케이크를 사는 확률과 같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이날은 소심했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고기 밑간을 할 때 굵은 꽃소금을 뿌리고 후추도 직접 갈아서 넣는다.

 

그런 굵은 꽃소금과 통후추를 살까 했지만 재료비 걱정에 집에 있는 소금과 가루 후추로 대신했다. 그 결과 후추 한 뭉텅이가 고기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고기를 들어서 탈탈 털어도 보고 숟가락으로 파내도 봤지만 이미 고기는 후추와 한몸처럼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법인카드로 사면서도 재료비를 걱정하는 ‘을’ 기자의 마음을 회사가 알아야 할텐데…

라타투이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냄비(원래 프라이팬에 해야 하지만 싱글남은 셰프들처럼 조리도구가 충분하지 않다)에 자른 호박, 가지, 파프리카 등을 넣고 토마토 통조림 소스를 넣으면 된다.

먹어 보니 토마토 소스 맛이다. 라타투이에 삶은 브로콜리와 아스파라거스, 구운 스테이크를 곁들이면 하나의 근사한 요리가 완성된다. 스테이크 소스는 레드 와인과 버터를 넣어 끓였다. 살짝 느끼한 와인 맛이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보기엔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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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열풍의 주역… 백종원의 '만능간장'

마트는 tvN ‘집밥 백선생’에서 소개된 만능간장의 인기를 재빠르게 수용했다. 정육 코너에는 따로 광고판까지 제작해 만능간장용 고기를 팔고 있다. 덕분에 재료는 쉽게 살 수 있었다.

 

혼자 산다고 하니 점원은 300g이면 충분하다며 알아서 고기를 담아 준다. 설탕이랑 간장이 있는 곳도 알려줬지만 집에 있는 재료여서 사지 않았다.

 

대신 만능간장으로 만들 반찬을 위해 우엉과 두부를 샀다. 정확한 계량을 위한 종이컵도 잊지 않고 카트에 담았다.

이건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종이컵으로 정확하게 계량했는데도 만능간장은 짜다. 짜도 너무 짜다. 설탕을 넣을까 잠깐 망설이다 만능이라도 간장이니 짠 게 당연한 것 같아 그냥 뒀다.

 

어차피 반찬 만들 때 쓰는 용도의 간장이니까. 레시피에 다르면 우엉조림은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우엉을 볶다 물과 만능간장을 넣고 졸이면 끝이다. 그런데 역시 짜다. 설탕을 한 스푼, 두 스푼 넣어도 짜다. 뒤늦게 물을 더 넣었지만 이미 간장을 잔뜩 흡수해버린 우엉은 원래 상태로 돌아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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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김동민 기자

 

이날 계획은 우엉 조림과 두부 조림으로 저녁을 먹는 거였다. 하지만 우엉 조림이 실패하자 모든 게 귀찮아졌다.

 

오전 10시 연복풍 덮밥을 시작으로 저녁 8시까지 주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주방이라고 할 것도 없다.

 

원룸 한 쪽에 마련된 조리대는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나 열악하다. 엉망이 된 집안을 둘러보니 한숨이 나온다.

싱글남이 요섹남으로 탈바꿈 하려면 그럴싸한 주방이 있는 집과 요리를 할 수 있는 여유가 먼저다.

 

대체 무슨 일을 해야 넓은 주방이 있는 집을 사고 여유롭게 요리를 하며 살 수 있을까. 요섹남을 꿈꾸기엔 현실이 전혀 섹시하지 않다. 결국 뒤늦게 치킨을 배달시켰다. 그날의 삼시세끼 중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글·사진=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인포그래픽=현예진 기자 yesjin.hy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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