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당신은 대한민국을 얼마나 믿고 사십니까?… 한국 저신뢰 사회 징후

[금주의경제학] 신뢰도 설문조사로 본 우리사회 자화상

입력 2016-01-20 07:00

최근 종영한 TV프로그램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주민들의 모습은 팍팍한 현대인들에게 많은 감동을 이끌어 냈다. 동네 주민들이 서로 살뜰히 챙겨주고, 이웃의 일을 자신의 일인 것 마냥 발벗고 나서는 모습은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들에게는 있지만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없는 그것은 바로 ‘신뢰’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저신뢰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신뢰도는 그 사회가 다음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만큼 경제적 효용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Francis Fukuyama)는 자신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경제활동의 대부분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나며, ‘사회적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물건을 팔 때 위조지폐 여부를 살펴봐야 하고 살 때는 모조품이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불필요한 거래 비용이 넘쳐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최근들어 저신뢰 징후를 보이며 정부나 미디어, 기업 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의 사회에 타인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 정도일까.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신뢰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타인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4.9%)이 자녀들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거나, 그렇게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51.9%)보다는 여성(57.9%), 그리고 젊은 층일수록(20대 59%, 30대 56.6%, 40대 55.4%, 50대 48.6%) 이런 의견이 강한 모습이었다.

자녀세대에게 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부터 하라고 가르치는 마당에 당연히 타인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선도 고울 리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한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21.3%)에 불과했다.

지역 사람(16.8%)과 이웃집 사람(19.5%), 고향 사람(23.6%), 동문(24.9%)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낮았다. 상대적으로 친척들을 신뢰한다는 응답(38.7%)이 높은 편이었으나, 이 역시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래도 가족을 향한 믿음만큼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83.3%가 자신의 가족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특히 중·장년층(20대 82.4%, 30대 79.4%, 40대 85.6%, 50대 85.8%)이 가족을 더 많이 믿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에 대한 믿음 역시 매우 미약했다. 정부를 신뢰한다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8%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50대(15%)와 보수성향(19.6%) 응답자가 정부에 대한 신뢰수준이 평균에 비해서 높았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단 2.8%만이 대부분의 정치인들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의견 역시 전체 14%에 그쳐, 전반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시민단체에 대한 믿음이 큰 것도 아니었다. 10명 중 1명 정도(11.6%)만이 시민단체를 신뢰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TV에서 나오는 뉴스와 종이신문에 나오는 기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각각 29.7%, 25.2%로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다만 정치성향이 보수적일수록 TV뉴스(진보 21.4%, 중도 28.4%, 보수 42.9%)와 신문기사(진보 18.2%, 중도 23%, 보수 39.7%)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의심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전체 절반 정도(47.7%)가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인지 의심한다고 밝혔으며,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가 사실인지를 의심한다는 의견도 10명 중 4명(41.1%)에 달했다.

특히 진보성향을 가지고 있을수록 정부발표(진보 63.7%, 중도 46.8%, 보수 33.2%)와 언론 뉴스보도(진보 55.7%, 중도 39.2%, 보수 31.4%)에 대한 의심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또한 2명 중 1명(48%)은 상품 구매 시 해당가격이 믿을 만한 가격인지 의심하고 있었으며, 4명 중 1명(24.8%)은 평소 대화하는 도중 상대방의 말이 사실인지를 의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전 국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던 ‘메르스 파동’이 우리 사회의 신뢰수준을 더욱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10명 중 7명이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정부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68.6%)과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불신(66.8%)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메르스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과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는 의견도 각각 58.5%, 54.7%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반면 메르스 이후에 한국사회 전반에 믿음이 생겼다는 응답은 단 4.2%뿐이었다. 정부가 메르스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과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고 생각하거나(7.4%), 발표에 진정성을 느꼈다는(5.3%) 사람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또한 메르스 이후 정부에 대한 믿음(4.8%)과 미디어에 대한 믿음(5.8%),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4.7%), 일반시민들에 대한 신뢰(7.8%)가 생겼다는 의견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다만 가족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메르스 이후 내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데 10명 중 6명(60.3%)이 동의한 것이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메르스 파동을 계기로 가족에 대한 관심(20대 51.4%, 30대 59.6%, 40대 62.6%, 50대 67.6%)을 많이 가지게 된 모습이 뚜렷했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브릿지경제 핫 클릭
브릿지경제 단독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