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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상호 감독 "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 포인트는 '현대인의 사회성'"

[人더컬처]영화 '부산행'부터 프리퀄 '서울역'까지, 연상호 감독

입력 2016-07-27 07:00
신문게재 2016-07-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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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로 해외 영화제에서 두각을 보인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부산행'은 지난 작품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사회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사진=양윤모 기자)

 

영화 ‘부산행’ 인기가 심상치 않다. 개봉 전 유료시사로 관객의 입소문을 끌어 모은 영화는 개봉 직후 그동안 모았던 힘을 폭발시켰다. 정식 개봉일인 20일 하루에만 87만2389명이 극장을 찾았고 개봉 주에 누적관객수 600만을 가뿐히 넘어섰다.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로 서울이 혼란에 빠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KTX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치는 과정을 담았다. 시작은 감염자 1명이다. 하지만 이 한 명이 순식간에 다른 승객을 감염시키고 기차 안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 속에서 아이의 아빠, 임산부 아내를 둔 남편,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등이 좀비의 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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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출연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연상호 감독의 모습.(사진제공=NEW)

 

영화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로 해외 영화제에서 두각을 보인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지난 작품에 담긴 날카로운 사회성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는 바로 이것이 한국형 좀비 영화로서 ‘부산행’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좀비 영화가 예술성을 우선하는 ‘칸 국제영화제’에 소개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도 초청 소식을 듣고 상당히 놀랐죠. 가서 보니 그들은 영화에 담긴 사회성에 주목했어요. 보통 좀비 영화라면 그저 도망치고 죽이고 그런 것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부산행’은 인간의 이기심과 사회의 단절 등 현대인의 특징을 꼬집죠. 한국에서 좀비 영화는 마니아적인 요소가 강했지만 그 속에 여러 요소가 더해지며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영화는 10~20대뿐 아니라 중·장년 관객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좀비가 우리의 생각처럼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에서 이런 장르 영화를 만드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에요. 특히나 좀비라니…. 제작사에서 믿고 투자해줬지만 저는 의구심이 항상 있었어요. 칸에 다녀와서도 그래요. 일단 해외 반응은 좋은데 좀비 영화가 낯선 한국에도 좋아할지 의문이었죠. 흥행은 모르지만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확신은 있었어요. 한 번은 야외 촬영을 하는데 연세가 지긋한 분이 와서는 ‘좀비 영화 찍네’라고 하셨어요. 좀비를 전혀 모르는 장인어른도 VIP 시사로 보시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부산행’의 연상호감독 인터뷰 촬영5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사진=양윤모 기자)

 

‘부산행’의 현재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공이 컸다. 이는 ‘부산행’의 앞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제작사 NEW는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긴 영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감독은 이를 거부하고 그 뒷이야기를 다룬 지금의 ‘부산행’을 기획했고 NEW도 그것에 동의하면서 본격적인 제작이 진행됐다.

배우들은 연상호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는 감독이라고 표현한다. 애니메이션을 하다가 처음 실사 장편, 그것도 115억이란 엄청난 돈이 투자된 영화임에도 감독은 뚝심 있게 본인의 생각을 밀고 나갔다.

“영화는 미묘한 선택의 연속이에요. 감독이 자신감이 없으면 영화가 최종적인 그림과 방향성을 가질 수 없죠. 그런 측면에서 고집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영화 끝부분에 보면 신파적인 요소가 들어가요. 일부는 관객몰이를 위한 투자사의 입김이라고 하는데 그건 제가 넣은 거예요. 오히려 투자자에서 너무 감상적이지 않냐는 지적을 했죠. 저는 처음부터 영화적 미학을 포기하고 좀비를 대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연상호 감독에게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제작의 차이점을 물었다. 그러자 제일 먼저 스태프의 전문성을 언급했다.

“애니메이션은 저예산 작품이에요. 엄청난 돈이 들어간 ‘부산행’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죠. 다만 아직 규모가 작은 애니메이션 산업과 영화를 비교할 때는 그 전문성에서 큰 차이를 느꼈어요.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은 한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목소리 연기를 하는 등 많은 일을 해요. 돈이 부족하니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는 거죠. 반면 상업 영화는 촬영, 조명, 분장 등 모든 스태프가 전문화돼 있어요. 그래서 작업하는 것이 아주 수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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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은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여기엔 ‘부산행’ 초반 기차에 탑승한 감염자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은 배우 심은경이 목소리 연기를 해 두 작품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 외에 류승룡, 이준도 목소리를 더했다.

“은경씨는 ‘서울역’ 작업이 끝나고 ‘부산행’을 한다고 할 때 본인이 먼저 출연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초반에 등장하는 작은 역할에 은경씨가 출연해줘서 너무 좋았죠. 그 짧은 역할 때문에 좀비 동작 트레이닝도 받았어요. 그의 연기는 앞으로 등장할 좀비의 모델이 되는 중요한 역할이었죠. 첫 장면에서 괴물이기보다는 소시민으로서, 그저 뇌에 문제가 있어서 공격성을 띄는 좀비의 모습을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부산행’은 결과를 미리 말하는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는 죽고, 다른 일부는 살아남는 영화의 특성상 스포일러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영화를 보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당연해요. 다만 악의적으로 퍼트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스포일러는 자제해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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