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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기대주 최두호, 표도르 교훈 새겨라

입력 2017-01-02 11:44

UFC 206 Mixed Martial Arts <YONHAP NO-1768> (AP)
올해 UFC무대에서 가장 핫한 파이터로 등극한 최두호. 세계 정상을 노리려면 최고 수준의 코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연합뉴스
‘환경이 재능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도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0,러시아)는 유일하게 황제라는 닉네임이 잘 어울렸던 선수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누구보다도 늠름했기에 팬들은 물론 파이터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됐다. 표도르라는 이름이 MMA의 공식브랜드처럼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표도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MMA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예전처럼 존재감만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심지어 들끓던 안티 팬들마저 예전 같지 않다. 표도르라는 이름이 언급 되어도 더 이상 시끄럽지 않은 분위기다.

한창때의 표도르는 ‘혁명’, ‘파격’ 등의 단어가 어울리는 MMA계의 선구자적 존재였다. 당시 헤비급 기준으로 봐도 작은 편에 속하는 사이즈였지만 뛰어난 기술과 유연한 몸놀림 그리고 탈 헤비급 스피드를 내세워 상대의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깼다.

전성기 미르코 크로캅은 K-1 정상급 선수답게 MMA파이터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타격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약점이라면 그라운드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지만 빼어난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으로 대부분 상대들은 그래플링 싸움을 해보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크로캅과의 승부에서 표도르는 그래플링을 고집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핸드스피드를 자랑하며 장기인 러시안훅을 앞세워 스탠딩에서 맞불을 놓았다. 표도르의 그라운드를 경계하고 있던 크로캅은 의외의 전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선수는 초반 스탠딩에서 맹공을 주고받았고 이후 진이 빠진 크로캅을 표도르가 어렵지 않게 그라운드에서 압박해 승리를 가져갔다.

강력한 레슬러 출신 마크 콜먼과의 대결에서는 구태여 힘으로 맞서지 않았다. 콜먼은 테이크다운 능력은 좋았지만 그라운드에서의 디테일한 플레이는 떨어졌다. 고전 레슬러스타일답게 넘겨 뜨린 후 힘으로 압박했다. 표도르는 콜먼에게 태클을 허용해 그라운드로 끌려갔지만 유연한 몸놀림에서 나오는 리버스 암바로 쉽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표도르의 존재로 가장 큰 손해를 본 선수는 단연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다. 당시 기준으로 봤을 때 노게이라 역시 파격적 스타일의 파이터였다. 거대한 헤비급 선수가 정교한 주짓수테크닉을 갖추고 있던 것 만도 대단했거늘 한 술 더 떠 스탠딩에서의 복싱에도 능했다. 표도르만 아니었다면 한동안 ‘황제’의 명성을 가져갔을 것이 분명하다.

표도르는 첫 대결에서 노게이라의 가드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 거침없이 파운딩을 치며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이후 3차전에서는 테이크다운 방어와 아웃파이팅을 통해 승리를 챙겼다. 노게이라 입장에서는 표도르와 동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는 것이 원통할 정도였다.

그런 표도르였지만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프라이드 몰락 후에는 명성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한방 파워를 키워 스탠딩에서 카운터를 노리는 전략으로 잠깐 반짝 했지만 이후 타격, 그라운드 어느 쪽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사이즈와 파워가 딸려 예전처럼 올라운드 플레이가 힘든 상태에서 별다른 변화도 없었던 것이 몰락의 이유다. 상대의 예상을 깨던 파격적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최근 가장 핫한 코리안 파이터 최두호(25,팀매드) 입장에서도 참고할만하다. 최두호는 근래 등장한 아시안 파이터 중 재능적인 부분에서는 탑급으로 평가받는다. 해외 팬들은 물론 UFC에서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표도르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시대 흐름을 함께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힌다. 그만큼 현추세는 빠르게 급변한다. 표도르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과는 너무도 다르다. 최두호 역시 여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

물론 표도르처럼 시대 변화를 역행하고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국내 지도자나 체육관들의 능력은 세계 명문팀처럼 최정점에 올라있는 상태가 아니다. 각종 노하우나 전체적 선수층에서 발전하고 있는 단계다.

최두호가 세계 정상을 노리기위해서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르침을 받으며 재능을 살려야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아직 보여줄 것도 많고 기량으로도 무르익는 시기라 지금을 놓치면 발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UFC에서도 키워주려 할 때가 기회라는 지적을 되새길 때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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