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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프리즘] SK 최태원·LG 구본무 사이 '반도체 빅딜'에 얽힌 사연

LG그룹과 SK그룹, 전격적인 LG실트론 '빅딜' 성사

입력 2017-01-24 10:31

최-구
최태원(좌) SK그룹 회장과 구본무(우) LG그룹 회장.(사진은 각 사)

 

재계 3위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4위 LG그룹 구본무 회장 사이 전격적인 반도체사업 ‘빅딜’이 재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LG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과 굴기를 보여줬고, 구 회장은 사연 많은 반도체 사업을 사실상 접게 됐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와 SK㈜는 전날 각각 이사회 승인을 거쳐 ㈜LG가 보유하고 있는 LG실트론 지분 51% 전량을 SK㈜에 매각키로 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격 공시했다. 양수도 규모는 6200억 원(주당 1만 8139원)이다. LG실트론은 반도체 기초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해 국내외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고 있으면, 주력 제품인 300밀리미터(㎜) 웨이퍼 시장에서 약 14%의 점유율로 세계 4위 규모이다. 양사 간 이번 ‘빅딜’은 규모 면에서 상징성 면에서 지난 2014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화학사 빅딜을 연상케 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번 LG실트론 인수를 통해 신성장 동력으로 찜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그 중심에 지난 2012년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을 통해 인수한 당시 반도체 업계 3위였던 SK하이닉스가 자리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메모리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체적인 순위에서는 5위권(2015년 기준)이다.

더 나아가 최 회장은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빅3’ 이상을 노리고 있다. 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반도체 가격이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주력 제품인 디램(DRAM)으로 재미를 보고 있고, 약점으로 분류됐던 낸드(NAND) 플래시메모리 사업도 가격 상승에 따른 호조세가 뚜렷하다. 이에 IBK투자증권 등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8% 늘어난 21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124% 증가한 7조 2000억 원으로 전망할 정도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대규모 투자를 통해 평택 등에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최 회장은 최근 반도체·바이오·전장사업 등 신성장 동력인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인력 수혈에 나서는 등 의욕적이다. SK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전략은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성이 다소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간 업무 경계를 허물어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통신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등에서의 융합을 통한 차별화와 시장 경쟁력 강화가 포커스다.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 C&C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신사업 간 융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46조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8월부터 오는 2019년 6월까지 총 2조 2000억 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과 클린룸을 새로 짓는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그룹은 2012년 2월 SK의 계열회사인 SK텔레콤이 세계3위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재계 3위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M&A 유전자’를 확보한 명성을 그대로 이어나가게 됐다.

특히 SK의 이번 LG실트론 인수를 통해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이 SK하이닉스의 원재료 비용을 절감시켜주는 등 시너지가 예상되고 있다. SK 입장에서는 이번 LG실트론 인수는 ‘글로벌 빅3’로 가는 ‘천군만마’이자 ‘신의 한수’인 셈이다.

이와 함께 LG실트론을 SK그룹에게 판 LG그룹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물론 LG실트론에 담긴 LG그룹 나름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사연은 무시할 수 없지만, 매각가 6200억 원을 통해 향후 자동차 전장사업 강화를 위한 시드 머니 등 신사업 발굴에 긴요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LG그룹은 국내 최고의 가전 등 전자업체의 명성만큼 반도체 사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LG그룹은 주력 전자사업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필요한 반도체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 1999년 정부의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현대로 넘긴 사연이 있다. 이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LG그룹이 전경련을 주요 대기업에서 처음으로 탈퇴하게 된 배경으로도 다시 꺼내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일을 계기로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 회장단 회의 등 행사에 불참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과정을 거쳐 LG전자는 LG실트론에 이어 지난 2014년 실리콘웍스 등을 사들이는 등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과 LG이노텍(LED 칩 웨이퍼), LG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용 인셀 칩)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이 집중화되지 못하다 보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면서 LG실트론을 SK그룹에 파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LG그룹은 매각을 통해 얻은 실탄으로 신사업 발굴 등에 나설 것으로 보여 사실상 접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만회도 예상되고 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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