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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돌연 자진사퇴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

입력 2019-01-08 17:47

(FILE) UKRAINE WORLD BANK JIM YONG KIM
감용 세계은행 총재가 기후변화 관련 민간 부문에서 일하기 위해 총재직을 떠나겠다고 전격 발표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


독불장군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선 도저히 뜻을 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세계은행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인가?



임기를 3년 여나 남겨놓은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8일(한국시간) 돌연 “다음달 1일 총재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혀 그의 사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 세계은행 이사회 후 성명을 내고 “극심한 빈곤을 끝낸다는 사명을 가진, 위대한 기관의 헌신적인 직원들을 이끌고 빈곤 없는 세상으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특권이었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재는 성명에서 왜 갑자기 물러나는지,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김 총재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 메일에서,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민간 기업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 총재는 이것이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주요 이슈와 신흥시장의 인프라 부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세계은행 안팎에선 김 총재의 갑작스런 사퇴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가 기후변화 정책이나 세계은행의 개도국 대출 정책 등에서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글로벌 이슈에서 김 총재와 트럼프 행정부는 자주 부딪혔다. 트럽프 대통령은 미국 석탄산업의 부활을 공개선언했는데 세계은행은 관련 지원을 중단했다. 외신들은 세계은행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중국에 대한 대출 규모를 줄이는 ‘굴복’의 역사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16.05%의 투표권과 총재 거부권을 가진 미국과 자신의 소신대로 대적하기엔 역부족임을 김 총재가 절감했다는 해석이다.

AP통신도 “김 총재의 예기치 않은 퇴임은 미국이 세계은행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해 불만을 지닌 다른 나라들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치열한 싸움을 촉발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내부 구조조정을 둘러싼 세계은행 직원연합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부분도 김 총재의 중도퇴진 사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나 가디언 등 영국계 언론들도 “김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에 밀려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설에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인 독주과 압박 속에서 그나마 세계은행을 방어해 온 김 총재마저 없어질 경우, 자칫 세계은행 회원국들 간 또 다른 다툼으로 확전 될 가능성도 엿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총재는 지난 2012년에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를 맡았고 이어 2016년 9월 연임에 성공해 2017년 7월 1일부터 5년이 더 보장돼 있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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