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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어나더 컨트리’ 파울러 역의 이주빈(왼쪽)과 최정우(사진=강시열 작가) |
“너무 서운해요.”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사라지길 바라는 파울러에 더블캐스팅된 이주빈과 최정우는 “첫 대본리딩 때 인사도 하기 전에 우리는 닮았다” 했을 정도로 한눈에 알아본 친구들다. 가이 베넷 역의 연준석, 원캐스트로 멘지스를 연기할 이태빈이 서운함을 표할 정도로 잘 맞는 ‘소울메이트’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풀어낸 줄리엔 미첼 작품으로 1930년대 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영국 명문 공립학교의 게스코인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사회, 권력에 대한 이야기다.
1981년 그리니치 씨어터에서 첫 선을 보이고 198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 입성했던 ‘어나더 컨트리’는 루퍼트 에버릿(Rupert Everett),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 콜린 퍼스(Colin Firth),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 등이 무대에 올랐던 신인등용문 같은 작품이다.
이주빈과 최정우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가이 베넷(박은석·이동하·연준석, 이하 가나다 순)과 마르크스를 신봉하는 토미 저드(문유강·이충주)가 속한 학교의 기숙사 선도부로 이주빈의 설명처럼 “야만적이고 냉혹하지만 외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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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어나더 컨트리’ 파울러 역의 이주빈(사진=강시열 작가) |
몇몇 배우들이 논란이 될 장면으로 꼽은 가이 베넷의 ‘엉덩이 여섯대’의 핵심 인물이다. “제가 너무 세게 때려서 진짜로 아프면 어떡하죠”라며 걱정하는 듯 하던 이주빈은 “(연)준석아 기대해”라며 껄껄거린다.
이주빈은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의 이승엽으로 낯익은(이호석) 배우로 바이올린, 중국어, 승마가 취미다. 연극 ‘스물’ ‘연애플레이리스트’에 출연했던 최정우는 ”모두가 떠나길 바라는“ 파울러를 연기하면서 외로움이 늘었단다.
◇자유로운 나비, 파울러 이주빈
“진짜 좋은 형.” 오디션 동기들이 한결같이 이렇게 평하는 이주빈은 신인 배우들 중 맏형이다. 스스로를 “자유로운 나비 같다”고 표현한 이주빈은 “어려서부터 마음을 열고 고민을 잘 들어주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에 대해 오디션 동기들은 “오디션, 워크샵, 프로필 촬영장에서 세 번 보고 연습실에서 만났는데 너무 반갑게 인사해주던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랑 진짜 비슷해요. 장난기도 심하고 깊은 생각도 많이 하고 친구들이랑 막걸리 한잔 하는 걸 좋아하고…하루하루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대부분이 동생들인데도 철저하게 동료로 대하죠.”
최정우의 말에 멘지스 이태빈은 “되게 착하다. 진지함과 유쾌함이 잘 섞인 매력적인 형”이라며 “잘 챙겨주고 애교도 되게 많고 먹는 것도 되게 좋아한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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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어나더 컨트리’ 파울러 역의 이주빈(왼쪽)과 최정우(사진=강시열 작가) |
“남자배우들만 있다 보니 연습이 에너제틱합니다. 쉬는 시간에 종종 컵 차기를 하는데 나이차가 있어선지 저는 숨이 좀 찹니다.”
연습실 에피소드를 전한 이주빈은 “뮤지컬만 하다가 연극으로는 첫 도전”이라며 “오직 연기, 감정만으로 관객들을 집중시켜야 하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모두가 다르게 태어나고 삶과 환경이 다른 것처럼 인생의 우여곡절,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어 “이 작품의 매력은 정말 다른 성격을 가진 11명의 캐릭터 같다”고 덧붙인 이주빈은 “정말 간결하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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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어나더 컨트리’ 파울러 역의 최정우(사진=강시열 작가) |
◇차갑지만 따뜻하고 때로는 미지근한! 파울러 최정우
“장난기도 심한데다 저랑 비슷해요. 파울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죠.”
같은 파울러 역의 이주빈의 말에 토미 저드 문유강은 “되게 좋은 사람”이라며 “정이 많고 사람 챙기는 걸 좋아하고 파이팅이 넘친다”고 덧붙였다.
“파울러는 게스코인 기숙사의 선도부로 규율과 규칙은 엄격히 지켜야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에요. 기숙사의 명예를 무엇보다 중시하죠.”
이어 최정우는 “차갑거나 남들이 보기에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다 보니 파울러의 냉철함과 그 대사들이 처음엔 어려웠지만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커닝햄의 ‘중요한 건 경험의 결실이 아닌 경험 그 자체이다’라는 대사가 뇌리에 남아요. 연습실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며 노력하는 모습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죠.“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 대해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재의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배우 이전에 좋은 인성과 겸손함을 가진, 내면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을 만나든 저만의 색으로 깊은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매번 새롭고 발전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공연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내 속의 수많은 모습들을 찾아 차곡차곡 담아내 진하게 나이 들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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