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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뮤지컬 ‘웃는 남자’ 규현 “누군가의 의미가 되기 위해!”

입력 2020-02-08 19:00

규현
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소집해제 후 다른 제안들도 있었지만 뮤지컬 쪽으로는 ‘웃는 남자’로 컴백하고 싶었어요. 사회복무요원 시절에 재밌게 봤고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공연을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한 회차가 끝나면 또 다음 회차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 정도죠.”



뮤지컬 ‘웃는 남자’(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그윈플렌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슈퍼주니어의 멤버 규현은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2016년 마지막 작품 (‘모차르트!’) 이후 3년 반 정도 무대를 안하다 하니까 겁이 좀 많이 났었죠. 연기도 그렇고 감이 떨어졌을까봐요. 하지만 연습을 좀 더 많이 참여하다보니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아요.”

뮤지컬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이다.

2018년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사회 부조리, 인간성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팽배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상태로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성장과정을 따른다. 그의 성장과정에는 양아버지인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또 다른 종류의 결핍으로 방황하는 조시아나(신영숙·김소향) 등 기괴하고 매혹적인 캐리릭터들이 함께 한다.  

 

[2020 웃는남자] 6. 나무 위의 천사_규현ⓒEMK Musical Company
뮤지컬 ‘웃는 남자’ 중 ‘나무 위의 천사’를 부르고 있는 그윈플렌 역의 규현(사진제공=EMK뮤지컬)
“(그윈플렌의) 입이 찢긴 분장이 거슬리기 보다는 자신감이 넘쳐요. 진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느낌이거든요. 불편하다면 먹고 마시고 양치질이 힘들다는 정도죠.”


◇1막 규현표 발라드, 2막은 힘 있게

“1, 2막을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요. 1막까지는 규현표 발라드예요. 데아라는 캐릭터와 화음을 맞추면서 하는 넘버들이 많아서 좀더 감미롭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1막은 좋은 화음을 만들기 위해, 2막부터는 솔로로 끌어가는 부분이 많아서 힘있게 하려고 노력했죠.”

낙차가 큰 1, 2막의 캐릭터 진폭으로 기절까지 했다고 알려진 규현은 “노래는 저를 믿고 연기와 순간순간 감정 표현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했던 뮤지컬 속 인물들이 다 죽었어요. ‘모차르트!’ ‘베르테르’도 그렇고 ‘웃는 남자’도 그렇죠. 그래서 예능을 할 때는 대중을 재밌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뮤지컬을 할 때면 가능한 선에서 즐거운 장면을 많이 만들고 싶어 하죠.”

그리곤 “너무 우울하기만 하면 힘드니까 웃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웃기고 싶다”며 “1막에선 그런 면을 많이 살릴 수 있고 2막에서도 극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시아나 여공작이랑 붙을 때 재밌는 걸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더 엉성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밑바닥 상태에서 귀족들을 대할 때 표현적으로 우스꽝스럽게하려고 해요.”

이에 ‘웃는 남자’ 창작진들도 “다른 그윈플렌들과는 다르다”고들 평한다는 규현의 전언이다. 규현은 “굉장히 해맑은 그윈플렌이 상처 속에서도 잘 이겨내다가 무너져 가는 모습이 더 와닿는다고 하더라”며 “상처가 있음에도 더 천진난만하게 표현하면서 그 차이를 크게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뮤지컬을 할 때는 그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고 연기해요. 베테랑 배우들처럼 순간적으로 몰입했다가 빠져나오는 게 잘 안되서 진심으로 몰입하게 되죠. 특히 이 작품을 할 때는 웃음기를 많이 빼고 있어요. 순간 몰입해서 하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고 그래요. 일단 시작하면 끝이 나 있죠.”


◇멋있고 새롭고 사랑스러운 그윈플렌들, 가장 좋아하는 ‘그 눈을 떠’, 더 슬퍼지려 노력하는 마지막 장면

웃는 남자
뮤지컬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들. 왼쪽부터 박강현, 이석훈, 수호(사진제공=EMK뮤지컬)

 

“다른 배우들의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연습)를 저만 유일하게 다 봤어요. (박)강현이는 연습하면서도 느꼈는데 너무 멋있어요. 되게 싹싹한데 무대에서 돌변을 하죠. 동생이고 후배지만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석훈에 대해서는 “원래 친분이 있었지만 뮤지컬은 처음 봤다”며 “원래도 (이)석훈 형이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넘버 표현이나 연기하는 모습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은 다른 그윈플렌들이에요. 그윈플렌들이 다 같이 뭉쳐 다니면서 서로의 느낌, 감정, 대사 등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김)준면(수호의 본명)이는 어디서든 되게 멋있어요. 엑소의 리더기도 하고…그런데 저한테만 오면 애기가 돼버려요. 중학교 때부터 봐오다 보니 사랑스럽죠.”

그리곤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 ‘그 눈을 떠’를 꼽았다. 극 후반부 상원회의에 참석한 그윈플렌이 여왕을 비롯한 상위 1% 귀족들에게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설득하는 장면에서 불리는 넘버다.

“사람들에게 나누고 살자는 설득,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각박한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멜로디도, 표현하는 느낌도 좋죠. 이들을 설득시킬 것이라는 마음으로 열변을 토하면서 설득된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반전이 있어서 더 좋은 장면이에요.”

이어 “이 장면에서 상원의원들에게 ‘절 더 욕해달라’고 새로 요청을 드렸다”며 “눈물이 날 정도로 욕을 해주신다. 그런 신들이 감정을 배출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순간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상대배우들이 에너지를 주신다”고 털어놓았다. 

 

 

SHAO규현 프로필_제공 SM엔터테인먼트 (4)
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마지막 데아와 함께 하는 장면에 대해 “데아에게도, 저에게도 와이어가 있어서 전혀 힘들진 않다”며 “더 슬퍼지고 싶어하는 신”이라고 밝혔다.  

 

 

“데아를 안고 물가로 가는 중에는 뒷모습만 보여지기 때문에 크게 보여지진 않지만 더 슬퍼지려고 끝까지 노력해요. 데아와 같이 하늘로 올라가니까 천국에 온 것 같고 행복하겠다고 생각하죠.”


◇스케줄 없던 2010년, 손 내밀어준 뮤지컬…왕용범 연출, 엄기준, 조승우 그리고 옥주현

“2010년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의 저는 슈퍼주니어 소속이었지만 팬들 말고는 모르는 멤버였어요. 다른 멤버들은 개인활동에 바쁜데 전 진짜 스케줄이 없었죠. 저에게 뭐라도 기회가 오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 개인적으로 온 제안이 뮤지컬이었어요.”

그렇게 규현은 2010년 ‘삼총사’의 탈타냥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당시를 규현은 “진짜 열심히 해보자 애정을 가지고 시작했다”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진짜 열심히 했다. 오죽하면 같이 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연습실에 왜 이렇게 자주 나오냐’고 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 처음 뮤지컬은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발성이며, 대사톤 등 하나도 몰랐죠. ‘삼총사’의 왕용범 연출님께서 모든 앙상블 배우들에게 ‘규현을 욕해 달라’고 하셨어요. 20분 동안 욕을 먹으면서 눈물이 날 뻔했죠. 연출님께서 ‘그 감정을 터뜨려 봐’라고 하셔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곤 “왕용범 연출님 뿐 아니라 많은 선배들께 배웠다”며 ‘삼총사’ ‘캐치 미 이프 유 캔’ ‘로빈훗’ ‘베르테르’ 등에서 함께 한 엄기준과 ‘베르테르’의 조승우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2020 웃는남자] 9. CAN IT BE_ 규현ⓒEMK Musical Company
뮤지컬 ‘웃는 남자’ 중 ‘나무 위의 천사’를 부르고 있는 그윈플렌 역의 규현(사진제공=EMK뮤지컬)

 

“엄기준 형이랑 작품을 같이 많이 했어요. 처음 같이 작품을 했을 때는 ‘한번 하고 말겠지’ 하셨는지 별로 신경을 안쓰셨어요. 두 번째 만날 때부터 ‘뮤지컬 계속 할 거냐’를 물어보시곤 애정을 가지고 무대에서의 넘버,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베르테르’ 때는 조승우 선배님도 몸을 쓰는 법이나 대사톤에 대해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그리곤 “선배님들께 참 많이 배운다”며 “이번엔 옥주현 선배님이 ‘웃는 남자’ 시츠프로브 영상을 보시고 ‘괜찮은데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4시간 가까이 특훈을 해주셨어요. 인사만 하고 공연만 좀 보는 사이였는데 진짜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죠. 공연이 끝난 후 목 관리나 발성, 정확한 발음 보다는 감정이나 의미를 좀 더 잘 전달되게 표현하는 방법 등을 디테일하게 알려주셨어요. 누나 앞에서 계속 노래를 불렀죠. 그 때 배운 것들을 매회 녹여가면서 공연하고 있어요.”


◇ 아이돌로서의 고충, 그 보다 많이 얻은 것들
 

SHAO규현 프로필_제공 SM엔터테인먼트 (3)
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팀 활동, 투어, 뮤지컬, 예능 등 소집해제 후 일만 하고 있다 보니 팬들도 걱정이 많아요. 하지만 전 힘든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일하는 게 익숙해요. 스스로 쉬는 걸 원하지 않은 것도 같고 그래요.”

규현은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로서 새 앨범 ‘타임리스’(TIMELESS) 활동과 해외 투어,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더 짠내투어’ 등과 더불어 ‘웃는 남자’ 공연까지 병행하고 있는 지금에 대해 “매일 일하는 건 제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뮤지컬을 안했으면 덜 힘들었을 테지만 제가 선택했거든요. 회사의 강요가 아닌 제가 오케이하고 선택해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회사는 저에게 압박이 되지 않아요. 회사가 시키는 건 다 거부할 수 있거든요.”

이어 “제가 선택한 거니까 투정도 부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말을 줄이고 개인 및 여가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은 하면서 제가 즐거워요. 게다가 연습에서 받는 에너지가 엄청 나죠. 처음엔 가수들이 리허설 할 때처럼 힘을 빼고 100%를 다 쓰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하는 배우들이 에너지를 정말 많이 줘요. 저 역시 굉장히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게 되죠.”

스스로의 표현처럼 “12년 전 큰 교통사고로 죽을 뻔하다 살아난 후부터는 모든 것이 긍정적”인 규현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들에 별로 걱정도 없고 ‘죽을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길을 다닐 때면 고개도 못들어요. 습관처럼 돼 버렸죠. 여름에 바다에 놀러 가본 적도 없고 오픈된 장소에서 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좀 있어요. 하지만 팬들의 사랑, 금전적인 것들 등 얻은 게 너무 많아서 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다시 태어나도 연예인이나 아이돌을 하고 싶을 정도죠. 국내든 해외든 콘서트를 하면서 팬들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해요. 어떻게 그렇게 사랑스럽게 저를 봐줄 수 있을까 싶거든요.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 받는 게 너무 좋아요. 아주 작은 바람이 있다면 한 5일 정도만 쉬고 싶어요.”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되는 사람, 더 열심히!

규현
소집해제 후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으로 무대에 복귀한 규현(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이전 작품들과 달리 ‘웃는 남자’는 넘버를 부를 때마다 되게 후련해지는 것 같아요. 쌓아온 감정들을 터뜨릴 수 있죠. 극 중 (그윈플렌이 처한) 속상하고 답답한 상황들이 많아서 표출하는 게 속 시원하고 후련해요.”

이렇게 전한 규현은 “첫 등장 전 천막 타워에 10분 전부터 들어가서 ‘공연장에 와계신 저를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고, 저와 함께 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사랑하는 분들이 뜨거운 뭔가를 가지고 나가면 좋겠다’고 기도를 한다”며 “많은 팬들이 ‘웃는 남자’를 ‘규현의 인생작’이라고 말씀해주신다. 그 평이 끝까지 유지되게 하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요즘은 ‘왜 살아가는지’ ‘왜 이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사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결론에 다다르진 않았지만 무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박수를 받는 순간 소름이 돋아요.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사람이 됐구나 싶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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