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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코로나19시대, 독서로 증명된 '돈과 자녀교육의 상관관계'

[2020 연말 결산] ③출판 '집콕시대, 다시 부는 독서 붐'
경제위기 속 부와 행운을 얻는 법 찾고 재테크 열풍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망한 도서 및 홈스쿨링 관련 도서 인기

입력 2020-12-22 18:00
신문게재 2020-12-23 11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출판계까지 미쳤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3세 이상 국민 한 사람당 연간 평균 독서 권수는 2011년 12.8권에서 2019년 9.5권으로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집 안에 홀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책을 찾는 이들도 예년보다 늘었다.

 

더불어 시·공간의 제약이 적을 뿐 아니라 멀티태스킹(다중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 오디오북 이용자 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 IT(정보기술) 발달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보편화되면서 이북(전자책)을 넘어 최근에는 직접 읽는 수고마저 덜어주는 오디오북이 인기를 얻는 등 독서방식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오디오북 시장을 200억~300억원 규모로 추정하며 2021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난 500억~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등 3대 서점들은 올 한해 독자들이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 속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과 재테크에 관심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확산으로 홈스쿨링 관련 책들이 많이 팔리는가 하면 성인들도 집콕 시간이 늘면서 취미 서적을 많이 구매했다. 취미일반 도서 판매량 증가율은 62%, 홈인테리어와 수납책은 29.8%로 집계됐다. ‘평생 직장’에 대한 개념은 희미해진 지 오래, 그 어느 때보다 국내 자산시장 열풍과 재테크에 관한 책들이 쏟아진 한해였다.

 

 

서점에 사람은 줄었지만 도리어 북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2020년 출판계.(사진제공=교보문고)

 

◇코로나19, 자기계발과 부에 대한 관심 높여

 

 

온오프 서점이 판매율 1위로 뽑힌 ‘해빙’.올해는 부와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큰 한 해였다.(사진제공=수오서재)

팬데믹의 영향으로 집이 주된 생활 공간이 되면서 책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예스24측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3% 가량 증가했으며 10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서도 35% 이상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면서 “코로나가 사람들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가 됨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는 도서가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불어 집에서 자녀를 교육하거나 인문교양적 지식을 쌓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됐거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 영상화 된 미디어셀러들도 여전히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로 초, 중, 고등학교의 등교 일수가 줄고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학부모들의 책 구매도 증가했다. 학습에 필요한 문학 작품을 읽도록 지도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몸과 함께 마음도 쑥쑥 시리즈’를 발표한 북드림 출판사의 이수정 대표는 “주로 출판사를 통해 한해의 경향을 체크하는데 올해는 유독 아동서적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1인 가구 증가와 출산률 저하로 대박 나기 어려웠던 학습지 액티비티 관련 회사의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출판계의 빈익부 부익빈 현상이 대두됐다”고 평가했다.

 

부모의 아이 양육법을 다룬 자녀 교육 분야 도서 판매량은 2019년 대비 13.6%, 청소년 공부법 분야 판매량은 7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 기간 동안 어린이 문학 분야와 청소년 문학 도서 판매량도 작년 대비 각각 12.7%, 55% 성장하며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부동산시장 폭등과 ‘동학개미’ 열풍은 관련 책들의 구매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물론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일반인들도 재테크 노하우를 담은 책들을 펴냈다. 자산시장의 과열은 관련 서적의 판매량 증가로 증명된다. 부와 행운을 다룬 자기계발서 ‘더 해빙’은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자체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더 해빙’에 이어 ‘돈의 속성’(2위),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4위),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6위),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7위) 등 상위 10위권 중 절반이 경제경영·자기계발서다.

 

각 분야별로는 소설 분야의 ‘영 어덜트’(Young Adult) 확산이 가장 눈에 띈다. ‘영 어덜트’ 소설이란 주인공의 고난이나 시련, 모험, 사랑 등 성장을 그린 소설을 말한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올해 소비량이 증가했다. 교보문고 브랜드 관리팀의 진영균 과장은 “경제경영과 자기계발은 경제위기 속 부와 행운을 얻는 법에 대한 열풍, 정치사회는 시회적 갈등이 출판대결로 이어진 한해였다. 코로나우울로 집에서 건강한 몸을 만들거나 취미활동으로 극복할 수 있는 건강서적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의 상징이던 5만년 된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은 현재 코로나19로 이용이 금지되어있다.(사진제공=교보문고)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이북 독서량 증가

 

비대면 시대 가속화에 따라 전자책 성장세도 가팔라졌다. 교보문고 전자책 대여는 올해 38% 성장했다.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교보문고가 시행한 무료 전자도서관 ‘책쉼터’ 서비스의 시행으로 이북을 처음 접하는 신규 독자들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교보문고의 내부 집계결과 이북 구매와 대여가 각각 2.9%, 38.0% 신장했다.

 

과거 장르소설에 국한됐던 소비분야가 다양해 진 것도 새로운 변화다. 사회/정치/법 분야는 49.8%, 경제경영 분야는 33.0%, 자기계발 분야가 12.1%로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전자책 부문에서도 베스트셀러 1, 2위는 ‘더 해빙’, ‘돈의 속성’이 차지했으며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이 3위에 오르는 등 돈을 다룬 책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회원제 이북 서비스 sam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0%의 신장률을 보이며 큰 신장세를 거뒀다. 인기 콘텐츠는 로맨스판타지소설의 인기가 두드러졌고 해외 드라마 흥행에 따라 원작소설에 BL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전 과장은 “판타지 무협 분야에 종이책 독자들이 이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이북 신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 대표적인 오디오북 기업 ‘밀리의 서재’도 최근 이용자가 늘었다. 2017년 출범한 밀리의 서재는 국내에 도서 구독모델을 정착시킨 업체다. 월 구독료 9900원이면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모델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올초 출판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 인사’가 이곳에서 선공개돼 출판계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화제성이 구독으로 이어지는 만큼 밀리의 소재는 올해에만 김중혁, 조정래 등 국내 작가들과 한국에서 사랑받는 해외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대표작을 릴레이 오픈하며 기획전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발표된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도 높게 시행된 시기인 3월과 4월, 8월과 9월 독서량이 급증한 가운데 3월의 경우 그 전달인 2월보다 독서량이 43%나 증가했다.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분야는 경제경영과 과학이다. 경제경영 분야를 찾는 사람들은 매달 전년 같은 달 대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증가했고 과학 분야 독서량 역시 코로나가 확산할 때마다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북캉스’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교적 전문 분야로 여겨지던 과학과 역사 분야의 도서를 찾는 분들이 늘었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의학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어판 표지.(사진제공=LiverightPublishingCorporation)

 

◇말 많던 출판계, 해외 진출 러시로 상쇄

올해 출판계는 논란과 폭로로 시작했다. 지난 1월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 수상자들이 수상을 거부하면서다. 문단을 이끌 ‘허리’로 평가되던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는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주최 측 문학사상사의 요구에 반발해 수상을 거부했다. 작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까지 상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며 절필을 선언하자 사태는 더 커졌다.

논란은 한 달 이상 이어졌고 결국 올해 수상자는 나오지 못했다. 매년 이상문학상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펴내던 수상작품집 역시 출간될 수 없었다. 문학사상사는 공식사과하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해당 계약 조건을 모두 수정했지만 폐쇄적인 문단의 분위기를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수년 전 출판된 국내 작품이 해외에서 호평받는 고무적인 일도 잇따르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2016년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어판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100’(THE 100 MUST-READ BOOKS OF 2020)에 선정됐다. 미국 문학번역가협회 주관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 번역상 등 2관왕에 오른 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는 2014년작이다. 김금숙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을 담아 2017년 펴낸 그래픽노블 ‘풀’은 미국만화산업대표상인 하비상 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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