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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구글·애플 도전에 삼성·LG도 가세…미래차 大戰

[테크리포트-미래차] 친환경·자율주행차 대중화 `성큼`
"폰 다음은 카"…구글·애플 자율車 사업화, 액셀 밟는 LG·삼성
‘영역 파괴’ IT 선전포고에 車업계 수성 의지

입력 2020-12-28 07:15
신문게재 2020-12-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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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국내에도 방영돼 큰 인기를 모았던 외화 ‘전격 Z작전’(원제 나이트 라이더). 이 드라마 속 주인공 마이클은 인공지능 자동차에 말로 명령을 내리고 대화를 나눈다. 실시간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핵심적인 특징이다. 주인공이 손목시계에 “도와줘 키트!”를 외치면 어디서든 금세 달려오던 이 똑똑한 무인자동차는 이미 40년 전에 미래 자동차의 지향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공상과학(SF) 영화의 또 다른 걸작으로 꼽히는 ‘백 투 더 퓨처’(1987년)에도 미래차가 등장한다. 쓰레기를 재활용한 연료로 하늘을 나는 ‘드로리안’이다. 영화에서 브라운 박사는 쓰레기통 속에서 바나나 껍질, 맥주, 콜라 남은 것 등을 꺼내 “자,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고 말한 뒤 드로리안에 주입한 후 바퀴를 접어 하늘로 날아간다. 쓰레기를 이용한 에너지 변환 기술이 당시로선 황당했을지 몰라도 미래 전망이 석유가 아닌 다른 연료로 가는, 즉 ‘친환경’에 맞춰져 있던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기아차,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기술 세계 최초 개발
현대·기아차가 인공지능 기반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세계 최초 개발해 신차에 적용한다. (사진제공=현대·기아차)



◇친환경·미래차 대중화 ‘성큼’

그런데 이 같은 미래형 자동차들이 SF 영화에서만 존재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실 프로토타입 자율주행차는 192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1925년 프랜시스 후디나라는 전파 기술자가 당시 미국의 자동차 브랜드였던 ‘챈들러’ 차량 한 대에 전파 송신기와 회로 차단기를 설치한 뒤, 또 다른 차에서 무전 신호를 보내 챈들러를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 시초다.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선보인 ‘퓨처라마(Futurama·미래의 전경)’ 전시관에는 현재의 자율주행차와 근접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GM과 20세기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였던 노먼 게디스는 퓨처라마 속 도시에서 자동 속도 조절장치와 컴퓨터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를 구현했다. 오늘날의 자율주행차에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각종 전자장치가 탑재되는 것과 비슷하다.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각광받는 전기자동차는 이보다 역사가 더 길다. 전기차의 시초는 1832년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로버트 앤더스 경이 만든 ‘원유전기마차’다. 1835년에는 네덜란드 출신 크리스토퍼 베커가 크기가 작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충전 시 불편함, 느린 속도 등이 약점이었던 전기차는 1920년 텍사스 유전 발견으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솔린차에 밀렸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전 지구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며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자율주행 기술도 점점 현실화됐다. 미국자동차공학학회(SAE)에서 제시하는 자율주행의 단계는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여섯 단계로 나뉜다. 현재 양산된 차에 탑재된 수준은 ‘레벨 2’다. 일정 구간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업계가 예상하는 ‘레벨 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기는 2025년이다. 당장 내년부터 특정 조건 아래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이 실도로에서 이뤄진다. 무엇보다 각종 전자장비의 발달로 현대의 자동차는 단순 기계 부품에서 정밀한 소프트웨어 장치에 가까워졌다. 미래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불리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기웃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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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전기차를 상상해 그려진 콘셉트 이미지. (출처=카리포터닷컴 캡쳐)


◇구글·애플 자율車 사업화…액셀 밟는 LG·삼성

AI·알고리즘·프로세서·센서 분야의 핵심 역량을 보유한 구글, 애플은 자율주행과 배터리 기술을 발판 삼아 완성차 업계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준비를 마친 상태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만든 ‘웨이모’는 2018년 미국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전역에서 2000만 마일(약 3200만㎞) 거리의 자율주행 실적을 쌓기도 했다. 애플도 2014년 ‘타이탄’이란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직접 디자인한 자동차를 2024년까지 선보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플카는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전기차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애플이 영입한 전문가들이 대부분 전기차와 자율주행 개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1년 5만1000대에서 2040년 337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차는 2025년 1000만대, 2030년엔 28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IT 기반의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친환경차를 융합한 첫 번째 상용 전기차 ‘모델S’를 내놓은 지 8년 만에 시총(약 660조원)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가 됐다. 심지어 도요타·폭스바겐·닛산·현대·GM 등 전 세계 굴지의 자동차 기업 9곳의 시총을 합해도 테슬라에 못 미친다. 테슬라의 현재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40만대 수준이며, 궁극적 목표는 2000만대다.

국내에서도 LG와 삼성이 미래차 산업에 뛰어든 전자 업체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LG전자는 매출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마그나는 자율주행기술을 갖춘 글로벌 5~6위권의 자동차 부품사다. 삼성전자 역시 2016년 일찌감치 미국의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인수하고 반도체 중심 자동차 부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전장사업은 AI·5G·바이오와 함께 삼성의 4대 신성장 사업이기도 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도 자율주행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통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면 인포테인먼트,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서다.



◇‘영역 파괴’ IT 선전포고에 車업계 수성 의지

물론 이에 맞선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BMW는 당초 내연기관 공용 플랫폼 전략을 고수했지만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GM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270억 달러(약 30조699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과 도요타·닛산·포드·아우디 역시 각각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1] 자율주행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에서 모비스의 자율주행차 ‘엠빌리’로 KT 5G V2X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KT 제공)

 

현대·기아차도 전기차, 자율주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합종연횡과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3월 미국 앱티브와 20억 달러 규모의 자율주행 합작사인 ‘모셔널’을 설립했고 내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현대차 ‘아이오닉 5’를 비롯해 기아차 첫 전용 전기차 ‘CV’,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JW’, 제네시스 ‘G80 전기차’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판매량을 56만대로 늘린다는 목표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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