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12000개 위성으로 해상·산간·오지서도 접속…'우주 인터넷' 개막

[테크리포트] 위성인터넷 시대 성큼

입력 2021-01-25 07:15
신문게재 2021-01-25 12면

US-SPACE-SPACEX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콘 9 로켓이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려지는 모습. (연합)

 

“아프리카 사막, 남·북극 극지대 등 지구 어디에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꿈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일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는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저궤도 위성 스타링크 60기를 발사했다. 이날은 2018년 첫 발사 이후 스타링크의 17번째 발사였다. 스페이스X는 이번 발사로 지구 궤도에 모두 1000개에 달하는 스타링크 위성을 올려놓았다. 스타링크의 핵심 개념은 지구 궤도에 기지국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중량 200㎏ 수준의 소형 인공위성을 촘촘하게 띄워 통신망 접속이 어려운 곳에서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 약 1만2000여개를 올리겠다는 게 스페이스X의 계획이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면적은 54%다. 


특히 저궤도 위성의 장점은 저렴하고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상 200~1500km 상공에서 지구를 돌기 때문에 정지궤도(3만6000km) 위성보다 지구와의 거리가 가깝고 지연속도도 짧아진다. 스페이스X는 향후 인공위성을 더 많이 쏘아 올리면 인터넷 데이터 전송 속도를 50Mbps(초당 메가비트)에서 150Mbps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인터넷 평균 전송 속도가 25Mbps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빠르다.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지역)도 전 지구로 넓힐 계획이다. 산골 오지에서 원격으로 수술을 받고, 모래 사막에서 자율운전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l_2019102101002232800187402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사진제공=스페이스X 홈페이지)

 

◇스페이스X ‘스타링크’에 이어 아마존도 ‘카이퍼’로 경쟁 가세



상업적 가치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구축에 모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며, 위성 인터넷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연간 300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스페이스X가 로켓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최대 매출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 인터넷 시장이 오는 2040년 연간 5000억달러(약 55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위성통신이 차세대 통신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IT 기업들의 참여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앞서 스페이스X가 위성인터넷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이미 영국 민간업체 원웹은 2012년 위성인터넷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영국 정부가 지분 45%를 사들인 이후 1개월에 30~36개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원웹은 총 650개의 위성을 배치해 위성 인터넷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1900개 이상의 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도 2018년 4월 저궤도 위성 3236개를 띄워 위성인터넷 망을 전 세계 인구 95%에 제공하는 ‘프로젝트 카이퍼’를 발표했다 .4~5년 안에 위성을 모두 배치해 스코틀랜드(북위 56도)에서 남미 최남단(남위 56도)까지 세계 인구 95%가 거주하는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1990년대 위성통신 프로젝트 ‘텔리데식’을 추진하다 사용자 수요가 예상을 밑돌자 접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들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연결하고 사용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마존이 자체 우주사업 부문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시장 영향력을 우주사업으로 확대하자 경쟁사인 MS도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화그룹의 항공·방위산업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위성시스템 개발업체 쎄트렉아이를 인수하며 우주항공 사업 확장을 공식화했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들이 1999년 설립한 위성 전문기업으로, 위성 본체와 지상 시스템, 전자광학 탑재체 등 핵심 구성품을 개발·제조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에선 위성통신서비스 사업을, 한화에선 고체 연료 발사체 사업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캡처
스페이스X 카고 드래곤 우주선 (사진제공=스페이스X 홈페이지)

 

◇우주 교통사고 우려…천문학계 “천체 관측에 방해”

그러나 스타링크 같은 대규모 위성망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우주를 오염시키고 우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링크 위성이 궤도상을 떠도는 우주쓰레기를 추적해서 자동으로 충돌을 피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급증하는 각종 위성과 우주 쓰레기를 모두 피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궤도에서 위성끼리 부딪히면서 발생한 파편으로 인해 인공위성 추가 발사나 향후 우주 탐사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문학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소형 위성들이 말 그대로 지구를 촘촘하게 둘러싸게 되면 먼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관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지구 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망원경 앞을 지나가면서 천체 관측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천문학계는 지난해 2월 성명을 내고 “유럽남방천문대(ESO) 연구 결과, 밝은 군집위성의 반사광으로 인해 지상의 광대역 탐사 망원경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공위성의 밝기와 주파수 대역 등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