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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메타버스'가 뭐길래···게임하며 소통하는 ‘가상사회’

[테크리포트]

입력 2021-02-22 07:00
신문게재 2021-02-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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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45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한 빈민촌.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은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게임 ‘오아시스’에 접속해 있다. 가난한 10대 소년인 주인공 역시 오아시스에서 위안을 느끼며 살아가던 중, 게임 창시자인 억만장자가 유언으로 남긴 수수께끼 풀이에 참가하며 위기에 처한다. 2018년 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은 미국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력을 통해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오아시스라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완벽하게 시각화했다.




◇메타버스…가상이 일상이 된 현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사용됐다. 스노 크래시를 모티브로 2003년 출현한 가상현실 게임 ‘세컨드 라이프’가 메타버스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IT기업 린든 랩(Linden Lab)이 200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 2006년 초 10만명에 불과했던 이용자를 2007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가상이지만, 마치 현실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 내에 둥지를 튼 대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회사 사정이 나빠졌고, 국내에서는 2009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엔 미국의 에픽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포트나이트’가 게임인 동시에 하나의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에는 ‘파티로얄’이라는 3차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이 있는데, 3억5000만명의 이용자가 이곳에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함께 듣는 등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열린 미국의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에는 1230만명이 접속해 수익만 무려 2000만 달러(약 221억원)를 거뒀다. 방탄소년단(BTS)도 지난해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이곳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팀 스위니 포트나이트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라며 “사람들은 메타버스로 일을 하러 가거나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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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신형 VR 헤드셋의 예상 랜더링 이미지. (출처=렛츠고디지털)

 

미국 10대 사이에선 ‘로블룩스’라는 메타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로블록스는 가상세계에서 개개인이 아바타로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게임을 즐기거나, 본인이 직접 게임이나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를 할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억5000만명이 로블룩스를 즐기고 있다. 앱 분석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10대들은 하루에 156분 로블룩스에 접속했다. 이는 유튜브(54분), 인스타그램(35분)을 크게 앞선 수치다.

국내에선 네이버의 ‘제페토’가 대표적이다. 제페토는 실제 얼굴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다양한 가상현실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누적 가입자 2억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열자 4600만명이 몰렸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134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사전 예약에만 188개국 400만명이 참여하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모션캡처 등 기술력이 총동원된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팬들과 스타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메타버스 세상이 온다…삼성·애플·페북 등 AR·VR 투자 활발

페이스북·애플·삼성 등 요즘 가장 잘나가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경영자들이 최근 일제히 ‘메타버스 시대’를 선언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덕분에 대용량 콘텐츠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현실과 같은 서비스가 구현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오큘러스가 출시한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는 전 세계적으로 3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메타버스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일 SK텔레콤에서 유통한 물량은 사흘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
‘오큘러스 퀘스트2’ 이미지. (사진제공=SK텔레콤)

 

그동안 AR(증강현실) 글래스 개발 소식만 들려오던 애플도 내년 1분기 중으로 고성능 V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란 게 투자은행 JP모건의 관측이다. 애플이 개발 중인 기기는 공간동작자유도(DoF) 레벨6과 함께 8K 디스플레이 2개, 눈 움직임과 손동작을 추적하는 카메라 12개가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미국 특허청에 ‘갤럭시 스페이스’라는 VR 헤드셋 브랜드로 추정되는 상표를 등록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VR 헤드셋 ‘오디세이 플러스(+)’이후 새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그래픽·클라우드·VR 등 관련 기술이 일제히 발전하는 동시에 코로나로 현실 속 사회 활동이 극단적 제약을 받으면서 가상 세상인 메타버스는 일상으로 급속도로 확장 중”이라며 “삼성전자의 단말이나 서비스 출시 계획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VR·AR 관련 기술 개발 연구는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MR(혼합현실)은 VR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력하는 분야다. MR은 VR과 AR이 혼합된 개념이다. 최근 대다수 VR 헤드셋이 MR 형태로 나오지만, 제품마다 구현 방식은 차이가 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VR이 아닌,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스마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래지자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어느 수준까지 현실과 가까워질지 섣불리 예측하지 못한다. 몸에 장치를 부착하는 것만으로 촉각, 후각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장치가 시제품 단계에 접어든 점을 고려하면 메타버스와 현실을 분간할 수 없는 시대가 곧 열릴 수도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20년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보던 일이 시작될 것”이라며 “메타버스의 시대가 왔다”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가 2025년 현재의 6배 이상인 2800억 달러(약 314조58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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