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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정말 먼 곳'에서도 미친 존재감, 배우 홍경

[신人] 신인 배우 홍경, 영화 '정말 먼 곳'으로 퀴어 영화 도전
"보통 연인의 모습 연기 했을 뿐,시인 연기 힘들었다"

입력 2021-03-22 18:00
신문게재 2021-03-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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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영화를 보기 좋아했던 17살 소년은 그렇게 배우의 꿈을 가지고 당당히 대중 앞에 섰다.(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남자는 홀로 딸을 키우고 있다. 쌍둥이 여동생이 버리고 간 조카지만 기꺼이 품에 안았다. 그의 연인은 자신이 가르친 미술학원에서 만났다. 국문학을 전공해 시를 좋아하는 연인은 가끔 강의도 나간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키우는 딸도 흡사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면서. 행복하기만 한 두 사람 사이에 “이제 아이는 내가 키우겠다”며 엄마가 나타난다. 18일 개봉한 ‘정말 먼 곳’은 박은지 시인의 등단작에서 따온 제목이자 두 연인이 떠나온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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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개봉한 ‘정말 먼 곳’은 좌석판매율의 힘으로 금주 개봉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 전체 박스오피스에서도 7위를 차지했다. 박스오피스 톱10 중 유일한 한국영화다.(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극 중 홍경은 남자 진우(강길우)의 오래된 연인이자 시골의 한적한 마을로 따라 들어온 현민 역할을 맡았다.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흰 피부의 미소년이 자라 훤칠한 청년의 모습이다.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성당에서 가르치는 글쓰기 수업은 항상 마을사람들로 가득 찬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마음의 파동이 잔잔하게 퍼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큰 문학에 속한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동성애나 퀴어 영화라고 단정 짓기 힘든 영화인 것도 좋았습니다. 편견과 프레임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똑같은 연인, 사랑하는 사이처럼 연기했고요.”


겉으로는 영락없이 대학 선후배 같은 그들. 서울에 모든 것을 둔 채 두 시간에 한대의 버스가 다니는 한적한 시골에서 간만의 안식을 찾는다. 

배우 홍경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평범하지만 비범하다. 이란성 쌍둥이인 애인의 복잡한 가족문제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모두가 등 돌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영화 초반 악수 대신 깊은 포옹으로 마음을 전하는 신은 홍경이 이 영화에 어떤 애정을 가지고 임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워했던 사람의 살내음을 맡는 거니까 자연스럽게 탄식이 나오더라고요. ‘아, 좋다’라는 그 감정.(웃음) 감독님이 특히 그 장면에서 칭찬을 많이하시더라고요. 현민이는 표면적으로는 밝지만 감정을 표현하는데는 한 발자국 물러서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아이의 친모인 은영(이상희)이 오면서 불안함과 흔들림 속에서도 연인에게 집중하는 그런 단단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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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말 먼 곳’(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홍경은 지난해 ‘결백’을 통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역할로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마친 것.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줄줄이 취소된 여러 영화제에서 신인상은 따 놓은 당상일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였다. 

 

앞서 드라마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KBS ‘학교2017’, tvN ‘라이브’(Live), OCN ‘라이프 온 마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등에서 보여준 팔색조 매력은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고 되묻게 만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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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말 먼 곳’의 홍경.(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홍경은 고등학교 2학년때 배우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의 부모 역시 어린시절부터 영화보기와 책 읽기에 빠져 있는 아들의 꿈을 지지했다. 홍경은 “이왕 할 거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끝까지 하라고 해주셨다. 항상 감사할 따름”이라고 미소지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는 그는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팬덤 스레드’를 여러 번 돌려보며 초심과 자극을 동시에 받는다고. 배우로서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는 “못하고 잘 하는 걸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살진 않는 편”이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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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경.(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주))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는 점은 배우로서 장점 같아요. 개인적으로 편수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자극이 되더라고요. 요즘 제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9점이에요. 어려운 시기지만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홍경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촬영을 마쳤다. 육군 헌병대 군무이탈 체포조 D.P.(Deserter Pursuit)라는 신선한 소재로 인권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룬 이 작품은 누적조회 수 1000만뷰를 넘긴 김보통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지금껏 보여준 반듯하고 순진한 이미지와 사뭇 다른 역할로 전세계 안방을 노크할 예정이다. ‘정말 먼 곳’에 대한 반응도 심상치 않다. 개봉일에 독립·예술영화 좌석판매율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열린 결말과 해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말 먼 곳’의 결말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요. 저는 두 사람이 헤어졌다기 보다 너무 잘 아는 사이니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거라고 봤어요. 앞으로 쌓일 제 필모그래피, 기대해 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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