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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탄소제로·안전 레벨업…스마트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이 뜬다

[테크리포트] 전세계가 주목하는 소형모듈원자로

입력 2021-05-17 07:15
신문게재 2021-05-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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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케일 파워 소형모듈원전. (사진출처=NuScale Power)

 

전 세계적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이 차세대 원자력 발전으로 주목받으면서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탄소중립이 공동의 과제로 부상하면서, 탄소 배출이 없고 일반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빌 게이츠도 뛰어든 SMR은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미래 에너지의 ‘핵’ SMR…탄소중립 기대주로 급부상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MW 이하인 소형 원전을 말한다.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크기인 셈이다. 기존 원전과 달리 공장 제작으로 미리 생산된 모듈화 기기를 원전 건설 현장에 운송해 간단히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설계 단순화 및 공정화를 통해 신뢰성과 경제성 향상이 가능한 것이다. 크기가 작아지면서 설치도 쉽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건설비용이 기존 원전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며 건설 기간도 기존 50개월에서 36개월로 약 25% 가량 줄어든다.

 

특히 SMR에 대한 관심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급격히 커졌다. SMR은 대형 원전에서 주변 기기를 잇는 배관을 없앰으로써 냉각재 유실사고의 위험성을 제거해 안전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에서 가장 흔한 파이프 균열 후 방사능 오염물질을 함유한 냉각수 유출의 가능성을 100% 없앤 것이다. 또한 재해나 사고 등으로 전력 공급이 차단되더라도 자연 냉각이 가능해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높다. 이론상으로는 방사성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고,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도 적다.

 

1GW에 달하는 대형 원자력발전소보다 매우 낮은 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가 작아 지하 매립 또는 냉각 수조, 해양부유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 시 누출되는 방사능의 양을 획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SMR의 사고 발생률이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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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케일 파워 소형모듈원전 운전 컨트롤 룸. (사진출처=NuScale Power)

 

SMR은 특히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일조량과 날씨 영향으로 에너지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소와도 밀접하다. SMR에서 발생하는 섭씨 600~800도의 고온 증기를 활용한 전기분해로 기존 수전해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그린수소 생산과 증기 판매, 해수담수화 등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노후 상용원전 중 48기가 500MW급 이하다. 전기출력 300MW 이하인 SMR로도 이들 노후 상용원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12만7000기에 달하는 전 세계 발전소 가운데 300MW 이하의 소형 발전소가 97%를 차지하기 때문에, 노후화된 화력발전소의 경우 소형 원전으로 교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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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SMR 개발 경쟁…시장 규모 400조원 전망

 

OECD 원자력기구(NEA)가 2035년까지 세계 각국의 신규 원전 수요를 조사한 결과, SMR은 신규 원전의 약 9%를 차지하며 21GWe(100㎿e 기준 210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MR를 핵심으로 한 혁신원자력 시장은 향후 400조원 대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포함해 수많은 국가에서 총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이다. 미국 17기, 러시아 17기, 중국 8기, 일본 7기, 한국 2기 등 미국과 러시아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 누구보다 먼저 SMR 개발에 착수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990년대 중반 연구를 시작해 2012년 7월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표준설계인가(SDA)를 취득, 세계 최초의 중소형 일체로 원자로인 ‘스마트(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원자로’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지원이 줄어 설계 이후 단계가 멈추면서 스마트 원전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 원자로를 설치하기 위한 현지법인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SMR을 선도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는 뉴스케일(Nuscale)은 SMR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마쳤으며, 아이다호 주에 발전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총 720㎿ 규모 소형원전발전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소형모듈원자로 중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SMR 개발에 3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SMR을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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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2019년부터 SMR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전을 운용 중이다. 러시아의 아카데믹 로모소노프는 70MW 규모 전력을 생산해 송전설 설치와 대형 발전소 건설이 어려운 극동 지역 추코트카 자치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영국도 최근 롤스로이스 컨소시엄과 합작해 5년간 최소 2억 파운드(약 3000억원)를 들여 SMR을 최대 16기까지 짓기로 했다. 각각 440MW 규모의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원자력연구원(NNL)은 SMR 설비용량이 오는 2035년까지 65~85GWe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규모로는 2400~4000억 파운드에 달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모두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일본도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 에너지기업 닛키홀딩스는 최근 뉴스케일에 4000만 달러를 출자해 미국 아이다호주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SMR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두산중공업도 SMR 사업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내년 상반기부터 미국 아이다호주에 건설 예정인 SMR의 핵심 기기인 주기기, 주단소재 등의 제작에 착수한다. 발전사 UAMPS가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720MW 규모로 2029년 상업운전이 목표다.

 

또한 정부는 2030년까지 4000억원을 투입, 한국수력원자력 주도로 한국형 혁신 SMR을 뜻하는 ‘i-SMR’을 상용화하고 수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인경 기자 ikfree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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