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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마카 던지고, 사원증 당기고'…ESG 우등생의 민낯

입력 2021-06-28 15:02
신문게재 2021-06-29 6면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분당 사옥 모습. (연합)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분당 사옥 모습. (연합뉴스)

네이버 노동조합이 지난 5월 발생한 동료 사망 사건과 관련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 임원은 보드마카를 책상에 던지고,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 놓는 등의 행동들을 일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28일 분당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료 사망 사건 최종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네이버 노조는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야간·휴일·휴가를 무시한 업무량’과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직원 신고를 묵살하는 경영진과 인사시스템’이라고 분석했다.

노조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019년부터 아간, 휴일, 휴가 중에도 일을 할 만큼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해 ‘네비게이션 1위’라는 목표가 제시되면서 과도한 업무를 부과했고, 특히 고인은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더 강한 근무 압박에 시달렸다.

이번에 해임된 임원은 고인 뿐만 아니라 다른 임직원에게도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측은 △임원 A가 보드마카를 책상에 던지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가 놓는 행동 △조직원과 동석한 리더에게 “조직을 해체시키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면서 조직원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임원 B 씨는 고인의 조직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업무지시와 무리한 일정을 요구했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돈이 없어서 주말근무를 신청하는 것이냐” 등 모욕적인 발언과 초과근무 결재를 승인하지 않는 등의 행위를 보였다.

노조는 지난 2년간 직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이를 묵살한 경영진과 인사시스템을 지적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의 막강한 권력을 내부의 직원들이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기구 노사 동수 구성,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몰린 권한 축소, 좋은 리더십을 만드는 노사 공동 시스템 구축 등을 담당하는 재발 방지 대책위원회를 만들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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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ck에서 다뤄지는 고충별 유형 및 건수. (출처=네이버 2020년 ESG 보고서 개정판)

 

네이버는 IT업계에서 ESG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지배구조평가원(KCGS)에서 발표한 ‘2020 기업지배구조평가’에서 총점 A를 받았고, 올해 3월 홍콩계 글로벌 증권사 CLSA가 발간한 ESG 리포트에서 아시아 인터넷·SW 회사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2020 ESG 보고서 개정판’을 발간하면서 ESG경영 선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자평했다. ESG 보고서 개정판을 살펴보면, 네이버는 직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고충처리 채널 ‘With U’와 기업윤리 상담·신고 채널인 ‘kNock’을 운영 중이다. 다만 이 채널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지는 알 수 없다. kNock 채널로 접수된 신고 건은 지난해에만 91건. 이 중 조직 내 괴롭힘은 2건뿐이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네이버 측은 답하지 않았다.

남궁경 기자 nkk@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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