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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국민, 그래도 괜찮다는 정부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코로나 인재(人災)와 정부 부재(不在) (下) 어설픈 방역에 반복되는 유행

입력 2021-07-19 07:20
신문게재 2021-07-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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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강에서 힌두교 신자들이 한꺼번에 목욕하는 '쿰브멜라' 축제 모습

 

◇ 코로나를 확산시킨 ‘바이러스 열차’



왜 인도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은 이렇게 실수를 반복하고 있을까?

인도는 2020년 3월에 전국적으로 엄격한 통행 금지를 실시한 전세계 첫 번째 국가 중 하나였다. 이 조치는 3월 24일부터 시작해 68일간 이어졌다. 이러한 엄격한 록 다운으로 인해 피폐해진 경제 상황은 빈곤층과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가장 먼저 들이 닥쳤다.

각 대도시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하층 노동자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임대료도 지불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고향에 돌아갈 수 밖에 없었지만, 돌아 가려고 해도 록다운 때문에 기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나 말·소 달구지를 사용하거나 생필품을 운반 트럭을 이용해야 했고, 최악의 경우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서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도 나타나게 되었다.

정부는 록다운 기간 동안 하층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배급했다. 하지만 모두가 혜택을 본 것도 아니었고, 그나마 시민 사회 단체가 나서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며 대참사를 막았다. 여전히 그들은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잃어서 집세와 생활비를 벌 수 없었다. 정부는 그들이 고향으로 갈 수 있도록 2020년 5월에 특별 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이러스를 전국으로 널리 퍼트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2020년 12 월 15 일자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를 가리켜 ‘바이러스 열차, 어떻게 록 다운의 혼돈 속에서 인도 코로나는 전국으로 번져 나갔을까? (The Virus Trains : How Lockdown Chaos Spread COVID19 Across India)’라고 보도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갑자기 록 다운을 실시하는 것보다 얼마간의 유예를 주고 고향사람들이나 주변사람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미리 검사를 거쳐 확인한 후에 특별 열차에 그들을 이동시켰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검사를 실시한 후 태울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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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온라인 기조 발표를 하고 있는 모디 인도 총리. <사진=유튜브 캡쳐>

 


◇ ‘록다운’ 보다 ‘경제’를 선택한 정부

코로나 록 다운으로 인해 인도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지난 해 1분기 인도 경제 성장률은 세계 최악인 마이너스 23.9%로 나타났다. 때문에 인도 정부와 국민들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감염자가 증가해도 록 다운을 해제하는 것이 좋다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과감히 록 다운을 풀어버렸다.

빈곤층을 제외하고 중앙 정부로부터의 지원받는 각종 보조금이 집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정부 또한 세수를 확보하고, 일반인은 일자리와 소득을 얻기 위해 모든 사회 활동은 원상 회복이 되었다. 국민들의 거의 모든 생활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한편 고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은 고향에서 일자리를 잡기 어려웠기에 다시 도시로 돌아 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감염자 수가 2020년 6월 1일 하루 8000에서 불과 3개월 후인 9월에는 일 평균 9만 7000 명까지 급증했다. 결국 인도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감염자가 많은 나라가 되고야 말았다.

다른 한편으로 록 다운을 풀면서 코로나에 대한 긴장도 같이 풀어버린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가장 위험한 행사로 지목 받았던 결혼식에서 사람간 거리를 반드시 지키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열릴 수 있는 델리에서 초대 손님은 최대 50 명으로 제한되었지만 신랑 신부측은 결혼 장소를 델리 옆 주로 옮겨 300~400명의 초대 손님을 받았다.

젊은이들은 걸려도 심각하지 않다는 자세를 취했으며 부유층들은 몰디브나 두바이, 영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해외에 놀러 다녔다. 의무화된 자가격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다양한 코로나 변이체가 인도 국내에서 생겨난 것이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결국 인도의 현재 코로나 참상은 ‘사람의 실수’, 그리고 빈부 격차가 큰 사회 구조적 문제가 제1차 대유행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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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이동 특급 열차를 통해 기차역에 도착한 산소통을 옮기는 의료진. <사진=Mint>

◇ 2차 대유행 경고를 무시한 결과는…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도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먼저 2021년 1 월 28 일 세계 경제 포럼(WEF) 온라인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인도는 코로나를 효과적으로 봉쇄함으로서 재난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했다.(India has saved humanity from a big disaster by containing corona effectively)”라며 마치 코로나가 인도에서 종식된 듯한 메시지를 전했다.

감염자가 2020년 9월을 정점으로 약 90% 감소했고, 2021년 2월 1일 사망자도 수도 1일 100명 안팎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언론에 나와 “인도 사람은 면역력이 높다”, “인도의 향신료 등이 코로나를 억제한다”, “인도의 높은 기온 때문에 코로나가 억제된다”라는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발언을 하거나 “집단 면역이 되고 있다”는 무책임한 견해를 나타내며 코로나에 대한 대중들의 경각심을 낮췄다.

그리고 2021년 1월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국민의 생각이 더 느슨해 진 것도 숨길 수 없는 하나의 사실이다.



◇ 제2차 대유행을 일으킨 행사

2차 대유행의 가장 큰 원인이 된 일부 대형 행사를 연기해야 함에도 이 같은 인식 부족으로 인해 인도 정부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하나가 농산물 무역 자유화에 대한 농업 신법 폐지를 요구하는 농민 반대 시위다.

농민들은 2020년 9월부터 북부 펀잡주와 UP주 곳곳에서 반대 시위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정부와의 대화가 실패했기 때문에 델리에서 집단 항의 시위를 계획했다. 그런데 델리 경계에서 경찰에 막히면서, 수만 명의 시위대들이 델리와 인근주 경계 여러 지점에 3개월 이상 숙식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당연히 코로나 방역 지침을 지키는 농부는 거의 없었고, 그들은 마음 내키는 대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고향 방문은 자연스럽게 지속되었고 이 때문에 코로나가 하리아나, 펀잡주 그리고 UP주 등 곳곳에 퍼졌다.

코로나를 가장 크게 확산시킨 행사는 3~4월에 인도 4개 주에서 열린 주의회 선거였다. 특히 웨스트 벵갈에서는 모디 총리를 비롯한 인도 집권 BJP의 간부와 야당이 여러 차례 대규모 선거 집회를 하면서 마스크도 없이 연설하는 정치인과 군중들이 TV에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정치권 및 주정부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선거 후 웨스트 벵갈에서는 1일 감염자가 2 만명을 넘어섰으며, 이 때문에 총리를 비롯한 여당에 대한 비판은 높아졌다. 선거를 통해 집권한 웨스트 벵갈주 신임 총리의 동생은 그 와중에 코로나에 감염되어 5월 15일 사망하고 말았다.

이 밖에 3년마다 4개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힌두교 행사 쿰브멜라 축제가 3월부터 시작 되어 80만 명이 갠지스 강에서 한꺼번에 목욕을 하면서 현지에서 코로나 감염이 하루 3000명 이상이 나왔다. 4주 동안 계속된 이 행사는 중간에 여론의 거센 비판 때문에 끝내 중단되고 말았다.

인도의 국기 크리켓은 가장 인기 있는 경기인 인도와 영국의 국가 대항 경기와 2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IPL(인도 프리미어 리그)가 실시되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도중에 관객 감염자들 때문에, 후자는 선수와 직원들이 잇따라 감염되어 시즌 중간에 중단되었다.



◇ “코로나 피크는 지났다”고 기뻐하는 정부 관계자


현재 인도는 2차 대유행 때에 비해 확진자 수가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이에 벌써부터 “2차 대유행의 피크가 지났다.”며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두 번 있는 것은 세 번도 있다’는 인도 속담처럼, 비록 2차 대유행이 완전히 지나갔다고 하더라도 3차 대유행은 또다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2차 대유행에 대해 인도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 문제로 코로나 사태를 치부하면서, 모든 것은 신이 내린 운명으로 여기며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현지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금은 인도의 도시보다 농촌이 더 걱정이라고 한다. 시골 마을 곳곳에서 코로나 증상을 가진 환자가 속출하고 많은 환자가 사망하고 있지만, 검사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인프라 탓에 감염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한다. 도시해 비해 의료 인프라가 거의 없는 농촌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또 다른 과제다.

코로나 문제는 인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인도에서 시작된 변이종인 델타 바이러스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코로나를 완전히 세상에서 없애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변종들이 나오면서 다시 또 퍼져나갈 가능성이 상존한다.

많은 인도 사람들은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인도 정부 관계자들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현재까지 실패한 정책을 철저히 분석해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쇼맨쉽이 뛰어나 국민을 쉽게 현혹시켜 정권을 이어온 모디 총리에게 바이러스는 그 쇼맨쉽이 통하지 않는 대상이다. 그에게 국민들은 “이제 그만 일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권기철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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