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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식물 표현체 데이터로 변환”…디지털육종 산실 농진청 작물표현체연구동에 가다

디지털 육종 매진하는 농촌청,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 등 주목
농진청 디지털육종 필요한 3대 핵심 요소 구축 “민간에도 개방”

입력 2024-09-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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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작물표현체연구동 대량검정시설의 모습(사진=농촌진흥청)

 

5일 오후 유리처럼 반짝이는 플렉시글래스(plexiglass) 소재 온실 아래로 SF영화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생육상황이 저마다 다른 수백 개의 초록색 식물 실험체들이 하얀 화분에 담겨 컨테이너 벨트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각각의 번호가 적혀진 화분들은 벨트를 따라 영상촬영장치가 설치된 비밀스런 영상촬영 공간으로 이동한다. 공간 속 카메라는 15초간 식물의 모습을 3차례 담아낸다. 이윽고 식물의 내면(표현체)이 데이터로 변환된다. 식물체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지문’이 남겨지는 순간이다.

이날 방문한 농촌진흥청 작물표현체연구동의 대량검정시설은 한국농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디지털 육종기술의 오늘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육종은 유전체정보, 표현체정보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육종기간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는 기술이다.

농진청은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인프라 등 디지털육종에 필요한 3대 핵심 요소를 구축하고 이를 민간에도 개방하는 등 국내 디지털육종 발전을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준공한 작물표현체연구동은 국내 디지털 육종을 위한 거보(巨步)라 평가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작물 특성을 고속으로 대량 분석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점에서다. 백종호 농촌진흥청 작물표현체연구동 연구사는 “디지털 육종에서 데이터가 핵심”이라며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는 식물들의 다양한 특징 추출하기 위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동은 스마트온실에 가시광, 근적외선, 형광 등의 센서를 컨베이어시설과 로보틱 자동화 장비로 구성됐다. 눈으로 확인한 작물표현체연구동의 모습은 농업 시설인 온실과 첨단 기술인 영상촬영장치가 적절히 결합된 모습이다.

대량검정시설은 식물체가 담긴 컨테이너 벨트가 움직이며 촬영을 하는 방식이었다. 최대 1012개체를 촬영과 분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반면 정밀검정시설의 운용 방식은 다르다. 로봇팔로 이뤄진 카메라가 3차원 축으로 움직이며, 최대 450개체를 촬영·분석한다는 점에서다. 식물체 가까이 접근해 촬영한다는 점에서 어린식물의 잎이나 열매 같이 정밀한 촬영을 필요로 할 때 이용된다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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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의 슈퍼컴퓨터 모습(사진=농촌진흥청)

 

농진청의 디지털육종 연구는 지난해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 준공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식물 영상을 촬영하고, 특성정보 획득해 빅데이터를 만드는데, 슈퍼컴퓨터가 식물의 특징을 이를 빠르게 처리 분석하고 해석해 낸다는 점이다.

슈퍼컴퓨터는 일 처리 속도는 가히 전광석화(電光石火), 농진청은 지난해 센터 준공과 더불어 기상청 슈퍼컴퓨터 4호기를 관리전환 받아 슈퍼컴퓨터 2호기를 도입한 바 있다. 2호기는 일반 pc 3600대가 동시에 분석하는 수준의 처리 속도를 보인다는 것이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에서 본 슈퍼컴퓨터의 모습은 일면 평범했다. 흡사 검은색 냉장고처럼 생긴 커다란 케비넷을 연상케 했다. 이러한 케비넷 14개가 센터의 한 사무실 공간 안에 7개씩 앞 뒤로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외형 속 강력한 힘을 숨기고 있다. 일 처리 속도를 높이는 작은 서버(노드)의 존재가 그렇다. 이들 케비넷 안에 담겨있는 서버의 숫자만 무려 200개 이상에 달했다.

디지털 육종의 가치가 증대될수록 슈퍼컴퓨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태호 농진청 생명·보건 초고성능컴퓨팅 전문센터장은 “(현재 데이터 처리 속도 등을 볼 때) 향후 몇 년 내에 현재 성능의 20배 이상 되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주=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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