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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현실에 발 디딘 꿈들을 만나다 ‘드리머, 3:45am’ ① 아름답기도 전쟁터같기도 한 꿈, 결국 삶의 과정…패브리커 김동규

[컬처스케이프+Short Talk] 공감각 전시 ‘드리머, 3:45am’ 패브리커(Fabrikr, 김동규·김성조)와 코드 쿤스트, 영국 UVA와 페기 구, 사일로랩(SILO Lab. 박근호·이영호)과 프랭킨센스(유정민·신성진)
스튜디오 아텍(Studio AR+ECH 김성필·박문석)과 윤석철, 앰비규어댄스컴퍼니와 임용주

입력 2021-10-08 18:30
신문게재 2021-10-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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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리커(Fabrikr)의 김동규,·김성조

 

누군가는 잠을 자며 꿈을 꾸고 또 누군가는 꿈 실현을 위해 깨어 있을 새벽 3시 45분. 그렇게 우리는 어쩌면 그리고 어쨌든 매순간 ‘꿈’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시 제목은 ‘드리머, 3:45am’(Dreamer, 3:45am 2022년 1월 2일까지 롯데뮤지엄)다. 


롯데뮤지엄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공감각 전시 ‘드리머, 3:45am’에서는 5팀의 뮤지션과 현대미술작가가 짝을 이뤄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LG전자와 협업해 미술관 자체를 꿈의 공간으로 꾸리고 다양한 꿈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전시에서는 패브리커(Fabrikr, 김동규·김성조)와 코드 쿤스트(CODE KUNST)의 ‘The Shape of Dreams’, 영국의 미디어아티스트그룹 UVA(United Visual Artists)와 페기 구(Peggy Gou)의 ‘Chaotic Times’, 사일로랩(SILO Lab. 박근호·이영호)과 프랭킨센스(frankinsense 유정민·신성진)의 ‘윤슬’, 스튜디오 아텍(Studio AR+ECH 김성필·박문석)과 윤석철의 ‘Eternal Journey’, 앰비규어댄스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와 임용주의 ‘Nevertheless, Dreams Com True’를 만날 수 있다.

‘꿈’에 대한 다양한 편린들, 정의들을 저마다의 해석으로 풀어낸 아티스트들은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진 이 시대의 꿈 동행자를 자처한다. 미술관에서 만난 ‘드리머’ 패브리커의 김동규, 사일로랩과 프랭킨센스 그리고 젊은 듀오 아티스트 스튜디오 아텍의 김성필·박문석과 나눈 ‘꿈’에 대한 짧은 대화는 현실에 발 디디고도 더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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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3:45am’ 중 패브리커(Fabrikr, 김동규·김성조)와 코드 쿤스트(CODE KUNST)의 ‘The Shape of Dreams’(사진=허미선 기자)

꿈에 대한 짧은 대화 ① 아름답기도 전쟁터같기도 한 꿈, 결국 삶의 과정…패브리커 김동규


“처음 ‘꿈’이라는 주제를 받고 코드 쿤스트랑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다행히도 꿈에 대한 관점이나 걸어온 길이 비슷했어요.”

이렇게 전한 김동규와 김성조로 이뤄진 패브리커는 오브제부터 공간설치 미술까지를 아우르는 듀오 아티스트다. 

나이키, 젠틀몬스터, 이니스프리, 러버덕, 롯데, BMW, 네스프레소, 삼성, BEAKER, 코오롱, 수에무라 등 세계적인 브랜드, 빅뱅 지드래곤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활동 중이며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에 작품이 소장돼 있기도 하다. 

패브리커가 뮤지션 코드 쿤스트와 선보이는 ‘The Shape of Dreams’는 두팀이 나눴던 대화 중 “만약 꿈에 형태가 있다면 누구는 앞에 있고 또 누구는 뒤에 있거나 길고 짧음을 잴 수 있는 직선의 형태는 아닐 것 같다”는 데서 출발했다. 

“아마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는 원의 형태이지 않을까, 하나의 원이 아닌, 영역을 계속 만들어가는 원의 겹침으로 꿈의 형태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는 패브리커는 긴 터널 형태의 인트로와 비정형의 나선이 중첩되는 ‘The Shape of Dreams’를 통해 꿈의 여정을 표현한다. 

“자면서 꾸는 혹은 이루고자하는 것이든 꿈은 일상의 통상적인 공간을 벗어나는 거라고 설정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기울기를 줬고 메인 공간으로 들어설 때부터 그냥 발걸음 하나 바꿨을 뿐인데 공간감이 바뀌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죠. 자면서 꾸는 꿈은 통로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과 삶에 대해서는 메인 공간에서 풀어냈습니다.”

이어 그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단순히 방향만 바뀌었을 뿐인데 보이지 않던 색이, 구조가 보이는 경험을 통해 사람의 감각, 눈이 가진 한계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기울기 여부를 판단하는 건 달팽이관인데 귀 안에 있다. 음악과 시각적 표현들이 만나는데 소리를 듣는 귀 안에 있다는 것도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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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3:45am’ 중 패브리커(Fabrikr, 김동규·김성조)와 코드 쿤스트(CODE KUNST)의 ‘The Shape of Dreams’(사진=허미선 기자)

 

“중심축이 틀어진 공간으로 들어서면 사람들은 혼란스러움과 어지러움을 느끼게 돼요. 기울어지고 어두운 통로는 그런 의도를 담았어요. 그렇게 걸어오다 보면 보이는 불빛이 움직이게 되는데 그건 길을 찾는 사람의 행위일 수도, 해나 달이 가거나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들어섰을 때 검은 색으로만 겹쳐진 원이 보이게 되죠. 멀찍이서 바라보는 꿈은 수없이 겹쳐진 검은색 원으로만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와 반대편을 보게 되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어 김동규는 “코드 쿤스트의 음악도 복도에서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땡~ 땡~ 땡~ 소리와 길을 찾은 여러 사람들의 발걸음, 처음 피아노를 쳐봤을 때의 느낌 등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불안, 혼란, 설렘 등을 안고 메인 공간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빛들을 만날 수 있죠. 꿈은 아름답게 보여질 수도 있지만 전쟁처럼 싸워 나가야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 두 가지 심상을 음악으로 표현했죠. 꿈은 아름답지만 실상은 전쟁터이고 끝도 없는 고군분투거든요.” 

김동규의 설명처럼 형태가 제각각인 검은 원의 중첩 뒷면에는 클레이를 손으로 빚어 색을 입힌 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의 손자국들이랑 힘줄, 지문 등이 녹아 있는, 우리가 해온 과정들이, 시간에 따른 삶의 걸음들이 다른 색으로 보여지고 표현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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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3:45am’ 중 패브리커(Fabrikr, 김동규·김성조)와 코드 쿤스트(CODE KUNST)의 ‘The Shape of Dreams’(사진=허미선 기자)

 

“꽉 쥔 저희 자국들을 남기고 싶었어요. 힘들어도 잡고, 신나도 잡는 그런 자국들이요. 클레이는 저희가 표현하고자 했던 수없이 많은 원들, 단순한 원이 아닌 되게 많은 잔잔한 사건과 사고의 흔적들이 남은 원의 겹침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색도 자유롭게 입힐 수 있는 소재죠.”

 

그는 “저희가 생각하는 꿈은 이루고자 하는 삶의 길”이라 정의하며 “꿈꾸는 사람의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게 삶의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대단하게 ‘뭐가 돼야지’가 아니라 삶을 살아온 과정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위한 계획이 꿈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결국 똑같아요.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해도 꿈은 재단할 수 없더라고요. 그냥 걸어온 길이죠. 늘 무언가를 해야지 하지만 그 결과치는 원한 만큼 나오지 않기도, 그 이상 나오기도 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지금 이룬 것들은 과거의 꿈에서 비롯돼 걸어온 길이고 지금은 미래의 꿈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중 하나거든요. 결국 그냥 그 과정, 인생을 살아가는 어떤 긴 여정, 그게 꿈이지 않나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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