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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Short Talk] ‘도넛’으로 ‘두 낫 피어’…김재용 작가 “서로에게 달콤한 말을 해주세요!”

입력 2021-10-15 18:00

김재용
13일 ‘키아프2021’ 현장에서 만난 김재용 작가(사진=허미선)

 

“투자는 계속 해야 하고 결과는 충분치 않고…‘그만 할까’ 싶은 마음에 도넛 가게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었어요. 실제로 준비를 진행하다가 ‘도넛을 가게에서 말고 흙으로 만들자’ 결심했죠.”



그렇게 김재용 작가는 10년 넘게 미국 몽클레어 주립대학교(Montclair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하면서 높은 현실의 벽을 체감하고 ‘포기’를 고민하다 ‘두 낫 피어’(Do Not Fear)라는 메시지를 담은 도넛 도자 작품 ‘도넛 피어’(Donut Fear)로 “다시 설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돈이 없어서 작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도넛 가게를 한다면 분명 성공할 자신이 있는데 그 욕심과 유혹을 차라리 이겨내보자 했어요. 단음식처럼 이걸 먹음으로서 자극이 될 뿐 자양분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꿈처럼 바라보고 지켜보며 쫓아가는, 하나의 별 같은 존재로 도넛을 만들자 했죠.”

 

그렇게 두려움을 떨쳐내면서 시작된 김재용 작가의 ‘도넛 피어’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연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넛 피어’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키고 힘들 사람들에게 달콤함을 선사하고 싶은 김재용 작가의 염원이 담겼다.

 

김재용 작가
김재용 작가의 ‘도넛 피어’(사진=허미선 기자)

 

“달콤하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너무 힘든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에요. 해외의 수만은 전시가 스톱됐고 (태국 방콩의)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 Bangkok) 개인전도 오픈 이틀 전에 공항이 셧다운되기도 했어요.”

그는 15일부터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 이하 키아프 17일까지 코엑스 A·B홀)에 처음으로 참가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한국, 회화적 공예’展에 ‘도넛 피어’와 거울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알록달록한 도자 도넛이 5면의 전면거울로 ‘희망’을 무한 증식시키는 시도에 나섰다.

“모든 것들에 가시가 있는, 그런 시대지만 날카로워지고 상처를 주기 보다는 서로에게 좀더 달콤한 말, 좀더 힘을 주는 말로 힘이 되면 좋겠어요.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매일 그러면 좋겠어요. 지속적으로, 영원히 기쁨을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죠.”


김재용
13일 ‘키아프2021’ 현장에서 만난 김재용 작가(사진=허미선)

 

◇공예, 키아프 참가로 경계를 확장하다

 

“미국 등에서는 1999년, 2000년부터 이미 공예와 현대미술의 경계는 허물어져 있었어요. 중국 아이웨이웨이 등 작가들이 현대미술과 공예에 경계가 없다는 걸 입증했죠. 반면 한국에서의 공예는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훌륭한 전통문화에 뿌리 내린, 그래서 더 단단하게 준비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대미술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는 키아프에 공예작품으로 처음 참가하는 KCDF의 행보에 대해 이렇게 의견을 전한 김재용 작가는 “한국도 세계화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를 맞은 것 같다”며 “어떻게, 어떤 형식으로 풀어내 콘셉트를 만들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자문화학과 조교수로 후학을 양성 중이기도 한 김재용 작가는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에 KCDF에 지원을 받아 거울 등으로 시도하는 작업들이 너무 좋았어요. 투자부터 콘셉트 등까지 저 혼자 했다면 2년은 걸렸을 작업이거든요. 거울을 활용한 아이디어는 저도 해보고 싶었던 도전이라 혼자서 고민 중이었어요. 그런데 KCDF와 (‘한국, 회화적 공예’ 기획자인) 강신재 보이드플래닝 대표님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셔서 너무 신나게 작업했죠. 새벽 3시까지 쉬는 날 없이 일하면서도 너무 즐거웠어요. 저도 이렇게 지원을 받는 전시는 처음이었는데 작가, 창작자가 잘하는 데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죠.”

이어 김 작가는 “지원이나 후원을 받아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작가는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하다”며 “제 제자들이 이번 작업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싶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쿠사마 야요이, 이불 등 작가님들이 거울을 활용한 작업들을 선보이셨죠. 하지만 공예에 뿌리를 둔, 흙으로 작업하는 작가들도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젊은 작가들이 인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벽을 넘는 하나의 과정이었거든요. 그게 가능하게 게 KCDF의 후원이었고 강신재 감독님의 서포트였어요. 작가 혼자만의 투자로 풀어나가는 건 정말 벅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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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작가의 ‘도넛 피어’에 투영된 지금 풍경들(사진=허미선 기자)

그리곤 “그래서 지원의 필요성이 점점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7년 전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2년 동안 테스트만 하다가 결국 못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많은 작가들에 의해 작품들로 보여지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아이디어가 재밌는 게 언제나 공존하고 함께 있어요. 공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 아이디어라 표현하고 싶을 때 표현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내 것이 아닌 게 돼버리죠. 그렇게 아이디어의 작품화를 가속화하는 게 지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늦든 빠르든 앞서서 “투자하자, 도전하자, 힘내자”

김재용
13일 ‘키아프2021’ 현장에서 만난 김재용 작가(사진=허미선)

 

“사실 여전히 겁나요. 늘 도전해야 하고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키키 스미스(KiKi Smith)가 얘기했던 것처럼 ‘작가는 언제나 샌딩할 것이 있다’고 믿어요. 아무리 늙어도 은퇴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하겠구나 싶거든요.”

이렇게 전한 김재용 작가는 “지금이야 왕성하게 뛰어다니지만 나중에는 잔잔하게라도, 무슨 일이 있든 늦든 빠르든 앞으로는 가겠구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계속 그런 마음으로 작업할 것 같아요. 작업이라는 가능성을 열고 한국을 얼마나 알리고 어떻게 문화의 힘을 발휘하도록 할지를 고민하면서요. 그게 젊은 친구들의 미래거든요. 미국에 살면서 특정 기업이 잘하는 게 교포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봤어요. 그래서 학기 중에도 시간을 쪼개 전세계를 뛰어다니면서 전시를 해요. 그렇게 한국 문화 발전에 힘이 되면 좋겠어요. 남들 보다 앞으로 가면서 조금 먼저 길을 만드는 게 제 역할 같아요. 그래서 늘 다짐하죠. ‘투자하자’ ‘도전하자’ ‘힘내자’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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