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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포항음악제 박유신 예술감독 "음악의 힘을 믿어요!"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입력 2021-10-22 18:30
신문게재 2021-10-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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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첫 발을 내딛는 ‘포항음악제’ 박유신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포항은 제가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고향이에요. 부모님은 여전히 포항에 살고 계시죠. 그런 저도 몰랐지만 포항은 꽤 오래 전부터 문화도시로 인식돼 왔어요. 다양한 축제와 문화행사 등 삶의 질을 높일 문화적인 면이 곳곳에 많은 도시죠. 거대한 구름이 떠 있는 공원도 있어요. 게다가 너무 맛있는 고기와 회, 잘 조성된 산책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정말 화려한 야경과 밤바다까지…고유의 매력과 감성이 있는 도시죠.” 

 

그런 포항에서 새로 출범하는 ‘포항음악제’(11월 5~11일 포항문화예술회관, 포항시청 대잠홀) 준비에 한창인 박유신 예술감독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포항만의 특징들을 알리고 싶다”며 “포항 고유의 색을 살리면서도 클래식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자리잡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박유신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11월 3일 첫 발을 내딛는 ‘포항음악제’ 박유신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통영국제음악제, 평창대관령음악제 등 유서 깊은 지역 음악제들이 있지만 저희 ‘포항음악제’는 ‘첫회’라는 게 가장 특별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에 그 첫 주제도 ‘기억의 시작’(The Beginning of MEMORY)이다.  

 

“시작을 함께 한 포항음악제가 외국의 훌륭한 연주자들이 오고 싶어 하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전세계에 기억될 음악제의 시작이라는 의미죠.”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을 전 학년 장학생으로 수석 졸업하고 독일 유학길에 오른 박유신 감독은 2015년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 석사과정을 1위로 수료했다. 

 

더불어 같은 대학의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박유신 감독은 국내 유수의 콩쿠르를 비롯해 제24회 야나체크 국제 콩쿠르 2위, 드레스덴 국립음대 실내악 콩쿠르 1위,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와 특별상 등을 거머쥔 젊은 첼리스트이기도 하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10월 29~31일 금호아트홀 연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부터 두 축제 준비로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음악으로 즐거울 일주일, ‘지속성’이 가장 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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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첫 발을 내딛는 ‘포항음악제’ 박유신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두 축제 다 ‘실내악’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클래식의 기본이 되는 음악이거든요. 다만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은 많이 연주 되는 않은 곡, 새로운 것에 초점을 맞춰요. 제가 시도하고 들려드리고 싶은 프로그램을 위주로 구성해 ‘이런 것도 있으니 들어 보세요’라면 포항음악제는 ‘이런 거 좋아하시죠?’라는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처음이니 좀 더 대중적이고 어렵지 않은 곡들로 다양하게 꾸렸죠.”



이어 “포항은 저에게 음악홀이나 무대보다도 익숙한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제 이름을 걸고 페스티벌을 한다는 자체가 믿을 수 없는 일이고 부담도 되지만 잘하고 싶다”며 “정말 좋은 분들을 모셔서 다양하게 다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을 전했다.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고 바다 주변에서 여유를 즐기면서 들으실 수 있게 일주일을 채워보자 했어요. 지금의 제일 큰 숙제는 지속성이에요. 그래서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있다가 사라져도 모르는 페스티벌이 정말 많거든요. 포항음악제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작정하고 연주자 섭외에 총력을 기울였어요. 이제 첫회지만 연주자들도, 관객들도 오고 싶은 음악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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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음악제 포스터(사진제공=사무국)

그 욕심과 지속성에 대한 염원만큼 포항음악제에 초청된 연주자들과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화려하고 레퍼토리들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칭송받는 백건우,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송영훈, 비올리스트 이한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바이올린 김재영·김영욱, 비올라 김규현, 첼로 이원해) 등이 기꺼이 포항행을 수락했다. 

 

“개막식은 특별한 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탄생’(Come into the World)이라는 테마로 두 개의 한국 초연곡을 선정했죠. 제가 니콜라이 기르셰비치 카푸스틴(Nikolai Girshevich Kapustin)의 ‘첼로 콘체르토’를 연주해요. 카푸스틴은 생소하지만 그의 첼로 콘체르토는 대중적인 요소가 많은 곡이죠. 제 스승이신 서선영 선생님이 한국 초연곡인 제럴드 핀치의 ‘탄생의 날’(Dies Natalis, Op. 8)과 로베르트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liebe und Leben, Op. 42)를 선사하죠.”

이어 “마지막은 고전적인 비발디 곡을 4명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노부스 콰르텟의 김영옥·김재영, 이유라, 임지영)가 연주할 것”이라고 귀띔한 박 감독은 “어디서도 듣기 힘든 프로그램들”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프로그램에서 중점을 둔 건 인간의 감정들이에요. 백건우 선생님과 함께 브람스 실내악을 연주하는 ‘브람스의 말’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죠. 코로나19로 첫회에 하지 못하는 것들이 아쉬워요. 훌륭한 해외 연주자들도 섭외했지만 팬데믹 장기화로 지난해부터 서너 차례 연기와 취소를 반복하다 결국 초청을 못했어요.”

거장들의 마스터클래스, 미술관·학교·시설들 등과 소외계층, 여전히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지진 피해시민들을 찾아가는 음악회 등도 코로나19 장기화로 결국 포기해야 했던 박 감독은 “내년 음악제를 위한 해외 아티스트 섭외를 이미 시작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더욱 소중해진 음악, 무대, 관객 “지치고 힘들어도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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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첫 발을 내딛는 ‘포항음악제’ 박유신 예술감독(사진=이철준 기자)
“딸이 첼리스트인데도 저희 부모님은 클래식에 관심이 별로 없으셨어요. 그러다 제가 연주하는 공연들을 보시면서 익숙해지고 어렵게 들리지 않게 되셨죠. 저희 엄마는 아침에 눈 뜨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시고 몇 년째 수업을 들으러 다니고 계세요. 한번 따라가 본 적도 있는데 저도 잘 모르는 오페라 작품을 배우시더라고요. 심지어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일한 저도 생소한 걸 몇년 동안 매주 듣고 공부하셨더라고요. 이렇게 되는 과정들이 있구나 싶었죠. 그 과정 중 하나가 축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이렇게 음악과 예술의 힘을 강조한 박 감독은 “포항시민분들을 포함해 포항음악제에 오시는 분들의 일주일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며 “이 음악제로 ‘포항이라는 도시를 한번 가볼까’ 마음 먹게 되는 분들이 혹여라도 계시다면 아주 만족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개막이 너무 기대돼요. 지난해부터 많은 공연들이 취소됐어요. 무관중 공연들을 했지만 객석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더욱 그리워졌죠. 그렇게 와주시는 관객들,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해 졌어요.” 

코로나19로 포항음악제도, 그가 오르기로 했던 무대들도 연기와 취소를 반복하면서 박 감독은 “음악하는 일상,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포항음악제가 연주자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매년 11월이면 가고 싶은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은 책임감이 많이 따르는, 제가 해내야 하고 감당해야 하는 무게 같아요. 그리고 음악은 현재로서는 그냥 제 인생이죠. 첼로는 그 인생의 동반자고 관객들은 제가 할 수 있게끔 해주시는 감사한 분들이에요. 연주자로서의 삶이 너무 만족스럽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역시 그 삶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지치고 힘들어도 음악을 할 수밖에요. 음악 없는 인생은 상상도 안되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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