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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칸이 사랑한 감독, 그들이 사랑한 여배우들! 김시은·탕웨이·아이유·이주영

[Hot People] 김시은·탕웨이·아이유·이주영… 완벽 그 자체, 칸도 매료됐다

입력 2022-05-30 18:00
신문게재 2022-05-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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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김시은, 이지은, 이주영, 탕웨이(사진제공=CJ ENM,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전성기’라 칭할 만하다. 공식 초청을 받은 한국 영화만도 경쟁부문의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과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드나잇 스크리닝 ‘헌트’(이정재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까지 4편이다.  

 

영화제 초반을 ‘오징어 게임’의 배우에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정재의 연출작 ‘헌트’가 이끌었다면 중후반부는 ‘헤어질 결심’ ‘브로커’ ‘다음 소희’가 화제성을 이어갔다. 그리고 폐막식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송강호가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칸영화제에서 본상 두개를 휩쓰는 초유의 쾌거로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화제성보다 연출의 무게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칸 영화제 특성상 감독에 대한 포커스는 여전하다. 제75회 칸영화제가 주목하고 존경을 표한 박찬욱·고레에다 히로카즈·정주리 감독이 원하는 이야기를 완벽히 표현한 탕웨이, 아이유·이주영, 김시은, 4명의 여배우들을 만났다. 

 

 

◇데뷔작으로 7분간의 칸 기립박수…‘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의 김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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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음 소희’의 배우 김시은.(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다음 소희’로 첫 주연을 맡은 김시은은 데뷔와 함께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행운아다. 지난 26일 공식상영 후 7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다음 소희’가 초청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작품만을 대상으로 엄선해 상영한다. 

 

영화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고등학생 소희가 겪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다음 소희’ ‘브로커’ 두편 모두에서 ‘형사’ 역할로 분한 배두나는 미국에서의 촬영 일정으로 불참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칸에 초청받은 후배들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늠될 정도로 ‘다음 소희’와 ‘브로커’에서 확실하게 제몫을 다한다. 대선배의 존재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극중 사회의 불합리함과 고단함에 시들어가는 실습생 역할을 한 김시은은 연출을 맡은 정주리 감독이 미리 영화를 보여주지 않은 점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했다. 

  

“외국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웃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콜센터 이야기다 보니 외국인들이 공감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영화를 잘 봤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먼저 볼 수도 있었어요. 감독님이 왜 첫 시사를 칸 극장에서 보게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처음 영화를 본 게 극장이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음, 소희’를 통해 이렇게 의미 있는 얘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앞으로는 절대 쉽게 연기를 하면 안 된다고 느꼈어요. 앞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날 ‘다음 소희’의 제작사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측은 “영화의 메시지가 국적과 세대를 초월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며 “특히 엔딩 크레딧과 함께 객석에서는 7분간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감독과 배우가 다시 한번 기립해 인사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비평가주간 폐막작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현지 반응을 전했다.

 

 

◇ 감독상에 빛나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탕웨이, 고집스런 한국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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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사진제공=CJ ENM)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의 주연 탕웨이는 영화제가 끝날 즈음 이미 프랑스를 떠나있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 프리미어 후 박찬욱 감독님께 ‘제 삶을 완전하게 만들어주셨다’고 했다”는 말로 남다른 존경과 만족도를 표했다. 

 

유력한 여우주연상감이라는 현지 언론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에서 비밀이 많고 신비스럽지만 욕망에 충실하다. 조금 망설이는가 싶다가도 과감히 사랑이란 감정에 자신을 내던진다. 

 

탕웨이는 서래에 대해 “나와 닮았지만 다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저는 미래를 희망적이고 밝게 보는데 제가 연기한 서래 역시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못 사는 것뿐”이라며 “만약 시작점이 달랐다면 저 같은 삶을 살았을 것 같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보다 촬영 과정이 좋았다. 내 인생에서 최고였다”며 특별했던 촬영 현장을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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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사진제공=CJ ENM)

 

탕웨이는 ‘헤어질 결심’에서 한국인 남편을 둔 중국 국적의 이민자 아내라고 설정된 서래를 위해 한국어를 기본 문법부터 이해하고자 고집스럽게 공부했다. 탕웨이는 고집스러운 한국어 공부로 한국어를 외국인이 하면서 생기는 독특한 매력, 익숙하지만 낯설고 다르게 들리는 미묘함을 살려냈다. 상대배우인 박해일은 직접 탕웨이의 한국어 대사를 직접 녹음해 자신이 할 대사에 못지 않은 호흡을 연결시켜주는 선생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사랑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사람이 나타나야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이어야겠죠. 서로의 ‘주파수’(Channel)가 같아야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관객분들과도 분명 타이밍이 맞을 거라고 확신해요.”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이유…가수로 환영 받고 배우로 박수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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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의 이지은(사진제공=CJ ENM)

 

“아이유로 불리나 이지은으로 불리나 저는 저인걸요.”

 

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브로커’는 현지에서 가장 극과 극의 평가가 오간 작품이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입양시키려는 브로커와 생모의 여정을 다룬 로드무비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따듯한 시선과 날 선 사회비판이 오간다. 전작에서도 다룬 바 있는 유사가족을 중심으로 생명의 가치를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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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의 이지은(사진제공=CJ ENM)

 

“희한하게도 엄마 역할을 꼭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쯤 ‘브로커’ 출연 제안을 받았거든요. 운명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 잘 해내고 싶었죠. 제가 경험하지 못한 엄마 역할, 게다가 미혼모 역할이라 연기로 표현해내는 데 걱정과 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미혼모들이 어떤 사회적 시선을 견디면서 아이를 키우는지 조사를 많이 했어요. 미혼모 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던 절 반성하기도 하고 관심도 가지게 됐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이유가 주연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그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학생이던 2008년 가수로 데뷔한 아이유는 가수로서 정점을 찍고 ‘드림 하이’ ‘호텔 델루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을 통해 배우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생애 첫 레드카펫을 위한 패션으로 국내 웨딩드레스 브랜드를 선택하고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쇼메의 보석을 착용해 영화제에 대한 예의를 차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주영…형사지만 ‘브로커’나 다름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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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중 배두나(왼쪽)와 이주영(사진제공=CJ ENM)

   

사실 ‘브로커’에서 이주영은 가장 마지막으로 캐스팅된 배우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그 영향으로 영화 ‘야구소녀’가 개봉된 즈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락을 받았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등 이미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 확정은 이주영에게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저에게는 특혜였어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선배님들을 대입해서 볼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영화의 소재가 굉장히 다루기 어렵고 예민한 문제잖아요. 형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배)두나 언니가 연기한 수진은 ‘그래도 버리는 건 잘못됐다’는 입장이고 제가 맡은 이 형사는 엄마의 사연을 파악하고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브로커’가 베이비 박스와 미혼모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던져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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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의 이주영(사진제공=CJ ENM)

 

사실 이주영이 연기한 이 형사는 굉장히 평범한 이름을 가진 주변 인물에 가깝다. 수진(배두나)이 아이를 버린 엄마의 무책임을 비난할 때 그는 엄마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에 분노한다. 

 

직접 차를 운전하며 아이를 팔려는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을 따라다니며 촬영했다는 이주영은 “장르에 충실한 로드무비를 만끽하며 찍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시기라 조심스러웠지만 배우로서는 숨통이 트이던 순간이었다”며 “제 연기에는10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다”는 말로 겸손함을 드러냈다. 


칸(프랑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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