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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요즘애들 욕만하지 말고 'MZ오피스' 보고 웃으며 풀자!

[#OTT]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MZ오피스'
시즌 3 'SNL코리아' 속 인기코너, '우리 회사 인줄…' 반응 쇄도

입력 2023-04-19 18:30
신문게재 2023-04-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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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풍자해 큰 인기를 끌었던 ‘MZ오피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웃겨도 너무 웃기다. 문해력이 딸리는 지원자, 입사 3시간 만에 퇴사 사실을 밝히며 일당을 요구하는 신입사원,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집중이 잘된다는 막내는 ‘젊꼰’(젊은 꼰대의 줄임말) 주현영을 매일 뒷목잡게 한다. 쿠팡플레이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즌3’ 인기 코너 ‘MZ오피스’는 MZ세대를 단편적이고 획일적으로 묘사했다는 지적에도 매주 화제를 모았다.


왜곡된 특정 세대의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방송 후 한때 X세대로 기성세대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던 40대 이상의 직장인들로 하여금 “요즘 애들을 이해하려면 꼭 봐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들게 한 코너다. 웃프지만 ‘MZ오피스’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남 이야기’ 같지만은 않은 건 엇비슷한 사건이나 부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십분(十分, 아주 충분히) 이해한다”는 상사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10분 만에 나를 이해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풍자는 과거 다녔던 한 회사에서 만난 신입사원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그 신입사원은 회사 워크샵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에 모였던 날 칠판에 쓰인 ‘우천시 개별 활동’이라는 공지에 “우천시는 어디에 있는거죠?”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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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선주문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상하는 ‘젊꼰’의 모습. (사진제공=쿠팡플레이)

 

‘MZ오피스’는 점점 심해지는 문해력 딸림 현상을 놓치지 않고 코믹하게 버무렸지만  최근 한 기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으로 인해 드러난 문해력 저하는 심각하다. 이벤트 취소에 대한 공지 중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에 “하나도 안 심심하고 재미있다” “심심하다고 해서 더 기분이 나쁘다”는 등의 댓글로 화제가 됐다. 일부 네티즌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인 것.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은 “191개 기업 중 56.5% 기업이 ‘M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국어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통계가 있다”며 MZ세대의 어휘력 부족이 주목할 이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극 중 입사 3년차의 주현영도 사실 ‘요즘 애들’에 가깝다. 그는 사무실에서 매일 자신만의 브이로그를 찍는다. 숏폼이 대세인 이들의 일상에서 SNS를 통한 인증과 인정받기는 애교수준이라지만 팀장급 이상의 존재들에게 이들은 ‘월급루팡’에 가깝다. 자신보다 늦게 입사했지만 나이가 많은 여직원들끼리의 기싸움도 살벌하다. 동갑이어도 부서가 다른 팀장끼리 벌이는 텃세는 애교수준. 식사시간에 수저를 놓거나 커피를 사러 나가는 심부름은 언제나 가슴에 사표를 넣고 ‘퇴사마렵다’를 외치는 청일점 직원의 희생(?)으로 점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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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김민교, 정이랑, 권혁수, 이수지, 주현영, 김아영은 다양한 유행어와 패러디로 웃음 신드롬을 일으켰던 SNL 코리아 시리즈3의 주역들이다.(사진제공=쿠팡플레이)

 

스타들의 새로운 모습을 코믹하게 버무리기로 유명한 ‘SNL’이지만 ‘MZ오피스’에서의 망가짐은 유독 웃프다. 고수는 남초회사에서 ‘MZ’를 ‘엠제트’라고 발음해서 주현영의 지적을 받는다. 당황한 그는 “그런 열린 지적 고맙다”고 쿨하게 행동하지만 결국 외모 순위에서 밀리자 분노를 쏟아낸다. 유학파 팀장으로 등장한 장윤주는 순대국밥집에서 식히려고 덜어놓은 순대를 남기는 줄 알고 먹어버리는 바람에 궁상맞음의 극치를 달린다. 

지코는 ‘롤게임 하냐’는 회사 동료에게 “초면부터 티어 묻는 건 실례 아닌가요”라고 거리를 두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사 생활에 대한 팁을 답습한다. 외제차를 은근슬쩍 자랑하자 되려 “백퍼 카푸어. 영끌해서 깡통 뽑았네”라면서 영하의 날씨에 더 비싼 외제 오픈카로 달리는 허세를 보여준다. 재입사해서 유난히 사내정치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편을 만들려는 김옥빈의 모습도 주변에 한명쯤 있었던 존재들의 재림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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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영의 핸드폰에 ‘눈까리’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 김아영.두 사람은 이 프로그램을 찍으며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됐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SNL 크루들 중 유독 김아영의 존재는 유별나다. 늘 에어팟을 끼고 있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말은 귀신같이 알아듣는 ‘MZ 신입’으로 출연 중인 김아영은 상사들과의 관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당돌함으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친근함이나 예의는 밥 말아먹은 존재로 늘 눈을 치켜뜨는 탓에 ‘맑은 눈의 광인’(맑눈광)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MZ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실제 직장에서 불편한 상황을 겪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방송이 나간 후 사소한 행동도 “역시 MZ야”라는 식으로 확대해석 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치게 MZ를 왜곡하고 과장한 풍자 콘텐츠가 편견과 혐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M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사이 태어난 Z세대를 묶어 쓰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심지어 이들도 계층·성별에 따라 차이가 크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MZ라는 박스에 가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생은 돌고 보는 법이다. 곧 MZ도 AI와 GTP에 길들여진 ‘AG세대’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직접 보고 겪으며 “그때 X세대들의 마음이 이랬구나”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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