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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혼남들의 '로망', 이 한 편에… 영화 '재혼의 기술'

[#OTT] 웨이브, 영화 '재혼의 기술'
두 여자의 관심 한 몸에 받는 임원희의 사랑스러움 응축
조성규 감독 "이혼 10년 넘으면 재혼 가능성 낮아지기에 기술 알려주고파" 연출의도 밝혀

입력 2023-06-07 18:30
신문게재 2023-06-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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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보게되는 영화가 있다. 웨이브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영화 ‘재혼의 기술’도 그렇게 시작했다. 지난 2019년 개봉한 이 작품은 돌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혼이 ‘흠’이 아닌 시대, 솔로들의 연애탈출 만큼이나 재혼 가정의 관찰예능이 범람하는 이 시기에 걸맞는 의외의 수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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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개봉한 ‘재혼의 기술’은 결혼에 실패한 남자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다시 한 번 재혼에 도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사진제공=하준사)

 

호적상 이혼남인 경호(임원희)는 강릉에서 잘 나가는 인기강사다. 수려한 외모는 아니지만 위트있고 귀에 쏙쏙 박히는 그의 미술사 강연은 늘 수강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다. 시나리오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간만에 그를 찾아온 영화감독 현수(김강현)는 아끼는 학교 후배다. 전처와도 잘 알고 지내는 탓에 허물없는 사이라도 늘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20대 처음 만난 그 때처럼 “술 사달라”며 찾아온 그를 내칠 수 없어 하룻밤 재우지만 전날의 숙취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다음날 경호는 현수와 함께 단골 식당인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향한다. 집밥이 그리울 때마다 들리는 이곳은 정갈한 음식으로 유명한 곳.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미경(윤진서)은 손 맛만큼이나 단아한 외모로 동네에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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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서의 수수한 매력도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경호가 찾는 음식이라면 메뉴판에 없어도 뭐든 뚝딱 만들어주며 이혼남들의 로망을 완성시킨다. (사진제공=하준사, 웨이브)

 

당일 장 본 재료로 요리를 하는 탓에 메뉴가 정해진 건 없다. 다들 이곳에서 만큼은 부어라 마셔라 하기 보다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교감한다. 영화감독인 현수는 이곳을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쓰기로 한다. 하루빨리 그가 사라지길 원하는 경호는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사실 그는 미경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었고 강릉에서 지역문화예술을 담당하며 자신을 보좌하는 은정(박해빛나)의 마음을 짐짓 모른 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한 건 미경과 은정이 한때 시누이 관계였다는 것. 오빠의 결혼생활이 끝났을지언정 두 사람은 자매같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경호가 긴장하는 이유는 미경의 전 남편이자 동네의 유명 한의사인 황 원장 역시 강릉에서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속도 모르고 “이혼 후에도 이 사람의 손 맛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며 수시로 가게를 찾는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거창한 싸움이라도 벌어질 거라 생각했건만 황 원장과 경호는 둘도 없는 술친구다. 현수가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모른 척 할 리가 없다. 결혼과 이혼을 모두 했지만 연애 스킬은 늘 제자리인 경호의 이야기를 자신의 시나리오에 넣고자 주변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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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강릉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영화 ‘재혼의 기술’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

 

이들은 결혼은 판단력이 부족했고 이혼은 인내심이 부족했노라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재혼은 왜 하려는 걸까. ‘재혼의 기술’은 이 질문에 “기억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끈다. 하지만 이 둘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들의 대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영화는 경호가 프로포즈를 앞두고 옷을 맞추는 양복 디자이너를 통해 쉽지않은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다. 

자신의 가게를 찾은 두 사람에게 재단사는 엘레강스한 말투로 “와이 초혼 앤 재혼 이즈 차별을 하느냐?”는 콩글리시를 구사하며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빚과 이혼’으로 자신의 부캐를 완성한 그룹 ‘룰라’ 출신의 이상민은 카메오 제안을 받고 거절 대신 캐릭터를 구체화해오고 애드리브 대사까지 구사하며 촬영 현장을 웃음으로 초토화시켰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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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출연으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이상민. (사진제공=웨이브)

 

주연을 맡은 임원희와는 SBS예능 ‘미운 우리 새끼’ 에서 ‘궁하고 짠한’ 중년남자의 캐릭터를 완성해 온 사이. 실제로 이혼한 지 20년이 넘은 걸로 알려진 조성규 감독은 ‘재혼의 기술’에 두 여성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임원희를 통해 사회적으로 어른으로 구분되고 멀쩡한 직업을 가졌어도 늘 애 같은 남자들의 심리와 행동을 응축시켰다. 이혼남들의 로망은 조용하고 사려 깊은 이혼녀 미경을 통해 완성된다. 멀쩡해보여도 매사가 부끄러운 경호와 옆에서 훈수 두기에 급급한 현수의 좌충우돌 소동극은 미경의 결단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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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희는 이혼 후 강릉에서 내려가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남자의 매력을 뽐낸다. 평소 마음이 쓰이던 여자에게 용기를 내 고백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실수로 엉망이 된 프러포즈가 그의 인생을 바꾼다.(사진제공=웨이브)

 

조 감독은 “실제로 임원희, 김강현 두 배우를 놓고 썼다. 배우들도 연기가 아닌 평소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사실 이혼한 지 10년이 넘으면 재혼의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아직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임원희 배우에게 기술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말로 영화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시나리오를 받고서는 “빨리 읽고 거절하려 했다”는 임원희는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특별출연 정도만 하려고 읽었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말로 운명적인 출연임을 강조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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