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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김주택 “조승우, 전동석, 최재림…감히 제가 이 자리에 껴도 되는 걸까 했죠”

입력 2023-07-14 18:30

오페라의 유령 김주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

 

“다른 배우님들, 조승우·전동석·최재림 배우님들과 함께 엄청난 연구를 했어요. 여기서 가사를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표현이 좋을까, 이걸 좀 바꾸면 되지 않을까…. 제가 감히 이 자리에 껴도 될지 모를 정도로 정말 영광이었죠.”



지난 3월 부산에 이어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7월 21~11월 17일 샤롯데씨어터) 서울 공연을 준비 중인 김주택은 “그렇게 배우들마다 다른, 굉장히 좋은 부분들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그리곤 ‘더 뮤직 오브 더 나이트’(The Music Of The Night) 하이라이트 대사를 예로 들었다. 

 

“조승우 배우님은 ‘네 영혼 다시 태어날 순간’, 저는 ‘네 영혼 나를 원하는 이 순간’, 전동석 배우님은 ‘내 영혼 가야만할 그 곳이’로 달라요. 완전 특징있고 재밌어요. 비슷한데 의미가 달라져서 굉장히 좋게 들리거든요.”


오페라의유령 김주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

◇동병상련 크리스틴들 손지수와 송은혜, 극과 극의 라울 송원근과 황건하

 

“다행히도 손지수·송은혜 배우는 ‘오페라의 유령’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손)지수는 선화예고 선후배 사이고 (송)은혜랑은 공연을 함께 하기도 했죠. 셋 다 성악과 출신으로 뮤지컬을 데뷔하다 보니 뭐랄까 ‘동지애’ 같은 게 있었어요.”

‘오페라의 유령’으로 나란히 뮤지컬에 데뷔한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 송은혜와 동병상련의 동지애를 느꼈다는 김주택은 “두 크리스틴이 완전 달라서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지수 배우는 약간 여리고 순수한 소녀같아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다가 그냥 유령의 명령이라고 해야 될까요? 압도하는 그 힘을 따라 억지로 끌려가다 성장하는 캐릭터라면 은혜 배우는 당차요. 호기심 가득해서 끌려오는 느낌인 것 같아요. 노래할 때도, 발성도, 목소리 자체도 달라서 재밌죠.”

이어 “(크리스틴의 연인) 라울들도 너무 다르다”며 “같은 장면이라도 (송)원근 형님과 할 때랑 (황)건하와 할 때 또 다르다”고 덧붙였다.

“건하는 실제로도 젊고 어리다 보니 그 힘이 좀 남달라요. 막 끓어오르나 봐요. 지치질 않죠. 많은 분들이 김주택·송은혜·황건하가 만나면 폭발할 것 같은, 불도저 같은 느낌이라고들 하세요. 김주택과 송은혜 사이에 송원근 라울이면 달달해지죠. 물과 기름처럼 전혀 다른 배우들의 표현이 되게 재밌어요. 칼롯타도 더블캐스팅이라 더 재밌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는 오페라 ‘아이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가 있다?

가면 무도회  Masquerade (송은혜 황건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사진제공=에스엔코)

 

“극 중에 오페라가 3작품이 나와요.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극 배경이 되는 시대의 실제 오페라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김주택의 말처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는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빌어 창작한 아리아들이 등장한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시절 오페라 무대에 함께 올랐던, 피앙지 역의 박회림 배우랑 얘기를 좀 했는데 ‘한니발’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일무토’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돈 주앙의 승리’는 ‘돈 조반니’를 오마주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극 중 오페라에서 저는 ‘돈 주앙의 승리’가 인상 깊고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한니발’과 ‘일무토’에는 제가 나오지 않지만 ‘돈 주앙의 승리’에서는 제가 부르거든요. (성악가 김주택으로서)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했던 그 사람이 진짜 오페라 가수처럼 노래하면 사람들이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기대를 했죠.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오페라의 유령 - 지하호수 (김주택, 손지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

 

더불어 가슴에 와닿는 장면으로 “유명한 유령의 솔로넘버이기도 한데 크리스틴과 함께 부르는 ‘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이중창”을 꼽았다.

“크리스틴을 지하궁의 자기 세계로 데리고 가는 넘버인데 그 장면의 무대전환이 끝내줘요. (크리스틴의) 대기실에서 지하동굴로 바뀌고 배를 타고 자신의 세계로 가는 그 장면을 다른 유령 배우들이 할 때마다 봤는데 너무 멋있어요.”


◇성악가, 미라클라스 멤버, 뮤지컬 배우로 진화 중 “그냥 무대에 서는 게 좋아요”

오페라의유령 김주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밌어요. 인생 참 재밌다 싶어요. 성악을 할 때는 제가 뮤지컬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저는 진짜 성악가로 인생을 마감할 줄 알았어요. 조수미 선배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

그는 바리톤 성악가에서 크로스오버 그룹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 멤버로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 진화 중인 자신의 인생을 “재밌다”고 표현했다.

“시대는 변했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터치 한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잖아요. 아티스트들도 그에 발맞춰 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 분야에서 장인정신을 가지고 끝까지 가시는 분들도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죠. 저 역시 그렇게 하려고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끊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린시절부터 많았던 호기심이 지금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 계기는 역시나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였다. 그는 “‘팬텀싱어’를 하면서 뮤지컬 배우들과 많은 호흡을 맞추다 보니 정말 궁금했다”며 “그 친구들이 하는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해졌다”고 털어놓았다.

“팀 멤버인 (박)강현이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연습은 어떻게 하고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낼지 궁금했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막상 해보니 제 적성이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어떤 면은 다르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페라랑 비슷해서 적응은 어렵지 않았죠. 동료 배우님들, 컴퍼니분들, 창작진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새 가족을 만난 느낌이에요.”

김주택은 호기심과 더불어 “무대에 서는 게 그냥 좋은 것이 끊임없는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라고 짚었다. 그는 “자칫 지금까지 제가 이룬 것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없지는 않았다”면서도 “그걸 두려워한다면 새로운 걸 얻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과 더불어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장르를 불문하고 어느 자리라도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뭐랄까…무대 서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게 성악이든, 오페라든, 크로스오버든, 트로트든…그냥 무대에 서는 게 좋아요. 그게 저의 원동력이고 힘이죠.”


◇매일 새롭게 발견하는 서울! 초여름 같은 인생에 찾아온 뮤지컬

오페라의유령 김주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

 

“코로나 팬데믹을 맞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오랜 외국 생활에 지쳐 있었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을 찰나였죠.”

그는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가수로서 활동하는 것도 물론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지만 한국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어릴 때 평범한 생활을 포기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어요.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MT도 가고 연애도 하고…그런 생활을 다 포기한 상태였죠. 그런 생활 끝에 한국에 들어와 장기간 머물면서 ‘팬텀싱어’에도 출연하고 뮤지컬까지 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이 매일 새로워요. 안가봤던 곳이 너무 많아서 파고 파고 파도 새로운 발견을 하는 그런 느낌이죠.”

스스로의 삶, 예술가로서의 행보에서 “열정적으로 전성기를 준비하는 현재진행형의 초여름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김주택은 “그런 때에 운 좋게 만난 뮤지컬 역시 현재진행형”이라고 전했다.

“모든 음악활동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고 재밌어요. 그렇게 저는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는 중이죠.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저는 이제 시작이거든요. 장르불문하고 도전하고 변신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저의 한계를 알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만날 시작인 것 같아요.”


오페라의유령 김주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역의 김주택(사진=이철준 기자)

◇계획은 없지만 “자베르, 콰지모도, 하데스, 안중근…해보고 싶은 역할이 너무 많아요”

 

“바리톤 성악가로서는 어려서 하지 못했던 작품들, 아버지 역할 등을 해보고 싶어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의 아버지(제르몽) 등 바리톤으로서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역할들이 무궁무진하죠.”

이렇게 전한 김주택은 “뮤지컬도 앞으로 계속 하고 싶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미라클라스 콘서트를 준비 중이고 솔로앨범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눙쳤다.

“뮤지컬에서는 ‘레미제라블’의 자베르, ‘하데스타운’의 하데스 등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평소 성격이 긍정적이고 호탕한 제가 악역을 하면 ‘저런 모습도 있었어?’라고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제 음역대에 맞춰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영웅’의 안중근 등 여태껏 보여드리지 않았던 그런 역할들을 좀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로까지 영역을 넓힌 김주택은 “제가 사라진, 김주택의 색은 사라지고 캐릭터만 남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며 “뻔한 배우가 아닌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건 없어요. 지금에 최선을 다해서 살자가 좌우명 같아요. 지금은 뮤지컬을 하고 있으니 뮤지컬에 최선을 다 하고 있죠. 현재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투어를 잘 끝내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그렇게 살다보면 뭔가를 이루지 않을까요? 언젠가 저 자신을 돌아봤을 때 ‘할만큼 했구나’ ‘인생 잘 살았구나’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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