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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기업 살리는 문화예술

입력 2023-08-24 14:05
신문게재 2023-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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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최근 서울시뮤지컬단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관람했다. 관객들로 가득찬 공연장, 감동어린 표정과 박수로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수년간 이어진 고통의 시간을 넘어 생기를 되찾은 공연계가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좋은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층이 확대돼야 하고 이들의 예술 소비는 곧 문화예술 발전으로의 근간이 된다.

관객, 즉 예술 소비자는 예술계의 고객이자 다른 측면에서는 기업의 고객이기도 하다. 고객들이 예술에 대한 관심이 늘수록 기업들의 예술지원 사업이나 이를 활용한 마케팅 비용도 확대되기 마련이다. 최근 한국메세나협회에서 발표한 ‘2022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국내 기업의 예술지원 규모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총액이 2073억 4400만원으로 코로나 대란이 한창이던 2021년 대비 15.8%(약 283억원) 증가한 수치다. 예술을 지원한 기업의 수도 14.8%, 지원 건수는 무려 25.4% 증가했다. 고객들의 문화예술 소비와 기업의 예술지원은 사회·경제적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업이 메세나 활동을 종전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간 예술에 대한 갈증을 겪던 고객들의 예술 향유 기회와 소비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은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공연장, 미술관, 복합문화공간 등 신규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팬데믹 이후의 활동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 운영 금액이 전년 대비 12%가 늘어난 덕분에 새롭게 단장한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준비해온 공연과 전시들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미술·전시 분야의 지원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폭발적인 호황기를 누린 미술시장과 맥을 같이해 대기업들의 국제아트페어 후원, 백화점 등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아트콜라보레이션 작업 등이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 전통예술, 문학, 연극, 무용분야의 지원금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점은 공연장 건축, 운영비의 확대와 비교되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전략, 마케팅 전략, 기업문화 전략 차원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한다고 답했는데 지역문화 활성화와 문화예술단체 순수지원 이유가 60%를 넘었다. 최근 ESG경영의 일환으로서 지역사회 기여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확연히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이 지켜야 할 도덕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날이 갈수록 무게를 더해가는 가운데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뿐 아니라 고객, 지역사회, 협력사, 임직원과 더불어 성장하는 주체가 돼야만 한다. 기업은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함에 있어 문화예술과 파트너로서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어 내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예술소비자가 곧 기업의 고객이자 사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척도임을 감안할 때 ‘기업이 문화를 돕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없이는 생존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다소 억지스럽게 들릴지도 모를 말을 결코 가벼이 여기거나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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