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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판 커지는 수소시장…韓기업, 글로벌 패권 경쟁 본격화

[테크리포트] 수소 시장, 2050년 1929조 규모…전방위적 생태계 구축 가속화

입력 2024-09-23 06:38
신문게재 2024-09-23 11면

챗GPT
이미지는 생성형 AI ChatGPT 4o을 통해 생성한 ‘수소경제사회 모습’. (이미지=DALL E3, 편집=정은지 기자)

 

수소경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과 함께 국내 주요 기업들이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글로벌 과제 해결에 있어 수소 에너지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어, 수소경제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수소경제의 현황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추진된 이 정책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에너지 신산업’의 일환으로 지속되고 있다. 특히 원전에서 생산한 청정수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소경제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2021년에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 윤석열 정부 또한 2022년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을 정부 과제로 선정하며 수소경제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투자 계획 수립과 실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의 전망에 따르면 수소 시장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50년에는 1년 중 78일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수소로 충당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딜로이트의 리포트는 더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청정수소 시장이 2030년 885조원에서 2050년 192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3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로, 수소 시장의 잠재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수소 산업이 단순한 에너지 분야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 에너지 기술을 중장기 비전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 모빌라이저’ 전략을 통해 2033년까지 5조 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통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소 경제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으로, 현대차그룹이 수소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1. 현대차 장재훈 사장
장재훈 현대차 CEO 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Hyundai Way)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수소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첫째, 수소 모빌리티 확대다. 현대차는 넥쏘 후속 모델을 내년까지 출시할 예정이며, 발전, 트램, 항만, 선박,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비차량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는 수소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략이다. 둘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및 공급이다. 현대차는 최근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인수 완료했다. 이를 통해 R&D 및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한 곳으로 모아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는 수소 기술의 핵심인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다. 셋째,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제네럴 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체코의 스코다 일렉트릭과도 수소 경제 및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협력은 기술 교류와 시장 확대를 통해 현대차의 수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은 액화수소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SK E&S는 인천에 연 3만톤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을 건설했다. 이는 수소버스 약 5000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SK E&S는 효성, 두산과 협력하여 액화수소 물량 교환, 보유 재고 교류 등을 통해 액화수소 수급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생산 설비와 기업 간 협력은 국내 수소 공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E&S는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를 시작으로 전국에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는 수소의 대량 생산과 안정적 공급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이와 함께 액화수소 유통망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SK E&S는 인천에 국내 첫 액화수소 충전소를 열었으며, 부산, 청주, 이천 등 전국 40여 곳에 충전소를 설치해 액화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이는 수소 활용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다. 더불어 SK는 블루수소 및 청정수소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액화수소 생산을 시작으로 블루수소, 청정수소까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2. H2MEET 오만 그린수소프로젝트 개념 모형
지난해 열린 수소산업 전시회 ‘H2 MEET’에서 공개된 오만 그린수소프로젝트 개념모형(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포스코그룹은 수소 생산에서부터 운송 및 저장, 충전, 수소환원제철 등 사용 단계까지 각 계열사별로 영역을 분담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는 오만의 ‘두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그린수소 생산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22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수소 경제의 전 주기에 걸쳐 종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포스코그룹은 중동을 비롯해 국내와 북미,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 등 세계 6개 지역에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가동해 2050년까지 700만톤 청정수소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수소 인프라 구축도 포스코의 중요한 전략이다. 포스코는 수소 저장 및 운송 기술을 개발하고,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소 경제의 기반을 다지겠단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포스코는 수소 활용 분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수소를 활용한 발전, 수소차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이 최근 노르웨이선급협회(DNV)로부터 설계 기본 인증(AiP)을 받은 액화수소 운반선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는 수소연료전지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HD하이드로젠을 통해 핀란드 기업 ‘컨비온’을 107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고온의 수증기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확보했다. HD현대는 이를 바탕으로 2040년경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로 가는 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조선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다.

HD현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수소 연료전지 기술 개발이다. HD하이드로젠은 컨비온 인수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발전 및 선박용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는 수소 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기술 개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액화수소운반선 또한 집중 개발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8만㎥급 전기추진 액화수소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이 선박은 HD현대의 최신 대형 액화 수소 탱크와 수소 이중 연료 ‘힘센 엔진’이 탑재된 전기추진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이는 수소의 해상 운송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중요한 기술적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들도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노르웨이 선급(DNV)으로부터 8만㎥급 전기추진 액화수소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미래 수소 운송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액화수소운반선은 대규모 수소 운송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로, 글로벌 수소 경제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의 액화수소운반선은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기화하는 수소 가스로 전력을 생산해 선박 운항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친환경 선박 기술의 혁신적인 사례로, 해운 산업의 탄소 중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포스코, 현대제철 등과 함께 ‘액화수소 선박용 재료 시험 표준화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액화수소 운반선 설계 및 건조를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 연구는 한국 조선업계가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체코협약
(왼쪽부터) 현대차 글로벌수소비즈니스사업부 박철연 상무,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 켄 라미레즈 부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 체코 산업통상부 요제프 시켈라 장관, 스코다 그룹 페트르 노보트니 CEO, 스코다 일렉트릭 자로미르 실하넥 CEO.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이처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각자의 강점을 살려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모빌리티와 연료전지 시스템, SK는 액화수소 생산과 유통, 포스코는 그린수소 생산과 수소환원제철, 조선업체들은 수소연료전지 및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적인 접근은 한국이 수소 경제에서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 기업이 자사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수소 경제의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수소 산업의 균형 잡힌 발전을 가능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인프라가 갖춰져야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소법 제정,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수소 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더욱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초기 단계에 있는 수소 경제의 특성상,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산업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수소 경제는 현재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지원,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혁신, 그리고 국제 협력의 강화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수소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수소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도전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한국 수소 경제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다면, 한국은 수소 경제를 통해 새로운 경제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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