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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안전한 하늘길의 요람, 대한항공 핵심 운영센터를 가다

입력 2024-05-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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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비격납고. (사진제공=대한항공)

 

최근 싱가포르발 항공기가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하는 사고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난기류로 알려졌는데, 이는 우리에게 항공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승객들은 항공사에 자신의 생명을 맡길 수밖에 없기에, 항공사는 안전 운항과 만일의 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안전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대한항공 본사를 찾아가 안전 운항을 위한 핵심 시설인 종합통제센터(OCC)와 정비 격납고, 객실훈련센터, 항공의료센터 등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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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에서 최윤영 항공의료센터장이 기내용 응급 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항공의료센터다. 이 곳에서는 승무원의 건강관리부터 승객의 안전까지, 항공 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업무가 이뤄지고 있었다.

유해 물질 취급이 잦은 정비사들을 위해 특수 건강 진단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반·종합 건강검진과 마음 건강 검진 등을 시행하고 있다.

승객 건강과 관련해서는 의료 장비 지원이 필요한 환자의 탑승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장비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기내 응급 환자 발생 시 항공의료지원시스템(AMCS)을 통해 지상 의사가 승무원에게 응급 처치를 지도하며, 기내에 탑재되는 의료 장비 선정과 구성, 이를 활용한 승무원 응급 처치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최윤영 항공의료센터장은 “조종사가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운항 자격증과 함께 항공 신체검사 증명서가 필수”라며 “당 센터에서 항공 신체 검사를 시행하고, 합격 시 증명서를 발급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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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통제센터에서 통제운영팀 네트워크OPS 그룹장 황윤찬 부장이 항공기들의 운항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이어서 방문한 곳은 종합통제센터(OCC)다. 이 곳에서는 전 세계를 누비는 항공기들의 운항 상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 국내외 미디어 정보부터 기상 상황, 공항 현황까지 방대한 데이터가 24시간 쏟아진다.

통제운영팀 네트워크OPS 그룹장 황윤찬 부장은 “운항 통제 범위는 약 3일 정도”라며 “이 기간 내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핵심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돌발 상황 발생 시에는 신속한 정보 파악이 운명을 가른다”며 “국내외 주요 미디어를 상시 모니터링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모니터 한 켠에서는 연이어 외신 속보가 잡히고 있었다. 일본 지진 소식, 미국 공항 운영 상황 등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식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포·인천공항의 활주로 현황도 실시간 송출되고 있었다.

기내 탑재된 연료 상황도 주요 관심사다. 황 부장은 “연료가 계획보다 너무 많거나 모자란 항공기들을 집중 모니터링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며 “연료 상황과 별개로 항공기 운항 능력, 기장의 자격, 탑승 승무원 현황 등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 항공편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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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전문 정비 직원들이 항공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180m에 달하는 거대한 격납고. 그 안에는 대형기 2대와 중형기 1대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었다. 김포공항에 위치한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의 모습이다. 737 기종의 경우 무려 6~7대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니, 그 규모가 실로 압도적이다.

격납고에서는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체를 해체하고, 결함을 찾아내 수리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비행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은 별도로 떼어내 부천 엔진 정비 공장으로 보내진다. 엔진 정비 비용만 해도 50억에서 100억원에 이른다.

“연료탱크와 연료 배관, 유압 계통을 집중적으로 살핍니다. 조그만 결함도 발견되면 즉시 수리하죠. 한편 기체 외부의 브레이크나 타이어 등 마모가 심한 부위는 매 비행 때마다 점검합니다.”

이는 모두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정시 운항률은 타 항공사 대비 월등히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철저한 매뉴얼과 전문 정비 인력 덕분이다.

대한항공은 약 3100명의 정비 인력과 5곳의 정비 격납고 및 엔진·부품 정비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기 정비 규모와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대한항공은 매 이륙 전과 착륙 후 항공기 상태를 점검하며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정비 덕분에 2023년 99.17~99.84%의 높은 정시 운항률을 기록했다. 또한 비행 시간·이착륙 횟수별 검사 및 부품 교환, 종합 점검 등 체계적인 항공 MRO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내 인터넷 설치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예지정비조직을 신설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제적 정비도 시행 중이다.

다음 행선지는 객실 훈련원이다. 정비만큼이나 중요한 객실 서비스와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어떤 훈련이 이뤄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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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훈련센터에서 대한항공 관계자가 객실 내 비상문 개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은지 기자)

 

“여기는 객실 승무원들의 안전 훈련이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기압 변화나 화재 등 기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상 상황에 대비한 실습이 진행되죠.” 객실훈련원장 박관영 수석의 설명이다.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 이곳에선 특별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입 승무원은 물론 경력 승무원들도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현재의 시설은 2003년에 도입됐습니다. 올해 말 재개관을 목표로 첨단 시설 도입을 위한 대대적 투자를 계획 중이에요. 앞으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환경에서 훈련이 이뤄질 겁니다.”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마치 실제 항공기에 탑승한 듯 A380 도어 트레이너 앞에서 승무원들은 비상구 개방 절차를 익히고 있었다.

최근 기내 난동 사태가 빈번한 가운데 승무원들의 대응 훈련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었다.

“승무원은 법적으로 기내에서 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갖습니다. 난동 승객을 제지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 꾸준한 훈련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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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훈련센터 지하에 마련된 항공기 탈출 실슴 체험 시설. (사진=정은지 기자)

 

비행기가 불시착할 경우를 대비한 탈출 훈련은 이곳의 하이라이트였다. 수영장을 갖춘 시설에서 승무원들은 승객을 안전하게 탈출시키기 위한 절차를 몸소 익히고 있었다.

“저희는 절대 안전이라는 가치 아래 승무원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설과 함께 한층 강화된 훈련 프로그램으로 고객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객실훈련센터를 관통하는 단어는 ‘안전’이다. 탑승구를 통해 세상으로 나가는 수많은 승객의 안녕을 승무원의 어깨가 짊어지고 있었다.

종합통제센터(OCC)와 정비 격납고, 객실훈련센터, 항공의료센터를 모두 돌아보고 나니, 항공기 한 대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달해 승객이 내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점검과 교육과 노력이 투입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치열하게 안전을 확보하는 곳. 이곳이야말로 ‘안전한 하늘길’을 열어가는 요람이 아닐까.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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