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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와의 대화’…영화 ‘원더랜드' 부활시킨 AI, 순기능만 있을까

입력 2024-06-17 06:30
신문게재 2024-06-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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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딸 지아(여가원)는 죽은 엄마 바이리(탕웨이)와 영상통화를 하며 일상을 공유한다. 정인(수지)은 뇌사 상태에 빠진 남자친구 태주(박보검)에게 모닝콜을 받고 깨어나거나 같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



지난 5일 개봉한 SF 영화 ‘원더랜드’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망자(亡者)를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해 유가족에게 영상통화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다룬다. 여기서 죽음은 살아가는 공간이 달라지는 것일 뿐 영원한 이별은 아니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소개된다.

이 같은 영화 속 얘기가 AI를 통해 속속 현실화되면서, 영화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현대인에게 또 다른 자극과 윤리적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망자와의 대화 혹은 망자 소환까지 가능해 보이는 디지털시대, 그 결과는 언제나 해피엔딩일까.

16일 IT 업계에 따르면 영화 원더랜드처럼 죽은 사람을 AI로 구현해 유가족이 교감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AI 스타트업 레플리는 가족·친구와의 메신저를 학습한 AI 아바타를 제작해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종하 레플리 대표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블로그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AI 아바타로 만들어 못다 한 얘기를 나누는 사용자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레플리는 AI가 학습하지 않은 대화를 접할 때도 답할 수 있도록 AI 페르소나를 네이버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에 학습시켰다.

딥브레인AI는 고인을 아바타로 구현해 영상을 제작하는 AI 추모서비스 ‘리메모리2’를 선보였다. 고인이 생전에 직접 스튜디오를 방문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 고인을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유가족은 갑작스레 떠나보낸 가족도 PC, 모바일, 태블릿, 키오스크 등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죽은 사람과의 재회가 꼭 위로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도 바이리의 엄마(니나파우)는 AI가 진짜 딸처럼 행동하는 게 어느 순간 불편해 진다. 정인은 뇌사상태에서 깨어난 태주와 AI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AI를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실제 현실에서도 망자 부활로 혼란을 느끼는 사례들이 더러 발생하곤 한다. 권준수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가족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죽음일 경우 재회가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하는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고인의 동의 없이 음성, 동작을 학습시키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10여년 전부터 사회적 논의가 불붙었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와도 상충될 부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본인에 관한 정보를 누군가한테 남겨야 하는데 이게 디지털 유산이 돼 법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다. 유가족이 고인의 디지털 아인데티티를 옳은 방향으로 쓸 것이란 보장도 없는 만큼 망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 이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음성과 외모가 학습돼 다양한 형태로 쓰일 수 있는데, 이것을 고인이 원한 것인지 윤리적인 부분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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