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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섬 살아숨쉬는 '섬박람회' 꿈꾸며

입력 2024-06-26 14:04
신문게재 2024-06-27 19면

양진형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여수세계섬박람회가 2026년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여수에서 열린다. 섬박람회 주최 측은 지난 11일 여수엑스포에서 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대대적인 결의 대회를 했다. 하지만 섬박람회를 우려하는 여수 시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이들은 “섬 박람회가 도대체 뭐 하는 행사냐”, “주 대상층을 모르겠다”, “섬박람회에 섬과 섬사람들이 없다”며 우려한다.


박람회(博覽會)의 사전상 의미는 농업·공업·상업 등에 관한 온갖 물품을 진열·전시해 생산물의 개량 발전 및 산업의 진흥을 꾀하는 행사다. 이런 취지로 보자면, 섬박람회는 실제의 섬을 전시하고 진흥을 꾀해야 하는데, 섬을 한군데 모아 전시관을 만들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섬박람회 주최 측이 용역사 수주 등을 거쳐 확정한 종합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주 행사장인 진모지구에는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8개 전시관 등이 신설된다. 그 외에 실제 섬인 금오도와 개도가 박람회 부행사장으로 활용된다.

그런데 섬박람회의 기본계획은 행정안전부가 매년 주최하는 ‘섬의 날’(8월 8일) 행사와 구성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22년 8월 개최된 ‘제3회 섬의 날’ 행사는 ‘섬, 대한민국을 띄우다’라는 주제로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와 선유도 해수욕장 부근에서 진행됐다. 홍보 전시관은 주제관, 섬정책관, 섬지자체관, 섬특산물판매관, 공연장, 휴게공간, 푸드트럭 등으로 이뤄졌다. 매년 ‘섬의 날’ 행사 성공을 위해 행안부와 해당 지자체는 유명연예인 등을 홍보대사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행사장은 썰렁했다. 여수섬박람회 측이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여수시는 지난해 잼버리 사태 이후, 박람회 개최 시기 변경을 추진해 행안부로부터 승인받았다. 당초 2026년 7월 17일~8월 16일이던 박람회 기간은 9월 4일~11월까지로 바뀌었다. 개최일 수가 두 달로 늘어나면서, 목표 관람객 수는 2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종합기본계획에는 변화가 없다.

섬박람회 측은 지난달 ‘섬박람회 킬러 콘텐츠 발굴을 위한 섬 기관·단체 토론회’를 실시한 바 있다. 이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여수에는 365개의 유·무인도가 존재하는데 섬 박람회에 ‘섬과 섬사람들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물리적 한계로 최첨단 디지털화된 전시관 운영이 불가피하더라도, 박람회장을 찾는 사람들이 섬의 다양성과 생태성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수에는 금오도와 개도 외에도 거문도, 추도, 손죽도, 연도, 안도, 하화도 등 아름다운 유인도들이 많다. 풍광과 생태가 뛰어난 이들 섬에는 이미 둘레길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이 중 한 곳에 어싱(earthing)길을 조성하고, 여수의 섬과 바다를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목표치인 9만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전시관 체험에만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국민이 섬박람회와 여수의 섬을 찾게 하는 방법은 박람회 입장권 구매자들에게 여객선비를 무료로 할인해 주는 것이다. 진모지구에 박람회장을 별도로 건설하는 대신 기존 세계박람회장을 활용하고, 섬박람회 취지에 맞지 않은 일부 전시관을 없앤다면 비용 충당은 충분하리라고 본다.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만큼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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