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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가계부채까지…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인하 놓고 '고심'

입력 2024-07-07 12:39
신문게재 2024-07-08 3면

안경 고쳐 쓰는 이창용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와 여당이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가계빚 증가세와 고환율이 맞물리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가 12번 연속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이 불안하고 물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3개월 연속 낮아지며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5월(2.2%)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물가부담이 완화되고 있지만 1300원대 후반의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움직임, 공공요금 조정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물가가 목표수준(2%)에 수렴할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주목할 점은 금리인하 시그널이 나올지 여부다. 시장에선 한은이 소수의견 등을 통해 금리인하 시그널을 준 후 8월쯤 금리인하를 단행할지, 아니면 연준이 9월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것을 확인한 후 10월 금리인하에 나설지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등 정치권에선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금통위 내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금리도 8월께 금리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15%로 마감했다. 지난 3일부터 사흘 연속 연저점을 경신하며 연중 최저점으로 내려왔다. 이는 기준금리보다 0.4%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8월 금리인하에 대한 힌트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의 압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완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는 가운데 정책금리가 제약적인 수준에 있는 점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환율이 지속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커지고 있어 섣불리 금리인하 시그널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견해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해 말 1288.0원에서 지난 5일 1380.3원으로 6개월여 만에 92.3원(7.16%) 뛰었다. 당분간 달러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200bp(1bp=0.01%포인트)로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가운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금리 차이가 확대될 경우 자본유출 우려,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등의 부담을 한은으로서는 배제하기 어렵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한은의 또 다른 걱정거리”라며 “환율을 고려하면 연준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때까지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11월 미국 대선에 따른 환율 시장의 변동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6월말 기준)으로 한 달 만에 5조3415억원 증가하는 등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빚 증가속도도 빨라졌다. 금융당국이 대출한도를 더 줄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9월로 연기한 상황에서 한은이 8월쯤 금리인하에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반등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금융안정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한은 총재 입장에서 금리인하 시그널을 명확히 주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는 시점이 됐지만 금융안정을 고려해 좀 더 지켜보겠다는 정도의 톤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금리인하 시점은 미국이 9월에 인하할 경우 한은은 10월정도 인하하는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여전히 높고 연준도 아직 금리인하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부채문제가 부각되고 있고 부동산경기도 들썩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움직이면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상당히 왜곡될 수 있어 일단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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